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41건

  1. 2018.06.10 길었지만, 짧았던 주말.
  2. 2018.06.08 이번 주만 같아라.
  3. 2017.08.04 집에 있는 하루.
  4. 2017.04.20 (뒤늦게) 모처럼 여유로웠던 주말.
  5. 2017.04.06 3월, 새댁.
일상2018. 6. 1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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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서진이와. 부모님과 조카 둘과 함께 사전투표 하러. 

유모차 두 대에 서아는 아기띠로. 대가족 총출동. 

동사무소에 갔는데 투표소는 2층이고, 엘리베이터는 없어서 유모차는 1층에 두고 올라가야 한단다. 

윤아는 내려서 데리고 올라가면 되었지만 잠든 서진이는 깰까봐 꺼낼 수도 없고.

무엇보다 우린 그렇다치고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은 어떻게 투표를 하라는 건지 순간 남편도, 나도 화가 울컥 했다.

윗층에 있던 직원들이 부랴부랴 내려와 사무실로 우릴 안내해주며 아길 봐줄테니 투표하고 오라고 했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길 맡기기도 어렵고 해서 부모님부터 먼저 투표하고 오시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그럼 휠체어 타시는 분들은 투표를 못하나요?"라고 물으니 아무 말이 없다...


이번엔 부모님도 2번은 안 찍으시기로 했다.

1번 찍으실 것 같진 않고 내가 지지하는 정당도 썩 안 내켜하시는 것 같아 2번을 안 찍는 걸로 가족 대화합을 이루자고 했다.

그럼 박근혜 찍은 건 잊어드리겠다며...^^;;;

두분도 그건 좀 아니다 싶으신지, 그 얘길 하면 좀 민망해하신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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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여행에 함께 다녀온 사람들과 뒷풀이. 

서진이도 보여줄 겸, 아니 서진이 때문에 우리 집에서 하기로 하고 포항에서 올라오는 팀은 물회를, 언니들은 코스트코에서 장을 봐오기로 했다.

나도 짬을 내어 (부모님이 서진일 봐주신 시간에) 약선보쌈과 카프레제, 무쌈을 준비.

보쌈 소스는 전에 먹었던 맛 그대로 낼 수 있었지만, 고기가 예쁘게 썰리지 않았고. 카프레제 소스도 아쉬웠지만 그래도 잘 먹어주길 바라며.

사람들과의 만남은 실컷 웃으며, 오랜만에 왁자지껄하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집에서 노는 장점이 있다. 자리가 무르익을 때쯤 다음 술자리로 옮겨야 할지 말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 느슨한, 편한 자세로 놀아도 되고.

큰 웃음소리가 새어나갈까 가끔씩 사람들에게 주의를 줘야하는 건 있지만.

이렇게 여러 명을 집에 초대하긴 처음인데, 괜한 자신감? 같은 게 생겼다. 마루가 좁아 누굴 부르기 불편할 줄 알았는데 괜찮은걸?

다음 번엔 누굴 초대해볼까. 남편은 좀 피곤해하겠지만 벌써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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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동생네와 10시가 넘어 와인 한잔.

서진일 맡기며 친정에서 재워야 하기도 하고 마침 동생네도 온대서 밤에 프랑스에서 사온 와인을 한잔 하기로 했다.

다만, 우리 약속 이후다보니 손님들 가시는 시간을 계속 체크해야했던 게 함정.

역시, 두탕을 뛰는 약속을 잡는 건 서로에게 민폐인 것 같다... 다음엔 꼭 여유있게 잡아야지.


나이가 들수록 동생네가 참 좋다. 바르게, 열심히, 어른스럽게 살고 있는 동생도 좋고, 언제나 든든하고 고마운 올케도 참 좋다.

남편이 술을 안 먹다보니 술 한잔 같이 못하는 게 아쉽기도 하고, 결혼하면서 동생네 따로 밥 한끼 못 사준 게 가끔씩 마음에 걸리기도 해서

서진이 낳기 전에 따로 식사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는데 결국 못하고 말았다. 지금은 부모님께 아이 셋을 맡기고 우리끼리 놀긴 죄송하니.

