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보고2018. 8. 2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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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책을 읽었어도 "읽었다"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읽은 내용을 잘 이야기하지도, 소감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읽은 책을 곱씹어볼래도 괜히 마음만 조급해 읽은 책 보다도 앞으로 읽을 책에 손이 가곤 했다. 더는 안되겠어서(?)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남기려는 생각에 집어든 것이 <서평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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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평 쓰는 법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라기보다 서평은 무엇인지, 서평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래서 서평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안내한다. 방법론적인 책과는 느낌이 다르다. 구체적인 지시보다 본질을 알려주며 서평을 쓴다면 어떻게 써볼 것인지를 머리 속에 그리게 해주는 듯한. 그래서 술술 읽을 땐 아는 이야길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곱씹어보면 새삼 알게된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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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에 따르면 서평은 논리적이며 외향적이고 관계적이다. 반면 독후감은 정서적이며 내향적이며 일방적이다. 읽고나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쏟아내는 것은 독후감이며, 서평은 읽는 독자를 자기의 주장으로 끌어들이고, 독자에게 서평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논리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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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책을 읽고나서 서평을 쓰려면, 책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 서평은 정치적이며 숭배와 비판이 둘다 공존한다는 것이다. 알고있는 듯 했지만 사실 그동안 나의 책에 대한 소회라는 게 (차마 서평이라고는 못하겠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식은 아니었는지 뜨끔하게 돌아봤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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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저자의 독서에 대한 태도와 책을 뜯어보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장 성과였다. 모든 책을 그리 볼 순 없겠지만 한권의 책을 조금은 천천히, 깊게 공부하면서 보는 매력을 느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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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헬조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기보다 책을 통해 길을 찾을 안목을 갖게 됩니다. 즉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할 통찰력과 다른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을 얻습니다. 독서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게 됩니다. -9p

첫째,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입니다.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사유를 담습니다. 
독서에서 서평에 이르는 과정에는 일정한 성찰이 개입하는 까닭에 사유의 간격이 넓습니다. 이 성찰의 정도가 서평의 수준을 결정하지요. 읽기와 쓰기 사이의 성찰 간격만큼 서평의 질은 나아지게 마련입니다.  -23p

읽고나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쏟아내는 것은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입니다. 물론 독후감의 감동과 깨달음은 서평의 설명과 평가와 근본적으로 동일합니다. 독후감이 보여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 서평이니까요. -37p

서평 쓰기의 일차 가치는 독자 자신의 내면 성찰에 있습니다. 서평 쓰기는 작성자가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독서 자체가 그러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44p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려면, 책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합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으로는 곤란합니다. 서평은 정치적입니다. ... 서평에는 숭배와 비판이 공존한다고 했습니다. 숭배는 친구와의 우정에 가깝고, 비판은 적과의 대결에 가깝습니다. 
... 먼저 책 자체에 대한 기본 입장을 결정해야 합니다. ... -79p

서평의 핵심 요소는 요약과 평가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요약없는 서평은 맹목적이고, 평가 없는 서평은 공허합니다. 맥락화에 기초한 평가가 없다면 서평은 의미가 없지만 그 평가의 근간에는 충실한 요약이 자리해야 합니다. -85p

독서의 첫 결실 또한 평가가 아니라 요약입니다. 책의 핵심을 명확하게 도출하고, 이를 바로 자기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누군가 책을 보고 있을 때에 제대로 읽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지금까지 읽은 부분을 정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 읽는 부분이 무슨 의미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됩니다. ... 서평 작성에는 지적 몰입과 정서적 몰입이 모두 필요하지만, 특히 전자가 중요합니다. 독후감에는 정서적 몰입이 더 중요합니다. 책에 지적으로 몰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루려는 책의 서론과 차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책의 전체 구도와 흐름을 머리에 새기면 책을 읽을 때 수많은 문장과 문단 속에서 조금 덜 헤매게 되고, 조금 더 수월하게 맥락과 요지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87p

