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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대 멘붕이 온 날이었다.

모자동실 시간에 서진일 데려왔는데 오늘도 눈을 말똥말똥. 어젠 안아주면 곧 잠들더니 오늘은 잠들지도 않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길래 응가를 했나 싶어서 기저귀를 보니 깨끗. 연습삼아 기저귀나 한번 갈아줄 요량으로 기저귀를 빼서 새 기저귀를 가져오는 순간, 서진이가 쉬를 하고 있었다! 배냇저고리와 속사개 두개가 다 흠뻑 젖어서 신생아실에 전화를 했더니 데려오라고 한다. 기저귀만 채워서 데려다주려 했더니, 이번엔 서진이가 응가를 하고 있다! 이미 배냇저고리에 싸버린 탓에 등에도 묻고 허우적 대다 양말에도 묻고. 어설프게 기저귀 채우려다 그 위에 더 싸는 바람에 기저귀 하나는 이미 버리고. 아무래도 기저귀만 채워서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바로 와주셨다. 오시더니 응급환자를 데려가듯이 속싸개 전체를 안고서 바로 데리고 가심... 

아, 너무 놀래고 멘붕이 와서 서진이가 가고 나서 10분은 드러누워 있었다. 조리원 있는 동안은 웬만하면 기저귀 가는 건 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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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리원 기간 1회 포함되어 있는 경혈마사지를 받았다. 전신을 40분 정도 받았는데 좀 짧은 느낌은 들었으나 그래도 좋았다. 임신한 이후 처음(9개월?)으로 엎드려 보기도. 어깨나 등이 시원한 것도 좋았고, 임신했을 때 아팠던 엉덩이랑 고관절 근육 등이 아직도 아파서 옆으로 돌아눕는 게 여전히 힘든데 빨리 풀어주고 싶다. 아, 오늘은 드디어 수술 후 처음 샤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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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은 아이 단계별 성장. 주되게는 조리원 후 아기를 대하는 법? 

몇가지 기억할 내용은, 

- 낑낑 거리며 우는 건 소화가 잘 안되고 있어요, 라는 뜻. 좀 세워서(반듯하게 안아서) 트림을 시켜줘야 한다.

- 아기가 약 9개월 동안 자궁 속에 있었기 때문에 속싸개는 자궁 속에 있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보통 한달 정도 하는데 자주 자지러지게 울거나 적응을 못하면 2~3개월까지 속싸개를 해줘도 좋다. 아니면 한쪽 팔씩 서서히 빼는 것도 좋다. (단, 낮에 놀 때는 좀 풀어줘도 된다.)

- 아기는 그동안 자궁 속에서 부력으로 떠 있다가 태어나면서 중력을 느낀다. 반듯하게 누워 있으면 중력으로 인해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럴 땐 옆으로 안아주거나 살짝 옆으로 눕게 하는 것이 좋다. 수유쿠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 자궁 속에서는 엄마가 활동하면서 느끼는 소음들을 그대로 느끼고 살았는데 태어나고 집에서 조용하면 불안할 수 있다. (밤에는 조용해도 된다.) 태교음악도 마찬가지. 엄마 뱃속에서는 태교음악을 들으며 지냈기 때문에 태교음악을 틀어주면서 1,20분 안아주다 내려놓는 게 좋다. (잠들고 나자마자 바로 눕히지 말고 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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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히 피곤하고 기운없는 날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닌데도 기분이나 몸이 축축 처지기도 했고 수유하거나 교육받고 돌아오면 바로 뻗어서 30분 정도 잠들었다 깨었다. 우울까진 아닌데 괜한 허전함도. 블로그를 쓰거나 뭘 검색하는 등 뭔가에 집중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곤 했었는데 오늘은 뭘 하는 것도 기운이 없는 날이었다. 일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내일은 주말이니 좀 더 즐겁게 보내봐야겠다... 



오늘도 밥은 잘 나오고, 간식, 야식도. 어머님이 "퇴원하면 무지 그리울 남의 손 반찬"이라고 하신 만큼, 좀더 잘 먹어야지...




근린공원 풍경이 새롭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랑 손 잡고 열심히 운동했던 곳인데, 갈 수 없어서 그런가 가까이 있는데도 더 멀게 느껴진다. 요 며칠은 날씨가 좀 풀렸는지 곳곳에 쌓여있던 눈도 많이 녹았나보다. 2주 정도 병원 안에만 있다보니 찬 바람도, 공원의 우레탄 촉감도 느껴보고 싶다. 




오늘은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좀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얼굴이 하얗게 필 때면 피부가 선천적으로 건조한 건지 걱정이 확. 결국 가습기는 좀 좋은 것으로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서진이도 그렇지만 나도, 신랑도 피부가 건조한 편이니까. 오늘은 실장님이 서진이가 몸무게도 늘었다 해서 기분이 좋았다. 아까 서진이가 응가를 하는 그 멘붕의 순간에도 물똥이 아닌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나도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나보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