사실 부모님보다도 동생네와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 싶었는데 

조금 마시다 올케는 아기들 재우러 가고, 아버진 회사 문제로 남편과 둘이 얘기하게 되고. 엄만 재미없어 하시며 동생이랑 얘기 하시다 쫑.

아이들이 얼마나 커야 동생네와 맥주 한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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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점심은 남편 외할머니댁을 찾았다. 아기 보여드릴 때가 됐다 생각했는데, 마침 외삼촌 생신이기도 해서.

시동생도 다행히 시간이 맞아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었다.

서진인 역시. 두시간 반을 크게 칭얼대지 않고 엎치락 뒤치락 뒹굴기도 하고, 삼촌과 아빠 품에서 놀다가 조용히 잠들었다.


가물가물하지만, 어렸을 때 '삼촌이 좋았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어떻게 놀아주셨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삼촌이 우리와 잘 놀아주셨고 예뻐해주셨던 기억만은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서진이가 삼촌과 자주 만나고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외삼촌은 이미 자식이 둘이나 있으니 친해지기가 쉽지 않고.

내가 삼촌에게 받았던 사랑을 서진이도 받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고.

삼촌도 서진이를 통해 조금더 아기를 사랑할 줄 알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고.

삼촌도 결혼해서 아기가 생기면 그럴 기회가 없단다, 서진아~~~ 


Posted by 생숭이
일상2018. 6. 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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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빨리 지나갔다고 느낀 한 주. 

월요일은 오후에 근처 쇼핑몰에 가서 아기 모자와 바지 살겸, 두어시간을 보냈고. 

화요일은 엄마집에 가서 바닥에서 놀게 하고 안고 자고. 오후 늦게 병원에 가 비타민을 사고 필라테스를 미루고.  

수요일은 현충일. 남편과 어디갈까 고민하다가 파주 롯데몰로. (스타필드 갔다가 늘어선 차량에 바로 돌아섰다.) 

목요일은 1차 영유아 검진에, 또 선물살 게 있다는 핑계를 만들어 쇼핑몰에 다녀오고. 

금요일은 엄마도 오셨고, 외출할 일이 있어 아기를 맡기고 오후를 보내고. 

수요일이 빨간 날인게 너무 다행이고 기뻤고. 엄마가 목요일 밤에 올라오셔서 마음이 괜히 더 든든했고. 

모든 사람의 근무가 월화수목금토일 이런 식이면 좋을텐데, 절실히 느낀 한 주. 

덜 힘들고, 덜 외롭고, 덜 지루하다고 느낀 한 주.  

이번 주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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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진이가 많이 컸다고 느낀 한 주였다.  

전엔 우는 서진일 한 명이 안고 방안을 뛰어다니며 달래고, 그 사이 한 명은 빨리 밥을 흡입하고. 그래도 잘 달래지지 않아서 먹는 사람도 체할 것 같고, 달래는 사람도 진땀을 뻘뻘 흘렸던 때가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차에 태워 쇼핑몰에도 가고. 유모차에 앉혀놓고 바라보며 둘이 같이 마주보고 앉아 밥을 먹고. (물론 징징대기에 달래며 먹느라 여유롭진 않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심지어 유모차를 옆에 두고 아.아도 한 잔 했다.  

돌아오며 남편과 이야기했다. 우리 서진이 정말 많이 큰 것 같아...  

요즘 평일 저녁도 아기 마지막 수유를 남편이 하고, 난 저녁 준비를 후다닥 하고. 아기가 쏘서에서 노는 사이, 둘이 저녁을 먹는다.

남편은 이렇게 둘이 밥을 같이 먹는 것만도 '꿈만 같다'고 한다.


1차 영유아 검진 결과도 받았다. 키는 앞에서 11등. 몸무게는 9등.  

하루에 200ml 씩 5번, 1000ml을 꼬박꼬박 먹으니 잘 먹는 아기라는 생각은 했지만 등수가 꽤 높구나. 흠.  

