함께 & 연대2012. 1. 25. 23:05

여러분. 장태완 장군을 기억하십니까?
1980년 전두환 일당이 12.12 쿠데타를 일으켰을때 한강 다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신군부 세력과 맞섰던 장군인데요.
장태완 장군은 이때의 일로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고 강제 전역을 당했었습니다.
한데 그후 장태완 장군 가족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장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강제 전역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 "나라의 모반이 있을때 충신은 모반자들에 의해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곡기를 끊었구요. 이때문에 1980년 4월 자살과 다름없는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 자연대에 다니던 장군의 외아들은 1982년에 집을 나간지 한달만에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곳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장군 또한 2010년 10월에 폐암으로 사망을 했는데요.
그리고 어제 또 하나의 부음이 전해졌습니다. 장군의 부인인 이병호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장군이 사망한 후에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부인은 한장짜리 유서에 "그 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 오래오래 잘 살아라" 짧은 글귀만 남겨놓았다고 하네요.

여러분.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거꾸로 뒤집힌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불의한 자들의 수괴였던 자는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면서도 골프치러 다니고
정의의 편에 섰던 사람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고초를 겪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이건 바른 세상이 절대 아닙니다.

- 팟케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시사평론가 김종배) 13회 인트로...


한나라당을 지지하시고 마트 아주머니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한다는 말만 슬쩍 하여도 "니가 빨갱이냐. 그럴거면 사회주의로 가든가"라며 소리치시는 우리 아버지도 장태완 장군만큼은 '진짜 장군이다'고 말씀하셨다.

어렸을때 '5공화국' 드라마를 전후 맥락도 잘 모른채 봤던 기억이 난다. 다른 건 잘 몰라도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건 정말 잘못된 거다, 어떻게 육군참모총장을 가둘 수 있는가 등을 느꼈던 것 같은데 특히 그런 쿠데타 속에서도 끝까지 저항했던 장태완 장군은 참으로 인상깊었다.
그리고 우연히 할아버지 댁에서 장태완 장군의 책을 보며 올곧게 살고자 했던 한평생의 삶과 외아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 이야기 부분은 몇번 인쇄를 한 것처럼 읽을 수가 없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시대가 암울하다보니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없어 이렇게 처리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고문을 일삼았던 고문기술자는 버젓이 자기가 목사라며 잘 살고 있는데 고문을 당한 김근태 고문은 한 평생 고생만 하다 좋은 세상 못 보고, 아니 역행하는 MB 시대에 삶을 마치셨다.
그리고 그 당시 독재의 딸이 지금 버젓이 대통령을 하겠다며 큰 소리 치고 있다. 과거에 대한 발언 하나 없이, 너무도 당당하게.
세상을 거꾸로 돌려세운 가카는 온갖 측근 비리가 터지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시는데 민주주의, 통일, 인권을 위해 한 생을 바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울분에 가셨다.
오늘도 전두환 사저 앞에 찾아갔던 이상호 기자는 벌건 대낮에 수갑이 채워지며 현행 체포를 당했다. 물론 이 빅뉴스는 어느 언론사에도 소개되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착한 사람은 복 받는다는 어렸을때의 진리는 '돈 있는 사람이 복 받는 세상'으로 바뀐 지 오래지만.
적어도 불의는 벌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하늘도 무심하시지란 말은 정말 허무할 뿐이다.
하늘에 기대지 않고 '사람'이 심판해야 한다. '국민'이...

버스에서 김종배 씨 멘트를 들으며 아침부터 울컥거리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