서평은 책에 대한 평가를 내포하기에 깊은 독서를 통한 독자 자신의 해석과 이에 기인한 성찰을 담습니다. -95p

Posted by 생숭이
읽고,보고2018. 7. 12. 10:03

시험 기간이 되면 다른 짓을 유난히 많이 하고 싶은 것처럼 육아로 ‘내 시간’이 제일 없는 요즘,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이 너무너무 하고 싶다. 책을 한 권 살때마다 “책 읽을 시간이 있어?”라는 말을 꼭 듣게 되지만 그래서 한 권을 읽을 때의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자극’을 주는 책만 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독서법, 책이 좋은 이유 등 책에 관한 책이나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글쓰기 책만 더 찾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하고 싶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커지고 시간은 안 나니 스트레스만 더 커지고 있다. 루틴을 잡기 쉽지 않은 생활패턴이니 ‘시간대’를 정해서 하기보다 하루에 틈나는 대로 책을 잡고,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다.

여튼 이번에도 글쓰기를 자극하는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었다. 전부터 제목이 눈에 띄었는데 저자가 김민식 PD여서 (그 전에 김민식 PD의 책을 읽었던 터라)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다.마침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한 권이 남아있어서 엄마가 집안일 하라고 아기를 봐주시는 틈에 도서관부터 직행. (엄마 미안해요.)


문체는 대화체로 가볍지만 자극이 될만한, 기억하고 싶은 곳에 표시를 해두었더니 꽤 많이 표시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에 블로그를 다시 하면서, ‘나는 이걸 왜 하는 걸까’ ‘이 시간에 책을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블로그 글 하나 올리는데 이렇게 시간을 쓰는게 아까운 건 아닐까’ ‘이렇게 포스팅 해놓으면 무슨 보람이 있을까’... 블로그를 하면서도 괜시리 시간을 아깝게 보내는 것처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더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물론 오상진이나 김민식PD처럼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이 사람들은 새벽에) 글을 쓴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아기가 5시에 일어나니 글을 쓰려면 4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알람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꾸준히, 성실하게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일상을 좀더 특별하게 생각하고, 사소한 일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될 것 같아 내일이 조금더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육아란 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몸이 피곤하고 아기가 내 맘대로 안되고 어렵고 이런 문제도 있지만 생각보다 지루하고, 일상이 단조로우며 심심하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종일 한가하지 않지만!!) 그래서 아침이 되어도 오늘 하루에 기대되는 게 크게 없고, 내일도 똑같다는 게 한숨이 나올 때도 많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보면 평범했던 내 하루하루가 ‘그래도 이런 걸 느끼며 보냈구나’ ‘이런 재미도 있구나’ 돌아봐지기도 하고, 하루종일 아기 때문에 지치다가도 글을 올리고 사진을 고르다보면 아기 모습에 미소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덕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사진을 고르는 요즘의 내 취미가 시간을 잡아먹는게 아니라 내 일상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해주고 활력을 준다는 확신을 받아 기분이 좋아졌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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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블로그를 통해 하루하루 나의 삶을 응원하며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합니다. 자랑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알립니다. 저 자신을 칭찬하고 토닥여줍니다. 

... 그러면서 조금씩 인생이 즐거워지고 표정이 밝아졌어요. 블로그에서 자랑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채우려고 노력합니다. 독서나 여행, 영화감상 등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삶이 즐거워졌어요. 

블로그는 언제 어디서나 내 곁을 지켜주고,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든든한 친구입니다. -53p


글을 매일 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계속 강조했듯이, 하루하루의 삶이 즐거워야 합니다.

매일의 일상을 즐거움으로 채워야 합니다. 독서가 즐거워야 리뷰를 쓰고, 여행이 즐거워야 여행 이야기를 쓰고, 영화를 재미나게 봐야 설득력 있는 감상문이 나옵니다.

하루하루를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우고, 그 일상의 행복을 나누는 것이 블로그를 하는 자세입니다. -127p


드라마PD가 블로그에 빠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시대를 뛰어넘는 활자의 힘 때문입니다. 딸들이 먼 훗날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다 우연히 내 블로그를 만나고, 해묵은 나의 글줄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면,

내 블로그 곳곳에 숨겨놓은 자신들의 아기 시절 사진 속에서, 자신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특별할 것 없는 글 속에서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만 있다면... 

