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보고2010. 5. 27. 00:22

우연히 '드디어' 하녀를 봤다. 



백지처럼 순수한 그녀,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가다 
이혼 후 식당 일을 하면서도 해맑게 살아가던 ‘은이(전도연)’, 유아교육과를 다닌 이력으로 자신에게는 까마득하게 높은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완벽해 보이는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세련된 안주인 ‘해라(서우)’,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여섯 살 난 ‘나미’, 그리고 집안 일을 총괄하는 나이든 하녀 ‘병식(윤여정)’과의 생활은 낯설지만 즐겁다. 

지나치게 친절한 주인을 만났다 
어느 날, 주인 집 가족의 별장 여행에 동행하게 된 ‘은이’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훈’의 은밀한 유혹에 이끌려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본능적인 행복을 느낀다. 이후에도 ‘은이’와 ‘훈’은 ‘해라’의 눈을 피해 격렬한 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식’이 그들의 비밀스런 사이를 눈치채면서 평온하던 대저택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데…. 

마침내 드러난 관계와 감출 수 없는 비밀… 
이를 둘러싼 그들의 엇갈린 욕망이 격렬하게 충돌한다!

전도연의 명연기를 앞세운 마케팅, 이정재, 윤여정의 연기에 대한 혹평도 그렇고 위와 같은 스토리가 어떻게 결말이 지어질 지 궁금해서 간만에 보고싶었던 영화였다.

뚜껑을 열어본 하녀는 여러가지면에서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개인적인 평가이므로 혹 화내지 마시길~) 
마침내 드러난 관계와 감출 수 없는 비밀… 
이를 둘러싼 그들의 엇갈린 욕망이 격렬하게 충돌한다!
는 결말을 궁금하게 했던 영화 예고는 온데간데 없고 바람핀 남편 정부에게 돈을 내미는 뻔한 스토리복수라도 할 것처럼 보였던 전도연은 불길에 휩싸여 죽고(갑자기 불은 왜 붙은건지?), 이정재/서우/나미 세 가족은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이코패스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해피엔드 이후에 전도연의 명연기(?)라는 마케팅 전략에도 이미 해피엔드 보다는 야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사실 전도연이 왜 벗었는지, 어떤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분명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벗은 연기가 명연기라는 찬사를 붙이기엔 아쉬움이 많은 듯.

이해가 안 가거나 아쉬웠던 몇가지 지점들을 짚어보자면...

첫째. 전도연이 연기한 은이는 어떤 인물인가?
왜 하녀를 자처했는지도, 유혹하는 장면이 있지도, 그녀는 왜 세상에 버림받았는지도, 왜 하녀일을 좋아하는지도(돈을 좋아하는 건지) 난 잘 이해가 안됐다.
처음 장면에서 게 집에서 일하던 전도연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하녀가 된 건지?
왜 이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세상에 버림받았다는 대사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삶을 사는 인물인 것으로 짐작하긴 했으나 그 대사로 그녀의 인생을 보여주기에 영화는 너무 친절하지 않았다. 
조금 띨한 것 같기도, 아이는 좋아하는 것 같고, 돈을 좋아하긴 하는건지 등 그녀의 캐릭터는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정재와 관계도 오래 지나지 않아 금방 들키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긴장감이 감돈다'고 얘기하기엔 너무 짧았다.)

둘째, 윤여정의 캐릭터도 아쉬웠다.
영화 줄거리를 통해 본 윤여정의 캐릭터는 뼈속까지 하녀라는 인물이었으나 내가 본 윤여정은 매사 불만이 가득한 인물이었고 주인에게 줄 포도주를 먼저 마셔보는, 보통 가정부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차라리 뼈속까지 하녀라는 캐릭터보다 검사 아들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볼꼴 못볼꼴 다 보면서 불만이 가득해도 꾹 참고 일하는 아줌마의 캐릭터가 더 낫지 않았을까.

셋째, 이정재는 나쁜 놈인가?
이정재는 자기 아이를 아끼는 남자인가? 정말 은이에게 매력을 느낀 게 아니라 수표한장 던져주는(그것도 쳐다보지도 않고) 정도였나?  이정재의 연기는 볼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캐릭턴지 잘 모르겠다.

넷째, 감독이 비쥬얼에만 치중한 게 아닌가...
달콤한 인생은 느와르 장느이지만 스토리 뿐 아니라 그 분위기가 영화에 딱 어울렸다. 
하녀는 으스스한 분위기, 궁궐같은 저택 등 영화에 깔려있는 분위기를 내는 데 치중하다가 결국 스토리가 따라가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알쏭달쏭한 장면들...
처음 등장하는 은이의 일상, 시장의 장면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은이는 왜 불에 타 죽었을까?
마지막 장면은 무슨 의미였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이해한 것 외에도 감독의 의도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꼭 감독의 인터뷰나 각종 영화 평들을 찾아보곤 한다. 그러면서 내가 몰랐던 영화의 의미들을 돌아보며 "아~ 그 장면은 이런 거였구나"를 새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그런 매력이 있어 일부러 두번 보기도 한다)
하지만 하녀는 여러 영화 평들을 찾아봐도 다들 알쏭달쏭하다는 평가가 많았으니 나만 문제는 아니겠지?^^:

어찌됐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분명하지 않았고, 그렇게 재밌었다고 얘기하기도 그렇지만 어떤 영화인지 같이 토론해보고픈 영화. 전도연, 윤여정, 이정재 연기에 박수를 보내며.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