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0. 4. 20. 01:43


‘선거철이 되니 또 북풍으로 몰아가는 것도 이제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도 참 고루할 정도다. 하지만 어김없이 북풍은 등장했다.

사고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던 국방부에서 ‘드디어’ 외부 충격에 의한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 그래도 '북이 한 것 같다'고 추측성 기사를 내놓던 언론들과 보수세력들은 물증만 잡히면 당장 전쟁이라도 벌일 기세다. 

내가 기가 막혔던 것은 먼저 북의 과학 기술에 대한 지나친 '신비감'과 '환상'이다. 북이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되있다고 해도 어뢰를 쏘고 도망갔다? SF영화에서나 나올 과학기술력이다. 게다가 시기는 한미군사훈련 중. 즉 당장이라도 북을 공격할 태세로 준 전시상황과도 같은 시기에, 북의 잠수함이 남쪽으로 내려와 어뢰를 쏘고 도망갔다니. 납득할 수 없기도 하지만 백번 양보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국방력은 세계적 망신감이다.

게다가 더 기가 막힌 건 가만히 있는 북에게, 그것도 이제는 공식적 입장으로 '안 했다'는 나라에 대놓고 '니네가 했지' 몰아가는 게 국가적으로, 외교적으로, 상식적으로 가능이나 한가.

북이 한민족이라는 저들에게 생각해본적도 없는 논리를 백번 양보해 북은 ‘다른 나라’라고 치자. 명백히 다른 나라에게 과학적 증거도, 물증도, 정황도 없이 ‘니네가 쐈다’고 단언하며 몰아갈 수 있겠는가. 조용히 있는 옆 나라 일본에게 ‘니네가 쐈지’라며 몰아간다면 일본이 가만히 있겠는가. 이건 일본 총리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것보다 더 큰 국가 도발행위다.

북에 대해 안좋은 입장을 가지고 계시는 우리 아부지도 그간의 언론들을 보면서 이레 저레 못 믿는 건 '우리 정부'라고 말씀하신다. 


민중의 소리 기사  http://www.vop.co.kr/A00000290507.html
... 김 사무처장은 “군인 46명이 국가의 공식적인 활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중차대한 사건”이라며 “사실상 국군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퇴진할 정도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며 거룩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김 사무처장은 “정부와 정치세력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군 관계자들도 군법회의 회부감”이라고 성토했다.

김 사무처장은 “천안함 사고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가 나라의 안위도 책임질 수 없는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명쾌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에서 발생한 문제는 원인이 무엇이든 큰 파장을 갖게 되어 있다. 그리고 군 내부에서도 군의 지휘, 경계, 통제체계의 헛점이 드러나 책임론, 징계문제, 국가안보 문제 등 많은 문제가 걸려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무작정 북을 지목해 전쟁이라도 치루자는 건 천안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일도, 진상규명으로 그들의 죽음에 명예를 주는 일도 아니다. 

정부는 먼저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 미국의 입장은 왜 북이 하지 않은 것 같다에서 북이 했다면 6자회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바뀌었는지, 사고 시간과 신고 시간 사이의 시간 차는 왜 생긴 건지,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왜 구조되자마자 생존자들 휴대전화를 회수하라는 명령을 내린건지...

많은 의혹들을 진상규명하는 일만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천안함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