시공을 초월하는 메시지의 힘, 그것이 제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입니다. -154p

Posted by 생숭이
콧바람/프랑스여행2018. 7. 10. 22:47

오늘은 차를 렌트해 교외로 나가기로 했다. 렌트카를 픽업하기로 한 리옹역.
빠듯한 일정에 베르사유 궁전은 포기하려고 했는데, 월요일에 가려고 했던 오르세 미술관을 어제 소화하고 오늘은 여유있게 교외로.
오늘은 파리에서처럼 바쁘게, 바쁘게 다니지 않아도 되겠지. 그리고 파리와는 다른 프랑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
또 설레는 아침이다.




휴게소에서 아침.
여기와서 매일 아침 커피와 크로아상을 먹었지만 아직까지 질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
이번엔 달콤해보이는 미니 슈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에 걱정했었는데 날도 화창하고, 오후에도 비가 올 것 같진 않다.






사르트르 대성당. 유네스코 문화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진 성당이다.
와. 여기 정말.
프랑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사르트르 대성당이 일단 먼저 스쳐지나갈 것 같다.
역사적 배경이나 설명은 검색해서 찾아보는 것으로 하고. 모르고 봐도 한 눈에 오랜 역사를 품어안은 곳임을 알 수 있다.
건축 양식의 훌륭함이며,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 사람이 이런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구나, 셔터를 누르며 내내 감탄했다.
내부엔 12,13세기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 등이 보존되어 있고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이 성당을 걸작으로 만든다.
종교가 인류를, 건축을, 문화를 발전시켰구나.
사람의 창조적 능력과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1,000년도 더 된 성당을 보존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성당의 기능을 하고 있다니.
오늘 사르트르에 온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베르사유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이번에도 예상과 다른 메뉴가 나왔지만 (샐러드 종류 중에 시켰는데 피자가 나올 줄이야...!) 역시 그래도 맛있었다.
프랑스에 가면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실컷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다니기 바빠 디저트를 시켜 먹기가 쉽지 않았었다.
오늘은 조금 여유를 부려도 괜찮은 날인 것 같으니 디저트를 시켜봐야지, 했으나 혼자 디저트를 시키는 바람에 결국 디저트도 후딱.






베르사유 궁전. 월요일은 휴관인데 정원은 들어갈 수 있었다.
어렸을 때 프랑스에 간다면 가고싶었던 곳이 루브르와 이곳 베르사유 궁전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다 가보다니.
(남편이 계속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다 데려와주지 않냐며 생색을 내지만 맞는 말이니. 고마워요 남편.)
내부도 그렇게 화려하다고 하던데, 외관만 봐도, 정원만 봐도. 당시의 화려한 생활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러니 혁명이 일어났지, 하는 생각도.
시간은 별로 없는데 대충은 둘러보고 싶어서 40분짜리 투어 버스를 탔는데 이건 실패.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
투어 버스가 아니라 실제 이동 수단이었던 듯. 베르사유 궁전 안을 돌아다닌 게 아니라 궁전 외곽을 돌며 정류장마다 서 있는 사람들을 태우고 돌아왔다.
이 시간도 좀 아깝다 생각했는데, 이거 타느라 뒤에 말메종 박물관도 못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말메종 성. 이곳은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함께 살았던 곳으로 유명한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고.
특히 사치스러운 조세핀과 검소한 나폴레옹의 취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와 조세핀이 신경써서 꾸며놓은 장미 정원, 내부 장식을 보는 게 포인트.
난 나폴레옹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우린 5시 40분쯤 도착. 박물관은 5시 15분까지. (이상한 시간에 끝내다니)
무엇보다 역사를 좋아하는 남편이 박물관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 꼭 들어가고 싶었는데, 몇 분 차이로 못 들어가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밖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안내원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길래 "오~!" 생각할 찰나
사진만 찍으라고...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저녁에 일행과 만날 시간이 좀 남은 듯해 몽마르트 언덕과 오페라 가르니에를 차로 지나가기로 했다.
몽마르트 언덕은 홍대 거리처럼 북적이고 정신없기도 했지만, (특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곳)
바쁜 발걸음을 돌려 기념품점을 들어가보고 싶기도 했고 향신료 상점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하나도 기다렸다 먹을 시간 없이 우린 또 빠르게 이동.
오페라 가르니에는 내리지 못하고 차로 지나가기만 했지만 그렇게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생각했던 곳.
히틀러가 파리에 오자마자 찾아간 곳이 이곳이라던데, 그럴만했다.
지나갈 때쯤 일부러 차에서 오페라의 유령 OST를 크게 틀었는데 기분이나마 극장 안에서 듣는 듯한.