병원에서도 울기는 커녕 한번도 칭얼대지 않아서 의사 선생님이 "편하게 진료했다"고 할 정도였는데, 

집에 와서 범퍼에 눕히자마자 "왜 날 내려놓느냐"며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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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재우고 나오면 9시쯤. 바로 아기 빨래를 하고, 설거지나 젖병을 씻고 소독하고. 집안일 이것저것을 하고.  

그러면 10시반~11시가 되는데 그때부터 주어지는 짧은 나의 시간.  

전같으면 좀 늦게자도 되겠지만 아기가 5시~5시반이면 일어나서, 강제 기상시간이 잡혀있으니 12시엔 자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니 하루 중 뭔가 하고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인 셈. 

하지만 하고싶은 게 너무 많아서, 혹은 그마저도 해야할 일을 하느라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도 읽고 싶고, 밀린 블로그나 사진 업로드도 하고 싶고, 요즘 놓친 기사들도 보고 싶고, 나중에 봐야지 미뤄둔 프로그램도 보고싶고. 

하지만 일주일은 이유식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어떤 날은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거나 알아보고.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을 하다보면 결국 하고싶은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다 오늘같은 날은 '이 정도는 내일 해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해야할 일들보다 지금 내가 하고싶은 일부터 하고 있다. 맥주 한잔에, 오랜만에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일기를 끄집어내 정리하기. 하지만 '아. 이번주 돈 정리는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마음이 너무 안 좋을텐데...'하는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앞으로는 자기 전 <아기 사진 업로드-쓴 돈 정리-일기> 하루 30분 간 투자하기로 마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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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임신을 하고부턴 책은 주로 에세이나 단편 소설을 많이 본 것 같다. 

어려운 책, 생각을 하게 하는 책들은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오래 보지 못했고. 

무엇보다 여행을 가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일상의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등.  

아기를 낳은 후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를 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사람의 생각에 공감하고 내 주변, 일상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에세이가 좋았다. 


얼마 전 김소영씨의 에세이도 사보았는데, 남편인 오상진씨의 책도 발간되었다.  

사실 뭔가 오글오글 할 것 같고, (아내에게 바치는 글인 줄 알았다.) 어디 댓글을 보다보니 하루키 같은 유명작가의 글도 아닌데 왜 일기를 사서 보냐는 말에 사지 않았는데. 서점에 갔다가 책을 발견하곤 한번에 집어들고 말았다. 1년 동안 일기를 매일 썼다는데 매일 어떤 일상을 살았길래 빠짐없이 썼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슬쩍 보니 아내에게 쓴 글이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인게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그를 응원하고 싶었달까.  

어쨌든 오늘 나를 오랜만에 일기를 쓰게 하는 데 성공했으니, 산 게 아깝진 않은 듯.

Posted by 생숭이
일상2017. 8. 4. 13:50

월요일에 집안 일 하다 하루가 다 간 아쉬움이 있어, 오늘은 (크게 할 일이 없어 보였으므로) 집안 일은 손대지 않고 책도 보고 공부도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평상시 같으면 쌓아놓고 넘어갈 몇개 안되는 컵이 눈에 밟히고, 빨래도 쌓이기 전에 오늘 해놓고 싶고, 햇볕이 이렇게 뜨거운데 이불이라도 널고 싶어지는 게 아닌가. 결국 청소기 한번 돌리고, 빨래 개고, 잠옷도 빨고, 설거지도 했다. 인제 집에 눈을 돌리지 말아야지. 그러다 책 몇장 보다 쇼파에서 정신없이 잠들었는데, 하필 그가 잠깐 왔다갔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기분이 영 안 좋아 점심으론 진짬뽕 컵라면 짜장범벅까지 먹었다. 동동아, 미안해.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하는데, 임신한 지금도 우울한 기분을 몸에 안 좋은 음식 먹는 것으로 푸니 아직 엄마 되긴 철이 덜 들었나보다. 

