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2010. 5. 24. 02:59


난 "노무현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칠 정도의 노무현을 따랐던 사람도 아니고, 예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때문에 단식도 열흘 넘게 해봤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많은 노동열사들을 생각하면 노무현 정신이라고 말하기도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난 대선 때 노무현을 찍었던, 그래서 당선 후 탄핵 때든, 그의 정책에 반대입장에 섰을 때든 우습게도 '책임감'이 들었다. 그 책임감이 그가 떠나고 난 후 더 크게 다가오나보다.

작년 이맘때 눈과 귀를 의심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 일주일 내내 대한문에 가서 촛불을 들고,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힘을 내고, 말도 안되게 구겨져버린 민주주의의 시계를 반드시 되살리겠다는 결심도 다지고...

그리고 딱 1년이 지났다. 그땐, 노무현 대통령이 떠났을 땐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가 그리웠고, 국민과 소통않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먹고 사는 문제 잠시 잊고 떨쳐 나설 수 있을거라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1년 후 여전히 한나라당 지지율은 부동의 1위이고 투표를 열흘 앞둔 오늘, 아직도 전국적으로 파란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늘 시청광장에 앉아 노래를 듣고 발언을 들으며 가슴이 짠해옴을 느꼈다.
여전히 국민을 섬기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도 높아졌고, 그렇게 가버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안쓰러움, 안타까움이 계속 교차했다.

그렇게 가지 말아야 사람인데...
그렇게 보내지 않아야 할 사람인데...

1년만에 시청이 열리고 촛불을 들었던 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참으로 고맙다.
이렇게 다시 광장을 열게 해주어서... 다시 모일 수 있게 해주어서... 국민들이 우리의 힘을 믿고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어서...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그분이 참 그립다. 이 세상에 없어서도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오늘.
그래서 마냥 슬프지만도 않은 날이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