밤엔 중국 요리에, 맥주, 샴페인까지 곁들여 마지막 밤 기분을 내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는 실감을 전혀 하지 못한 채.

Posted by 생숭이
콧바람/프랑스여행2018. 7. 10. 22:46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지하철은 우리나라가 정말 깨끗하고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찰나, 뉴욕에 함께 다녀온 다른 사람들이 뉴욕은 훨씬 더 안 좋다고 한다.
남편 왈. "우리나라가 뭐든 참 좋은 것 같다. 행복하지 않은 것만 빼고."
정거장 사이가 짧다더니 20분 만에 루브르 도착.




루브르, 루브르. 와. 정말 이곳에 오다니.  
이번 여행 중 사람이 많을까봐 제일 걱정한 곳이었는데 (게다가 일요일!)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많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어제 뮤지엄 패스를 샀다면 더 좋았을텐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러고보니 아침도 먹지 않고 출발했던 터라 매점!부터 찾아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여기서도 커피와 크로아상.
오늘 미술관 투어는 남편과 나, 동준-훈태씨로 나눠서 둘러보기로 했다. 5시에 콩코드 광장에서 만나기로.
다 둘러보기에 무리니 보고 싶은 그림만 찍어서 보기로 하고 지도로 확인. 이제 출발.




"모든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향해 가고 있는데, 굳이 나누자면 바로 모나리자로 가고 있는 사람과 다른 그림들을 둘러보며 모나리자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는 남편의 말에 웃으며. 우리도 모나리자는 어디있나 화살표를 따라가면서.



유난히 사람이 많은 곳이 있어 눈을 돌리니 모나리자가!!!
내가 모나리자를 직접 보게 되다니.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가까이선 보기 힘들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서도 보고.
왼쪽, 오른쪽 어느 곳에 서 있어도 모나리자의 눈길이 따라온다는데 정말.




잔다르크.




보고싶었던 그림 중 하나인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일단 작품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이곳 루브르에서 두 번째로 큰 그림이라고.
그림 앞에 서면 크기에 먼저 압도당하고,
그림 속 표현의 정교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나폴레옹의 지나친 간섭 등으로 인해 4년이나 걸려 완성했다는 그림.
빛이 들어오는 것이며, 사람들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이며  
사진을 방불케 하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교황의 표정과 손짓,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모습 등,
그림이 미치는 영향, 효과, 그림이 주는 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루브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이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을 찾고 있는 중.
지도에는 분명 이 근처였는데 보이지 않아서 나폴레옹 그림 앞만 5번은 왔다갔다 했다.
못 찾겠어서 물어보았다.
지금 들라크루아 특별 전시 기간이어서 지하에 따로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루브르 건물 외관이나 1층 곳곳에 들라크루아가 크게 적혀 있었는데 그게 특별전시전 중이란 뜻이었구나...
읽을 줄을 모르니 곳곳에 눈에 아주 잘 띄게 되어 있었어도 특별 전시 중인 걸 몰랐다.



들라크루아 특별 전시.



보고싶었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왼쪽 총을 든 신사가 들라크루아 본인의 모습이라고 한다.
사실적인 묘사도 물론 감탄스러웠지만 어떤... 힘과 혁명의 기운이 느껴진달까.
그림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는 건 이런 그림을 그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고싶은 그림을 찍어서 봤는데도 돌아다니느라 2시간 반이 흘렀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지나서 오르세로 걸음을 재촉했다. 센 강을 건너면 바로 오르세 미술관이 보인다.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지.
오전에 많이 걷고 실내에만 있어서 좀 어지럽고 답답했던터라 중국음식이 먹고 싶었다.
다행히 오르세 가는 길에 있대서 찾아갔으나 도착지에 도착하니 보이지 않음...
배도 고프고 시간도 없고 해서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떤 요리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서 재료를 보고 판단.
나는 오믈렛을, 남편은 소세지를. 나쁘지 않았지만 좀 비쌌어...