오후에 도서관에 가려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집에 있기로 했다. 인터넷 주문, 은행 업무를 빨리 끝내고 오늘부턴 동영상 강의를 들어볼 참이다. 오늘 하루, 보람있길. 

Posted by 생숭이
일상2017. 4. 20. 14:39

이번 주말은 '길다' 는 느낌이 들었는데, 왜일까. 신랑도 그렇다고 한다. 
주말에 많은 일정이 없어서였을까. 
그래도 이번 주말도 약속된 건 아니었지만 돌아보니 할 일들을 했고, 사람들을 만났다. 

느즈막히 일어나려 했으나 토요일에도 8시쯤 눈이 떠졌던 것 같다. 물론 난 더 잘 수 있었겠지만 신랑 때문에... 
아침 간단히 먹자는 신랑에게 아니다, 핫케이크를 구워줄테니 좀만 기다리라고 하여 그를 잔뜩 위하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내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어서. 난 기름을 안 두르고 약한 불에 익히다보니 핫케이크 몇 장 굽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어머님께 배운 핫케이크 먹는 방법. 핫케이크 세 장, 사이엔 버터를 바르고, 시럽을 뿌리고 계란후라이를 얹어서 베이컨과 함께 
곁들여 내면 어디 브런치 부럽지 않다. 








밥먹고 신랑은 설거지, 나는 청소기를 막 돌리려는데 "띵동". 토요일에도 택배가. 
세상에, 어머님이 이것저것 잔뜩 넣어 보내주셨다. 
엊그제 '나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훈제오리무쌈을 하는 걸 보고 먹고 싶다 생각했다가, 아껴야지 하고 꾹 참았는데 

어머님이 내 머리속을 훤히 보셨나보다. 냉장고 상황도 다 아시는지, 다 떨어져가는 치즈와 베이컨까지. 어머님, 정말 사랑합니다. 








연수원에서 결혼식이 있다해서 따라 나섰다. 그리고 그 전에 호수공원에 들러 벚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일산 근처에 살면서도 벚꽃보러 호수공원에 간 적은 없었다고 했더니 그가 지난주에 갔던 코스(?)대로 가자고 한 것이다. 
10년 넘게 산 나보다 두달 직장 다닌 그가 이 동네는 이제 더 잘 안다. 역시. 대충 오래 사는 것보다 조직생활을 이곳에서 하는 게 훨씬 실속있구나. 

우리 아파트 단지만 해도 벚꽃이 벌써 다 지고 초록잎만 남았는데 이곳은 엊그제 내린 비에도 쌩쌩했다. 늘 벚꽃은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도, 굳이 어디로 '보러가자' 마음먹으면 비가 오고, 그 주말엔 다 떨어져 제대로 벚꽃놀이를 간 적은 없었는데. 









뷔페를 세 접시나 먹었다. 그래도 오늘은 밀가루는 거의 먹지 않았고, 디저트도 딸기만 먹었다. 내가 이런 날도 있다니. 
근처에서 그가 커피 번개를 때렸는데 8~9명 정도는 왔던 것 같다. 난 사진을 많이 봐서 다 낯익고 반가운데 

그들은 내가 처음이겠지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게다가 난 한 사람 한 사람 이름도 다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이름을 다 아냐'고 신기하는 게 '왜 놀라지'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세월호 3주기 촛불에  갔다. 몸도 안 좋으니, 그가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감기 때문에 못 간다고 하려니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오늘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이겠구나, 마냥 들뜨고 신났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려왔다. 
신이 딱 하나의 소원만 들어준다면 아이들이 배에 올라타기 전의 시간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나도 이럴 진대 3년을 버텨온 유가족들의 심정은 차마 가늠조차 어렵다. 다만 함께하고 있음을, 우리가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 밖에. 
3주기를 맞는 이 날도 그런 마음이었고 발언 하나하나에 눈물을 찔끔거렸다. 

