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7. 4. 20. 14:39

이번 주말은 '길다' 는 느낌이 들었는데, 왜일까. 신랑도 그렇다고 한다. 
주말에 많은 일정이 없어서였을까. 
그래도 이번 주말도 약속된 건 아니었지만 돌아보니 할 일들을 했고, 사람들을 만났다. 

느즈막히 일어나려 했으나 토요일에도 8시쯤 눈이 떠졌던 것 같다. 물론 난 더 잘 수 있었겠지만 신랑 때문에... 
아침 간단히 먹자는 신랑에게 아니다, 핫케이크를 구워줄테니 좀만 기다리라고 하여 그를 잔뜩 위하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내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어서. 난 기름을 안 두르고 약한 불에 익히다보니 핫케이크 몇 장 굽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어머님께 배운 핫케이크 먹는 방법. 핫케이크 세 장, 사이엔 버터를 바르고, 시럽을 뿌리고 계란후라이를 얹어서 베이컨과 함께 
곁들여 내면 어디 브런치 부럽지 않다. 








밥먹고 신랑은 설거지, 나는 청소기를 막 돌리려는데 "띵동". 토요일에도 택배가. 
세상에, 어머님이 이것저것 잔뜩 넣어 보내주셨다. 
엊그제 '나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훈제오리무쌈을 하는 걸 보고 먹고 싶다 생각했다가, 아껴야지 하고 꾹 참았는데 

어머님이 내 머리속을 훤히 보셨나보다. 냉장고 상황도 다 아시는지, 다 떨어져가는 치즈와 베이컨까지. 어머님, 정말 사랑합니다. 








연수원에서 결혼식이 있다해서 따라 나섰다. 그리고 그 전에 호수공원에 들러 벚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일산 근처에 살면서도 벚꽃보러 호수공원에 간 적은 없었다고 했더니 그가 지난주에 갔던 코스(?)대로 가자고 한 것이다. 
10년 넘게 산 나보다 두달 직장 다닌 그가 이 동네는 이제 더 잘 안다. 역시. 대충 오래 사는 것보다 조직생활을 이곳에서 하는 게 훨씬 실속있구나. 

우리 아파트 단지만 해도 벚꽃이 벌써 다 지고 초록잎만 남았는데 이곳은 엊그제 내린 비에도 쌩쌩했다. 늘 벚꽃은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도, 굳이 어디로 '보러가자' 마음먹으면 비가 오고, 그 주말엔 다 떨어져 제대로 벚꽃놀이를 간 적은 없었는데. 









뷔페를 세 접시나 먹었다. 그래도 오늘은 밀가루는 거의 먹지 않았고, 디저트도 딸기만 먹었다. 내가 이런 날도 있다니. 
근처에서 그가 커피 번개를 때렸는데 8~9명 정도는 왔던 것 같다. 난 사진을 많이 봐서 다 낯익고 반가운데 

그들은 내가 처음이겠지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게다가 난 한 사람 한 사람 이름도 다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이름을 다 아냐'고 신기하는 게 '왜 놀라지'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세월호 3주기 촛불에  갔다. 몸도 안 좋으니, 그가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감기 때문에 못 간다고 하려니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오늘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이겠구나, 마냥 들뜨고 신났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려왔다. 
신이 딱 하나의 소원만 들어준다면 아이들이 배에 올라타기 전의 시간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나도 이럴 진대 3년을 버텨온 유가족들의 심정은 차마 가늠조차 어렵다. 다만 함께하고 있음을, 우리가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 밖에. 
3주기를 맞는 이 날도 그런 마음이었고 발언 하나하나에 눈물을 찔끔거렸다. 

안 좋은 몸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일본여행에서 돌아오시는데 신랑이 공항에 가겠다하여 일찍 일어섰다. 
가는 길에 차가 좀 말썽인 것 같아 오는 길에 차가 서진 않을지 신랑이랑 둘이 티는 못 내고 걱정을 참 많이 했는데 다행히 별 일은 없었다. 
예상대로 부모님이 참 좋아하셨다. 특히 아부지가.
''그냥 전화드리면 된다'고 안 나가도 된다고 했는데 가는게 좋겠다고 판단해준 신랑이 새삼 고마웠다. 
하지만 아마도 같은 상황이 오면 난 괜찮다고 하고, 그는 가야하지 않겠냐고 하고 그러다 같이 모시러 가겠지. 
선물 안 사오셨다더니, 초콜렛, 과자, 크림, 클렌징, 파스 많이도 주셨다. 









굳이 정해놓은 일정이 없는 일요일이 얼마만인지. 9시쯤 일어나 그의 체육대회 사진을 같이 보고, 밴드에 댓글들을 보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아침엔 밥이 먹고 싶고 국물도 먹고 싶어서 어머님이 보내주신 나주곰탕으로. 
와, 냉동식품인데도 이렇게 잘 나오다니. 하긴 하나에 6,000원이 넘는다 하니 사실상 곰탕이나 마찬가지. 









어제는 어머님의 사랑을, 오늘은 엄마의 사랑을. 
나이 먹고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나 싶을 정도. 두분 다 우리 형편이 여유롭지 않음을 아시고 신경써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다. 



* 주말에 제일 큰 스트레스는 머리스타일이었다. 금요일에 새 기분 겸 깔끔하게 자른다는 것이 삐죽삐죽 고등학생들이 대충 자른 머리처럼 돼서 

스트레스받다가 일요일에 다른 미용실가서 좀만 다듬고 고데기도 구입했다. 이건 뭐, 세련된 컷트머리도 아니고 이쁜 단발도 아니고. 

촌스럽고 이상한 머리가 되었다. 아. 스트레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