오르세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그림 <풀밭위의 점심식사>.
처음 이 그림을 알게 된 건 젊은이의 양지라는 드라마 시작할 때 나오면서부터인데. ^^;;
그 드라마를 좋아했어서인지 이 그림도 괜히 끌렸었나보다.
그러다 우연히 이 그림에 대한 설명과 배경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다음부턴 마네 그림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림이란 게... 그림의 배경과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알게 될 때 더 의미가 있어 보이는 게 재미있다.




많이 봤었던 그림들이 다 오르세에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이란 책을 사갔었는데, 남편이 들고 다니면서 인상적인 그림 앞에서 간단히 (보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다 통하지만, 특히 그림은 더 그런 것 같다.




고흐의 방.
남편은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으로 고흐의 <자화상>을 뽑았다.
고흐의 표정, 그리고 고흐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 것 같은 배경이 인상적이었단다.
난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 좋았다.
고흐가 프랑스 남부 지방의 아름다운 밤 풍경과 별, 무수히 빛나는 하늘을 무척 좋아했다던데.
밤 하늘, 밤 바다, 밤의 빛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오르세 미술관까지 다 돌고 나오니 오후 4시 즈음이 되었다.
마당앞에는 바이올린을 켜는 노인이 있어 일행을 기다리며 잠깐 연주를 들었다. 그냥 가면 안될 것 같아 1유로를 주고 일어섰다.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멀리 개선문이 보인다.



개선문을 코앞에 두고 저녁식사를.
동준씨가 찾은 식당.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망설였지만 메뉴/가격을 보니 갈만한 것 같아 들어섰다.
역시 잘 모르겠으니 만만한 로스트 치킨을 발견하고 선택. (사이드로 주문한 그린 빈이 치킨보다 더 많아보인다. )
맛은 먹을 만 했고.
테이블마다 와인 한잔씩 하면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다양한 디저트를 먹는 모습들을 보는 게 프랑스 식당을 찾는 재미.





개선문이다. 나폴레옹이 승전을 기념하며 만들기 시작했지만 정작 본인은 죽어서 개선문을 통과했다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개선문을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면 어느 새 도착.
나무 사이로 걷는 샹젤리제는 크게 다를 길 없는 산책로지만 이름이 주는 멋인지, 개선문이 보이기 때문인지 더 멋있었고.
가까이에서 본 개선문은 웅장했고 힘이 있었다.
개선문 아래에는 1차 세계대전의 무명용사의 무덤이 있는데, 사계절 내내 등불로 밝혀져 있다.
개선문 전망대에 오르면 에펠탑이 보여 더 멋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우린 에펠탑 전망대에 오르기로 하고.




에펠탑까지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우린 꽤 지쳐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침일찍 나와 4시까지 미술관을 둘러봤고. 샹젤리제 거리까지 걸었으니.
가는 길에 잔디밭에 벌렁 누워보기도 하고, 벤치를 찾아 (그 많던 벤치는 찾으려면 왜 보이지 않던지) 굳이 쉼을 청하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 에펠탑까지 가야 내일 여유있게 교외를 나간다는 생각으로 다시 고.