안 좋은 몸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일본여행에서 돌아오시는데 신랑이 공항에 가겠다하여 일찍 일어섰다. 
가는 길에 차가 좀 말썽인 것 같아 오는 길에 차가 서진 않을지 신랑이랑 둘이 티는 못 내고 걱정을 참 많이 했는데 다행히 별 일은 없었다. 
예상대로 부모님이 참 좋아하셨다. 특히 아부지가.
''그냥 전화드리면 된다'고 안 나가도 된다고 했는데 가는게 좋겠다고 판단해준 신랑이 새삼 고마웠다. 
하지만 아마도 같은 상황이 오면 난 괜찮다고 하고, 그는 가야하지 않겠냐고 하고 그러다 같이 모시러 가겠지. 
선물 안 사오셨다더니, 초콜렛, 과자, 크림, 클렌징, 파스 많이도 주셨다. 









굳이 정해놓은 일정이 없는 일요일이 얼마만인지. 9시쯤 일어나 그의 체육대회 사진을 같이 보고, 밴드에 댓글들을 보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아침엔 밥이 먹고 싶고 국물도 먹고 싶어서 어머님이 보내주신 나주곰탕으로. 
와, 냉동식품인데도 이렇게 잘 나오다니. 하긴 하나에 6,000원이 넘는다 하니 사실상 곰탕이나 마찬가지. 









어제는 어머님의 사랑을, 오늘은 엄마의 사랑을. 
나이 먹고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나 싶을 정도. 두분 다 우리 형편이 여유롭지 않음을 아시고 신경써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다. 



* 주말에 제일 큰 스트레스는 머리스타일이었다. 금요일에 새 기분 겸 깔끔하게 자른다는 것이 삐죽삐죽 고등학생들이 대충 자른 머리처럼 돼서 

스트레스받다가 일요일에 다른 미용실가서 좀만 다듬고 고데기도 구입했다. 이건 뭐, 세련된 컷트머리도 아니고 이쁜 단발도 아니고. 

촌스럽고 이상한 머리가 되었다. 아. 스트레스.


Posted by 생숭이
일상2017. 4. 6. 13:14


집안 곳곳이 고마움으로 가득하다. 결혼선물을 많이 요구(?)하지 않았는데, 한달을 살고보니 아침마다 내리는 커피, 자주 마시는 커피잔, 아침을 서두르게 만들어주는 벽시계, 밥솥, 오븐 모두 선물받은 것들이다. 보람이는 멀리서 천연 비누와 향을 보내줘 요즘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초를 키고 있고, 카오리상은 일본에서 머그컵을 선물로 가지고 왔다. 고맙기도 하고, 잘 살아야만 할 것 같은 다짐도 생기고. 그래서 결혼선물을 주는거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당연하게 받지 말아야지. 







우리의 아침 밥상. 밥을 차릴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그도 빨리 출근해야 하기에 아침은 간단히 먹기로 했다.

이젠 조금 덜 힘들게 일어나고 피곤함과 졸음에도 익숙해졌다. 

목표는 5시반쯤 이지만 늘, 거의, 대부분 5시 50분쯤 (가끔은 더 늦기도) 겨우 일어나 대충 씻고 빵을 준비하고 사과를 깎는다. 6시 10분쯤 그를 깨워 10분~15분 정도 아침밥을 같이 먹고 나는 6시 40분쯤 먼저 출근길에 나선다. 그도 처음에는 조금 여유롭게 신문도 보고 설거지도 해놓고 출근했으나 요즘은 스터디를 시작해 곧바로 씻고 나서는 것 같다. 


얼마전 '사이 좋은 부부' 관련된 글을 봤는데 아침을 같이 시작하는 게 중요하단다. 다행히 여유롭진 못해도 대부분 아침을 같이 먹긴 하니, 우린 잘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요즘엔 내가 늦게(?) 일어나서 식탁에 앉지도 않고 왔다갔다 하며 사과를 먹거나 그럴 틈도 없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좀만 더 부지런떨어야겠다 다짐해본다. 







