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늦게 들었고, 새벽에도 여러번 깨다보니 오늘은 늦게 일어났다. 병원에 입원한 후로 새벽에 잠을 계속 설치긴 했어도 7시반~8시 사이에는 일어났는데 (아침을 8시에 주니) 오늘은 늦잠을 자기로 마음먹고 밥을 갖다줬는데도 9시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낮에는 방이 너무 더워서 보일러를 꺼두고 있는데 밤에도 키지 않고 잤더니 아침엔 조금 선선한 느낌이 들었다. 낮에는 끄고, 자기 전엔 꼭 키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야 지금이 딱 좋지만 "산모는 따뜻하게 있어야 한다. 안그러면 산후풍 온다"는 협박같은 조언을 하도 많이 듣기도 했고, 동동이도 매일 방에 오니까. 

9시 반쯤, 실밥 뽑으러 내려오라는 전화가 와서 부랴부랴 이 닦고 대충 씻고 2층으로 갔다. 초음파를 보시더니 자궁도 깨끗하다고 하셨고, 상처도 작다며. 실밥도 순식간에 뽑으셔서 간호사에게 "실밥 뽑은 거예요?" 물어보기까지 했다. (옛날에 꼬맸을 땐 실밥 뽑는 것도 아팠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나보다.) 한달 뒤에 초음파 및 자궁암 검사를 위해 다시 오라고 하셨다. 

4월 중반부터 동동이 태어나기까지 약 9개월을 매월 혹은 격주로 진료를 받으며 원장쌤을 봐왔다. 쿨하게 답하시고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덕분에 마음 편히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기도 했고, 당일에는 수술이라는 빠른 결정을 해주셨고 또 무사히 수술도 잘 끝났으니 감사의 마음으로 작은 선물을 드리고 나왔다. 걱정쟁이인 나는 '뒤에 환자가 많아서 드리는 게 민망하면 어떡하지'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시면 어떡하지' 걱정했으나 다행히 앞뒤로 환자도 없었고 선생님도 웃으면서 잘 먹겠다고 받아주셔서 기분좋게 돌아섰다. 간호사에겐 너무 작은 걸 줬나 싶어 조금 미안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전해졌겠지...

10시 좀 넘어 방에 도착. 11시에는 동동이를 방에 데려와야 하니, 못 먹은 아침과 간식까지 얼른 챙겨먹었다. 

10시 50분쯤, 마침 동동이가 배고파하기도 하고 모자동실 시간이라 처음으로 방에서 수유했다. 수유실에선 그렇게 5분 빨고 잠이 들어 고생하는데, 방에 왔더니 10분 정도 빨기도 하고 재우려고 눕혔더니 금새 깨서 또 물리기도 하고. 모자동실 1시간 동안 물렸다 안았다 눕혔다 다시 물렸다 하면서 바쁘게 보냈다. 이리저리 안았더니 얼굴이 더 건조해져서 괜시리 미안했다...  

12시쯤 되니 또 점심. 어제부턴 입맛이 별로 없어서 밥을 계속 반 정도 남기고 있다. 반찬들이 물린 건지, 정말 입맛이 없는 건지. 그래도 수유할 땐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골고루 먹으려고 하고 있고 모유엔 국물이 좋다고 하니, 국물은 빠짐없이 들이키고 있다. 다행히 점심엔 어머님표 하이라이스로 많이 먹은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카레보다 하이라이스를 더 좋아하긴 했지만 우리 어머님표 하이라이스는 좀더 특별하다. 고기도 많고 야채도 많고, 요리라고 내놓아도 괜찮을 정도로 재료가 풍성히 들어가 있는 하이라이스. 조리원 식사에 질릴까봐 반찬이며 하이라이스까지 챙겨주시는 시어머님이라니. 

점심 먹자마자 1시쯤 두피피부마사지 하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전에 진숙언니가 족욕이 그렇게 좋다며 집에 작은 족욕기 하나 사라고 해서 솔깃한 적이 있는데, 족욕 20분 정도 했더니 땀도 나고, 수술후 발바닥이며 종아리가 엄청 건조해졌는데 꽤 좋아졌다. 정말 하나 살까... 

얼굴에 이것저것 발라주면서 피부마사지를 하더니, 

"원래 피부가 예민하세요?" 

"네. 뭐 닿으면 빨갛게 부어올라요"

"제가 뭐 했다고 얼굴이 빨갛게... 누가 보면 얼굴 맞은 줄 알겠어요." 

몰랐던 사실 하나는, 그동안 머리감을 때 한움큼씩 빠지던 머리카락들이 임신하고 별로 안 빠지길래 뭔가 두피가 좋아졌나 했는데 임신하면 호르몬 때문에 원래 그런 것이란다. 대신 출산하고 100일쯤 지나면 2~3배 더 빠질 거라며...;;;;; 가끔씩 보이는 새치라도 소중히 여기고 뽑지 말아야겠다... 

방에 돌아오자마자 유축. 오늘은 좀더 늘었다. 


유축하고 갖다주니 간식타임. 마침 출장간 신랑이 전화가 와서 엄청 반가웠다. 어제 다녀갔는데도 며칠은 지난 듯, 벌써 많이 보고싶다. 신랑과 통화를 끊자마자 간식을 대충 입에 넣고 3시반 이유식 강의를 들으러 다녀왔다. 아직 먼 얘기 같긴 하지만, 나중에 또 처음부터 다 찾아보게 되긴 하겠지만 들어서 나쁠 건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빨리 이유식 먹을 시기가 되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강의 끝나고 돌아와선 침대에 잠시 누웠다. 그러고보니 오늘 A형 간염 주사도 맞았는데, 뻐근하고 피곤할테니 무리하지 말고 쉬라는 이야길 듣기도 했고, 오후엔 족욕도 하고 마사지도 받으니 나른하기도 했고 강의까지 듣고 나니 피곤이 확 몰려왔다. 1시간쯤 잤나, 유방실장님이 오셔서 가슴을 만져주셨다. 어제처럼 마사지도 해주시고 좋은 가슴이라며 칭찬도 해주시고. 오른쪽보다 왼쪽이 젖이 덜 나온다고 했더니 뭔가를 뚫어서 잘 나오게도 해주시고. 뜨거운 수건으로 가슴 전체를 마사지해주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니 바로 저녁 식사가 왔고, 반쯤 먹었을 때쯤 동동이 수유콜이 왔다. 평소 같으면 밥을 다 먹는 걸 기본으로 하고 동동이는 보충하라고 했을텐데 오늘은 시간맞춰 먹여보고 싶어서 밥상을 물리고 동동이에게 다녀왔다. 배고팠는지 왼쪽을 10분 정도 열심히 빨더니 또 숙면에 들어간 동동이... 다음 타임엔 트림 하는 자세랑 풋볼 자세를 물어보고 배워와야겠다. 

오키에게 물어보니 아기들은 수유하면 금방 잠들고 잘 안 깬다며 생후 한달 정도까지는 수유텀이라는 게 없을 정도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 집에 데려가도 이렇게 수유하다 잠들면 어떻게 깨우나 걱정했는데 집에선 오히려 잠들면 재우는 걸로. 그러다 일어나면 또 주면 되지... 

저녁엔 블로그 하고, 책 보다 기다리던 감빵생활을 보고 잠들어야겠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