에펠탑. 사진이나 TV에서 본 것과 다르게 가까이에서 본 에펠탑은 구리빛.  (아니면 내가 잘못봤을 수도)
지금이야 파리의 랜드마크지만, 처음 지을 때만해도 흉물스러워 반대가 많았다는데,
그랬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그럼에도 완공되어 지금까지 파리를 빛내고 있는 게 파리의 시도 같아 보이기도.
여기 전망대는 뮤지엄 패스가 소용이 없어 줄을 다 기다려야 했는데,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2시간이 다 되어서야 매표소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일정이 안 맞아 애매하다는 말도 있지만 되도록 한국에서 미리 예매 하시길)
하지만 표를 끊고 올라가서도 또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10시 다 되어서야 표를 끊었더니 맨 꼭대기가 아닌, 중간지점까지 밖에 갈 수 없다고 한다.
순간 어떻게 하나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바로 유람선을 타러 돌아선 우리들.
안그래도 야간 유람선을 꼭 타고 싶었는데 10시가 넘어서야 어둑해지니 언제 타야할지 고민이 많았던 터. 다행이다, 긍정긍정 생각하며.




유람선에서 보인 밤의 파리.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 노틀담 대성당, 센 강의 다리까지 밤에도 파리의 아름다움은 계속 켜져 있다.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 도니 마치 어드벤쳐에 와 있는 듯한 느낌.
시 전체가 관광을 위해? 아름다움을 위해? 꾸며져 있는 것 같은.

어제 오늘 다녀보았던 곳들이니 여기는 시청 여기는 대성당 기억을 되짚어보게 된 것도 좋았고.
센 강 좌우로 주요 건축물들이 다 들어서있으니, 유람선을 타고 파리시를 또 한번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어제 오늘 파리에서
뤽상부르 공원-팡테옹-소르본1대학-노틀담 대성당-파리 시청-퐁피두 센터-(마리아주 프레르)-보주 광장, 바스티유 광장
루브르 미술관-오르세 미술관-샹들리제 거리-개선문-에펠탑-유람선.
이틀 동안 정말 많이도 돌아다녔다.
한곳 한곳도 의미있고 멋있었지만, 파리의 거리를 걸었던 그 자체가 참 행복했던.
또 한번 파리를 찾게된다면 그땐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먹고 마시고 그러리라 생각하며. (디저트도 꼭)

Posted by 생숭이
콧바람/프랑스여행2018. 7. 10. 22:44

파리에서의 첫날 아침.
남편과 아침 일찍 눈을 뜬다면 근처 산책을 하자고 이야기하며 잠들었으나 시간 다 되어 부랴부랴 출발.




첫 목적지 뤽상부르 공원으로 걸어가는 길. 걸으면서 보이는 건물 모습이 다 멋지다, 멋지다. 이곳이 파리구나.
오늘의 코스는 뤽상부르 공원-팡테옹-노틀담 대성당-법원-시청-퐁피두 센터-카르나발레 박물관-보주 광장/바스티유 광장-간단한(!) 쇼핑.
숙소에서 출발해 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고 하니 오늘은 많이 걷는 날이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숙소를 나섰다. (내일은 더 많이 걷게 될 줄이야)






뤽상부르 공원.
우리는 유명한 곳으로 찾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조깅을 하고, 담배를 피고, 누워 낮잠을 청하는 등 일상을 사는 그런 공원일 듯한.
파리에서의 머무는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하루 정도는 관광지가 아닌 이런 공원에서 여유있게 보내는 게 어쩌면 가장 파리 여행을 잘 즐기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또 한국사람다운 바쁜 발걸음을 옮겨본다.





역시 지나는 길에 보이는 흔한 프랑스 빵집.





판테옹과 소르본 대학.
팡테옹은 빅토르 위고, 볼테르, 루소, 퀴리 부부 등이 지하 묘소에 잠들어 있는 곳이다.  
결국 퀴리 부부는 못 찾았지만.
물리학자 푸코가 이곳 돔에서 지구 자전을 증명하기 위한 진자 실험을 했언 것으로 알려져 있다더니 정말 진자실험 모형(?)이 설치되어 있다.
전경을 보고 싶다면 약간 떨어져 보는 게 더 멋있는 것 같다.
 
