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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2 박근혜 종합대책 저지 2차 긴급행동 발언
함께 & 연대2014. 12. 12. 14:31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오세연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최고 방송국이라 불리는 KBS에서 2011년 6얼 20일부터 2013년 6월 19일까지 근무하고 계약해지 당했습니다. 2년이 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딱 모자라게 계약을 한 겁니다.

계약할 때부터, 2년 이상의 계약 연장은 법 때문에 할 수 없다, 회사 규정이 그렇다고 못 박아 놓았기 때문에 더 일을 잘 할 필요도, 일하고 싶다고 요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했던 일은 뉴스 SNS 관리입니다. 방송국에서 작성한 기사들을 SNS로 배포하고 제보를 정리하는 일이라 당연히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의 내용들입니다. 저 뿐 아니라 제 주변에 행정을 보는 사람도, 인터넷 사이트를 관리하는 사람도, 인터넷 뉴스 제작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파견직, 2년 이상의 연장은 할 수 없는 계약직이었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회사에 영향을 주는 업무, 상시/지속적 업무임에도 계약직을 고용하고 파견직을 고용합니다. 심지어 저와 한팀이었던 4명은 파견회사가 다 달라 명절 선물도 다 달랐습니다. 이미 32개 업종이 파견허용 업종이라 대부분의 직종이 망라되어 있는데 여기서 더 확대해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대출을 받을 때, 월급을 받을 때는 분명 저는 어디 소속인데 일은 저기가서 합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은 무슨 법이 2년이상 안된다는거지? 의아하면서도 법 때문이라니까, 회사도 어쩔 수 없다니까 제대로 항의한번 하지 못하고 2년 내내 하는 일에 대한 집중보다도 다른 일을 알아봐야하는 불안정함 속에서 일을 했습니다.


법 때문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회사는 법이 그런데 자기들도 어떻게 하냐라며 법을 악용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법이 그렇다니까 항의를 할 수도, 더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법을 악용한 사실상의 합법적 해고입니다. 그래서 법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기간제한 때문에 2년이 지난 후 해고되거나 용역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기간제한 때문에 해고가 많아지는 거면 2년에서 3년으로 늘릴 게 아니라 기간제한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닙니까? 2년 내내 2년 후에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몰라 불안하고, 일을 하는 기간 내내 하는 일에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불안함 속에 살았습니다. 3년으로 늘려서 3년을 채우면, 기업이 고용보장 해주겠습니까? 아닙니다. 3년을 꼬박 쓰고 버릴 겁니다. 1년 연장은 희망고문의 연장일 뿐이며 1년 더 쓰고버리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런 식으로 2년씩 몇 번 일을 하다보면 나이가 많다고 그나마  2년 계약직 취업도 힘들어집니다. 정부는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일자리에는 기간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정규직 고용의 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미생 드라마가 인기죠.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저는 회가 갈수록 초조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장그래가 저렇게 열심히 일하지만, 저렇게 사람들과 함께 일을 만들어가는 걸 배우고 있지만 곧 계약이 만료될 거란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선 장그래가 잘 생겨서, 성과를 내서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이라면 정규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달 9일 청년의 삶을 파괴하고, 청년을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리는 블랙기업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지금까지 청년들이 일하는 곳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규직이 될 조금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쪼개기 계약을 계속하고 있고 정식고용을 하는 척 하면서 영문으로 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니 알고보면 비정규직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는 만큼이 월급인 인턴도 있었고 근무시간보다 빨리, 늦게 일을 강요하는 경우는 태반이었습니다.


이게 정부가 이야기한 고용률 70%의 실체이자 청년들이 눈이 높다고 말하는 현실입니다. 정부는 터무니없고 사실상 비정규직 양산과 노동의 전면적 불안정화를 양산하는 종합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을 점차 줄여가고 상시지속업무에 정규직을 쓰는 방향으로 대책을 내와야 합니다. 그것이 청년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본 조건입니다. 

청년유니온도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