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보고2018. 7. 12. 10:03

시험 기간이 되면 다른 짓을 유난히 많이 하고 싶은 것처럼 육아로 ‘내 시간’이 제일 없는 요즘,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이 너무너무 하고 싶다. 책을 한 권 살때마다 “책 읽을 시간이 있어?”라는 말을 꼭 듣게 되지만 그래서 한 권을 읽을 때의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자극’을 주는 책만 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독서법, 책이 좋은 이유 등 책에 관한 책이나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글쓰기 책만 더 찾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하고 싶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커지고 시간은 안 나니 스트레스만 더 커지고 있다. 루틴을 잡기 쉽지 않은 생활패턴이니 ‘시간대’를 정해서 하기보다 하루에 틈나는 대로 책을 잡고,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다.

여튼 이번에도 글쓰기를 자극하는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었다. 전부터 제목이 눈에 띄었는데 저자가 김민식 PD여서 (그 전에 김민식 PD의 책을 읽었던 터라)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다.마침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한 권이 남아있어서 엄마가 집안일 하라고 아기를 봐주시는 틈에 도서관부터 직행. (엄마 미안해요.)


문체는 대화체로 가볍지만 자극이 될만한, 기억하고 싶은 곳에 표시를 해두었더니 꽤 많이 표시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에 블로그를 다시 하면서, ‘나는 이걸 왜 하는 걸까’ ‘이 시간에 책을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블로그 글 하나 올리는데 이렇게 시간을 쓰는게 아까운 건 아닐까’ ‘이렇게 포스팅 해놓으면 무슨 보람이 있을까’... 블로그를 하면서도 괜시리 시간을 아깝게 보내는 것처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더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물론 오상진이나 김민식PD처럼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이 사람들은 새벽에) 글을 쓴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아기가 5시에 일어나니 글을 쓰려면 4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알람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꾸준히, 성실하게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일상을 좀더 특별하게 생각하고, 사소한 일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될 것 같아 내일이 조금더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육아란 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몸이 피곤하고 아기가 내 맘대로 안되고 어렵고 이런 문제도 있지만 생각보다 지루하고, 일상이 단조로우며 심심하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종일 한가하지 않지만!!) 그래서 아침이 되어도 오늘 하루에 기대되는 게 크게 없고, 내일도 똑같다는 게 한숨이 나올 때도 많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보면 평범했던 내 하루하루가 ‘그래도 이런 걸 느끼며 보냈구나’ ‘이런 재미도 있구나’ 돌아봐지기도 하고, 하루종일 아기 때문에 지치다가도 글을 올리고 사진을 고르다보면 아기 모습에 미소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덕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사진을 고르는 요즘의 내 취미가 시간을 잡아먹는게 아니라 내 일상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해주고 활력을 준다는 확신을 받아 기분이 좋아졌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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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블로그를 통해 하루하루 나의 삶을 응원하며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합니다. 자랑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알립니다. 저 자신을 칭찬하고 토닥여줍니다. 

... 그러면서 조금씩 인생이 즐거워지고 표정이 밝아졌어요. 블로그에서 자랑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채우려고 노력합니다. 독서나 여행, 영화감상 등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삶이 즐거워졌어요. 

블로그는 언제 어디서나 내 곁을 지켜주고,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든든한 친구입니다. -53p


글을 매일 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계속 강조했듯이, 하루하루의 삶이 즐거워야 합니다.

매일의 일상을 즐거움으로 채워야 합니다. 독서가 즐거워야 리뷰를 쓰고, 여행이 즐거워야 여행 이야기를 쓰고, 영화를 재미나게 봐야 설득력 있는 감상문이 나옵니다.

하루하루를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우고, 그 일상의 행복을 나누는 것이 블로그를 하는 자세입니다. -127p


드라마PD가 블로그에 빠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시대를 뛰어넘는 활자의 힘 때문입니다. 딸들이 먼 훗날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다 우연히 내 블로그를 만나고, 해묵은 나의 글줄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면,

내 블로그 곳곳에 숨겨놓은 자신들의 아기 시절 사진 속에서, 자신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특별할 것 없는 글 속에서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만 있다면... 

시공을 초월하는 메시지의 힘, 그것이 제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입니다. -154p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