남편이 "우리나라 관광지 중에 웅장하다고 느낄 만한 곳은 어디일까?" 묻길래 생각해보니 우리는 단아하고, 멋지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곳은 많아도 웅장한 느낌을 주는 곳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점심은 팡테옹이 보이는 까페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선 사람들이 다 서로 마주보지 않고 옆에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사람들. 넷이서 딱 붙어앉아 서로를 마주보며 식사를 하기로 한다.
나는 가장 기본적인 크레페를 먹고 싶어 가장 위에 있는 메뉴를 시켜보았는데, 음. 정말 기본적인 크레페. 아무 맛이 없었다.  
그래도 카푸치노는 거품이 이렇게 부드럽다니. 커피 반, 거품 반.  
햄치즈 샌드위치를 시킨 남편은 정말 햄과 치즈 밖에 없다며.(소스, 야채 하나 없이)





센 강을 이렇게 걷다니.




노틀담 대성당이다. 12세기 고딕 건축물의 최고봉.  
잔 다르크의 명예 회복 재판,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등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되기도 한.
당연히 빅토르 위고의 명작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기도 한.
정면의 파사드에는 엄청난 수의 조각들이 성서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는데,  
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대단한 건축물임은 문외한인 내가 봐도 엄지 척.  
들어가볼까 잠깐 생각했다가 긴 줄을 보고 바로 돌아섰다.  
네명 중 한명도 그래도 기다려보자는 생각 없이.  
여행 내내 큰 갈등 없이 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





센 강을 수시로 건너게 된다.  
파리는 시티섬이라는 작은 섬에서 출발해 도넛 모양으로 커지면서 발전된 곳이라 센 강 위로 여러 개의 다리가 있는데 다리 이름을 검색해보면서 건너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다리를 건너 노틀담 대성당으로, 다시 다리를 건너 파리 시청으로.
시청은 관공서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건물을 자랑한다.  
커다란 시계 아래 자유,평등,박애라는 문자가 걸려 있고 창에는 프랑스의 국기가 펄럭인다.
토요일이라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참. 우리가 파리에 있던 날은 토,일,월요일이었는데 월요일까지 국경일이라 (오순절-부활절 후 50일이 되는 날로 성령 강림을 기념하는 날) 문이 열렸는지가 최대 문제였다. 오르셰 미술관은 월요일 휴관, 베르사유도 월요일 휴관, 어디는 공휴일 휴관, 식당도 휴관 및 시간 제한 등 가려는 곳마다 휴관부터 검색해야했다. 자꾸 비교하긴 싫었지만 우리나란 주말이나 공휴일처럼 돈이 되는 날엔 쉬지 않을 것 같은데 휴일 꼬박꼬박 쉬는 관광지라니. 부러웠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기간 동안은 얼마나 야속했는지.




이곳에서 아이스 커피를 잘못시키면 원하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 수 없다.
아메리카노는 카페 알롱제로 말해야 하는데,
잘못하다간 에스프레소나 이런 달달하고 싱거운 커피를 맛보게 된다.  
아쉬웠지만 시원한 맛으로.  




색색의 파이프와 유리로 이루어진 기묘한 외관을 자랑하는 퐁피두 센터.  
파리를 이루고 있는 멋진 건물들 사이에 이런 기괴한 건물이라니.  
파리의 대담함이 엿보인달까. 인상적인 건물임은 분명하다.  
국립 근대 미술관을 비롯해 도서관, 현대 음악연구소, 영화관, 창조공학센터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명동 거리 같은 복잡한 곳을 뚫고 어렵게 찾은 카르나발레 박물관. 공사중이라니...
16세기 저택을 개조해 박물관으로 만든 곳인데 16~19세기 파란만장한 시대가 전시의 내용이라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책자에 특히 프랑스 혁명 관련 자료는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적혀 있어서.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우리는 포기도 쉽다. 어쩔 수 없지.




파리 시내를 걷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이런 패널을 볼 수 있다. 관광지 근처에서는 물론 우리 숙소 근처에서도.
나중에 책자에서 보니 파리시가 파리 문화재가 있는 767곳에 설치했고, 이 패널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적이 있으니 도보 여행의 이정표로 삼아보라는.
근데 읽을 수가 없으니 그냥 패스...