3월에 한 요리

그와 처음 식사를 위해 한 요리(?)는 스팸 김치찌개였다. 퇴근 후 부랴부랴 밥을 준비하는 게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는지 뼈저리게 느끼면서, 집에 오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머리 속에서 떠올려본 후 뭘 할 수 있을지 그림을 그려보고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았다. 육수까지 냈고 맛 없기 힘들다는 스팸까지 넣었는데 더럽게 맛이 없었다....... 국물맛도 오묘하여 이게 김치찌개 맛인지 차마 그에게 먹으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였는데 참으로 다행히도 남편은 '먹을만하다'며 밥 한그릇을 다 먹어주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후 아직 김치찌개는 도전을 못 하고 있다. 


쉬는날엔 불고기가 먹고 싶다는 남편을 위해 예전에 배웠던 레시피대로 뚝딱뚝딱 해보았는데짠 게 문제. 불고기를 재웠을 때 양념이 충분하지 않아 보여서 간장 양념을 두어숟갈 더 넣었는데 그 때문인가보다. 기본 정량대로 하고 싱거우면 요리 도중에 간장을 더 넣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그래도 이건 자신감을 떨어뜨릴 정돈 아니었고 추후 과제를 찾는 정도. 그날 남은 불고기는 그가 늦을 때마다 무려 두번이나 더 물을 넣고 떡을 넣어서 불고기 떡볶이를 해먹었다. 한번 먹을 만큼을 세번으로 나눠 먹은 셈.  


그외에는 대부분 아침을 위한 것들이었고 시어머니와 시동생이 찾아왔을 때 멋지게 차려내었으나 사실 내가 한 요리는 계란말이와 닭가슴살 가지말이구이 정도. 메인 요리였던 불고기와 갈비는 다 친정 엄마가 해주셔서 냉동실에 있던 것을 꺼낸 것이다. 주실 때는 '이거 언제먹나' 했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요긴하게 잘 썼다. 불고기 같은 건 시간있을 때 미리 해두어 냉동실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 잘 써먹는다는 엄마 말을 따라 나중에 꼭 그래야겠다 생각...했으나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여튼 다행히 잘 드셔주셨고 칭찬도 받았지만 요리 실력이 아니라 '플래이팅'의 힘이었음을 고백한다.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오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렌지 겸용으로 산 것이었으나 렌지 없었으면 큰일났을 뻔. (햇반 데우는 데 2~30분씩 걸린다는 걸 사고나서 알았으니.) 

란쌤 덕분에 베이킹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없어져서 집에서 머핀인지, 마들렌인지를 만들어보았다. 마들렌 재료와 방법이었는데 굽는 것만 머핀틀에. 난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남편은 그 정돈 아니었나보다. 자주 먹고 싶은데 귀찮아서 더 만들어먹진 못했다. 그왼 계란빵, 계란모닝빵, 프리타타를 해보았는데 사진은 다 그럴듯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느꼈다. 특히 프리타타는 TV, 블로그에서 봤던 것처럼 절대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다. 밥솥 카스테라도 나만 실패한 듯. 둘다 곧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다. 







설거지는 거의 남편의 몫이다. 결혼 전부터 설거지는 잘 할 수 있고, 좋아한다(?)며 본인이 맡겠다고 먼저 자처를 했다. 결혼하고 내가 혼자 먹은 거 말고는 거의 남편이 도맡아 했다. 꼼꼼한 성격처럼 설거지도 나보다 훨씬 깔끔하게 잘 하는 듯.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니 요리할 때도 덜 스트레스 받고, 먹으면서도 '아 이거 언제 또 치우지' 하는 부담이 덜하니 너무너무 좋다. 특히 퇴근하고서 쌓여있는 설거지가 없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초보 주부.

결혼하고 노력한 것은 사소한 것들을 귀찮아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남편이 대충 대충 하는 걸 안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귀찮아하기 시작하면 집이 곧 엉망징창이 될 것을 알기에 어느 정도의 깨끗함과 정돈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 컸던 것 같다. 주방 살림도 좀만 노력하지 않으면 재료들을 오래 보관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게되니 '양파 보관법' '대파 보관법' '버터 보관법'들을 한참 검색했다.  