오늘의 쇼핑할 만한 곳으로 찍어둔 마리아주 프레르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차를 수입한 전통의 홍차 가게.  
무려 1,000종류의 홍차를 구경할 수 있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은 교수님께 드릴 선물을, 우리는 시어머님과 할머니께 드릴 선물을 골랐다.
그리고 여행에서 처음으로 우리를 위한 선물로 하나 더 구입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간 기능이 약화되어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는 남편의 건강 문제 때문에 집에서라도 커피를 줄이고 차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잘 모르지만 이것저것 향을 맡아보다가 그냥 이름이 맘에 들어 얼그레이 프로방스라는 차로 선택.  
많이 비싼 건 아니지만 유명한 홍차이기도 하고 파리에서 직접 고른 선물이라 면세점에서 사는 것보다 의미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니, 만족스러웠다.





저녁은 또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이곳에선 대부분 카페 같은 곳에서 피자, 버거, 파스타 등 식사도 함께 할 수 있다. 그래서 커피와 식사를 한번에.
난 그게 너무 좋았다.





저녁 식사를 먹고는 남편과 나는 좀더 둘러보고 돌아가기로 해서 일행과 찢어졌다.
오랜만에 남편과 둘이 돌아다닌 시간.  
왜 파리의 자유는 복잡함을 전제로 할까?  
시골에서, 한적한 곳에서도 자유는 누리는데 왜 자유롭다는 것은 군중이 있음을 전제로 할까?  
홍대에서도, 파리에서도 자유라고 표현하는 것은 왜 그런 맥락일까?
이곳은 실내 공간의 부족을 테이블을 야외로 꺼내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 같아.
그러니 실내 인테리어에 큰 돈을 들일 필요도 없지.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곳은 어디든 들어가보자.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인 보주 광장에 들어섰다.  
벽돌로된 건물들이 직사각형의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아름 언니가 이곳에 가면 꼭 누워서 쉬라더니 정말 이곳 잔디밭에는 다들 누워있었다...
아침에도 느꼈지만 지금도. 잔디밭에서 쉬어야 하는데 하며 또 발걸음을 재촉했다.





발걸음을 옮긴 곳은 혁명의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바스티유 광장.
1789년 7월 14일, 이곳에 있던 바스티유 감옥이 시민의 습격으로 함락됨으로써 프랑스 혁명의 막이 올랐다.
현재는 탑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광장의 중앙에는 7월 혁명으로 목숨을 잃은 파리 시민을 기리는 7월 혁명 기념탑이 서 있고 그 아래에는 7월 혁명과 2월 혁명 희생자들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다.  
광장의 오른쪽에는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오페라 바스티유가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 혁명이 이곳, 파리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물론 세계사적 의미도 있지만) 어떻게 기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낀 하루였다.  
우리에게도 4.19 혁명이, 6월 항쟁이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기념하고 있을까.  
혹시 우리나라에 혁명의 역사,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느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디를 찾아갈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고, 역사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물을 잘 기념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것도 역사의 한 축이지 않을까.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화장실도 들르고. 센 강도 건너고.
소르본 3대학도 지나고.
한국 사람들이 꼭 들른다는 몽쥬 약국도 들러보았다.
검색을 통해 이곳에서 사는 게 저렴하다는, 립밤과 달팡 수분크림을 사볼까 하고 생각하면서.
둘러보자마자 한국인 판매원이 다가와 "뭐 찾으세요?" "여권 가지고 왔어요?" 묻는 말에 당황...
달팡 수분크림, 말을 꺼내자마자 이리 오라더니 구석 한켠에 가득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예산은 어느 정도로 잡고 있어요? 누가 쓸 거예요? 나이 대에 맞게 써야돼요~
생각보다 싸지 않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쏟아지는 판매원의 말을 들으니 조금 더 있다간 예상치 못한 출혈이 있을 것 같아 대충 대답하고 얼른 빠져나왔다. 역시, 동준씨와 훈태씨는 당하고 왔다며 몽쥬약국에서 산 화장품을 한가득 꺼내놓았다.  
다들 준비 철저히 하고 방문하시길.  





예전에 일본에 갔을때 동네 마켓에서 초밥이며 롤, 계란 샌드위치나 푸딩 등을 파는 걸 보고 너무 부럽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마켓에선 파스타, 바게트 샌드위치, 크로아상 등이 종류별로 가득하다.  부러워.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