결국 버터는 저렇게 냉동으로, 양파는 하나하나 랩으로 싸서 비닐팩에 보장.  

시어머님이 알려주신 실리콘 얼음기에 다진 마늘을 넣어둔 건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다. 







3월의 약속 

예전에 비하면 약속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 엄마아빠가 아시면 정말 섭섭해하실 정도로. 

꼭 잡아야 하는 일정들과 봐야할 사람들만 약속을 잡았으니 나름 여유있어 보이지만 희한하게 일정이 있으면 있는대로, 집에 있으면 있는대로 참 바쁘다.  

난 늘 지금 현재보다 더 바빠질 것에 두렵고 불안하다. 







일상에 적응 중. 

나도 3월이 되어 매일 출근하기 시작했고 남편도 연수원 생활을 시작했으니 지난달은 둘다 새 일을 시작한 달인 셈이다. 그리고 연수원 생활은 생각보다 더 많이, 자주 모였고 굉장히 공동체 생활을 강조했기 때문에 평일은 거의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왔다. 미안한 말이지만 평일 저녁을 집에서 차려 먹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 나는 찌개나 국을 뚝딱 끓일 실력이 안되니)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나는 혼자 저녁을 먹는 일이 종종 있었다. 예전같으면 '그럼 나도 밖에서' 생각하며 없던 약속도 잡아서 먹고 왔겠지만 사실 저녁만 먹고 헤어지기가 어디 쉽나. 저녁을 먹으면 술을 한잔 하든, 차를 한잔 하든 해야하니 그러긴 또 귀찮고 해서 집에 바로 오게 되었다.  

대부분 혼자 먹는 저녁은 볶음 라면과 떡볶이가 주 메뉴였다. 어떤 날은 연속으로 3일을 볶음라면을 해먹었고, 남은 불고기로 떡볶이를 해먹거나 사와서 먹거나 먹고 들어오거나. 한동안 고정이던 몸무게는 결국 1.5kg가 더 찌고 말았다.  


출퇴근길은 90% 지하철에 서 있어야 한다. 아침에는 졸려서 힘들고, 특히 가만히 서 있다가 내릴 때는 다리가 저리고 휘청거릴 정도로 몸이 힘들다. 엊그제 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당연히 그날도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을 타면서 문득 '아 일하고 퇴근하는 길도 이렇게 서서 가야 하다니' 생각이 들어 서글프기까지 했다. 예전에 7시 넘어 퇴근할때도, 지금 5시에 퇴근하다가 이제는 4시에 퇴근하게 되었는데도 늘 서서 가니. 이건 어떻게 대책을 세울 수 없는 건가. 다들 야근하고 산다는데 이럴 땐 야근은 누가 하는 건가 생각이 든다.  







엄마가 뭔지.

결혼 준비 기간 내내 엄마의 가장 큰 고민과 걱정은 '이바지 음식'이었다. 주문하자니 비싸기도 하고, 양은 너무 많을 것 같고, 비싼 거에 비해 실속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옆에서 내가 도울테니 직접 하시는 게 가격이나 여러 면에서 낫지 않겠냐고 부추겼는데 나중엔 그렇게 말했던 게 죄송할 정도로 엄마의 부담이 참 크셨던 것 같다. 일주일 전부터는 자다 깨면 전 종류를 검색해보고, 이바지 떡 종류 검색해보고. 일주일 동안 핸드폰을 놓지 않으셨을 정도. 엄마의 이바지 음식은 보기도 그렇지만 맛도 너무너무 훌륭했다. 무엇보다 엄마의 노력과 정성과 고생이 다 보여서 시댁에 가서 뚜껑을 여는 순간 괜히 눈물이 찔끔 할뻔 했다.


어느 주말엔 갖다 놓을 게 있어서 잠깐 들른 거였는데 곧 나간다 하니, 점심 약속이냐, 그건 아니다 했더니 얼른 밥 먹고 가라며 5분만에 소고기를 구워주시고 김치찌개를 데워주셨다. 캬~ 김치찌개는 이맛인데.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결혼하니 좋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사람들은 보통 뭐라고 대답하지. 좋은 건 뭐고 안 좋은 건 뭐지. 그냥 보통은 재미로 "생각보다 힘드네요" 하고 넘기긴 한다.  


집에 있으면 참 바쁘다. 퇴근 후 바로 집에 가면 여유롭게 저녁을 보낼 것 같지만 빨래는 늘 있고, 해놓으면 개놓을 것도 많고, 와이셔츠를 맡기건 다리건 해야하고, 쇼파에 누운듯 앉아 TV를 보는 일이 거의 드물 정도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많은 일들이 사실은 그동안 엄마가 묵묵히 해오셨던 일들이었구나 느끼게 되었으니, 나도 결혼하고야 철이 들었나보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둘이 배탈 설사로 골골 대고 있을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에는 아프면 방에 들어가 누워만 있으면 엄마가 다 알아서 죽도 해주시고 약도 챙겨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챙겨먹어야 하고 아프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고, 나 뿐 아니라 남편의 보호자로서 그의 건강도 챙겨야 하는구나. (물론 남편도 나의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하겠지) 이제 내가 몸 편한 시간들은 다 끝났구나, 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은 결혼 1달.  무엇보다 결혼하고 아쉬운 건 엄마의 음식을 자주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남자만 엄마의 음식이 그리운 게 아니었다. 특별한 요리나 별미가 아니라, 엄마가 반찬이 없다며 끓여주시던 김치찌개, 우렁 넣고 끓이시는 된장찌개가 제일 먹고 싶다. 


3월 말이 되어서야 둘만의 시간을 좀 갖게 되었다. 물론 얼굴을 못 볼 정도로 바쁘게 산 건 아니지만 늘 분주했고 여유롭지가 못했다.  3월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그가 맛있다고 한 곳에서 저녁을 먹기도 했고, 파주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고, 지난주 일요일엔 도서관에 가서 각자 책을 보았다. 난 이런 시간이 참 좋다. 각자 쓸모있는 일을 하면서도, 함께 있는.  

엊그제는 오바해서 정말 1년에 특별한 날만 갈만한 일식집에서 회를 먹었다. 여행을 가려다 안 갔으니 그 돈으로 먹자는 생각을 애써 해보았지만 좀 오바긴 했다. 다음에는 내가 몹시 아프거나 힘들 때, 혹은 가족 행사가 있을때만 오자고 다짐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비싸고 맛 없으면 화 나지만 비싸고 맛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위안하면서. 

올해도 남편은 바쁜 와중에도, 피곤에 절어서 집에 오면서도 화이트데이를 잊지 않았다. 편의점에 파는 거여도 생각해서 사오는 성의가 참 좋다. 








세상에, 드디어, 결국,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뉴스를 보면서도 얼떨떨.  

사실 대통령 퇴진 구호는 오래 전부터 들었던 구호였는데 외치면서도 늘 생각했다. 이게 가능한 구호인가, 그냥 선동적인 구호인가. 그러면서도 퇴진시킬 만하니 그런 의미다라며 스스로 생각했었다.  

정말 국민들의 힘으로 잘못하고 있는 대통령을 파면시킬 수 있구나, 조기 대선을 만들 수 있구나 생각에 벅찬 마음도 들고, 통쾌하기도 하고, 괜시리 씁쓸하기도 하고, 대통령이라도 죄를 졌으면 감옥에 간다는 상식이 작동하는 것 같아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다 오래된 일들 같은데 불과 몇년 안된, 다 박근혜 임기에 있었던 일들이라 생각하니 기가 막히고. 그 다음은 우병우인가 생각하다가 아니다, 이 와중에 맘 놓고 있을 MB가 생각나 또 화가 나고.  


추운 겨울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마음 훈훈하고 가슴 뜨거웠던 겨울. 이젠 정말 봄을 맞이할 준비를.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