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쑥2017. 8. 3. 13:41

결혼하고 처음 맞은 생일.
주위 사람들 보니 아내 생일날 미역국들은 끓여주더라며,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불렀다. 생일 전날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기분도 안 좋고 컨디션도 안 좋아서 하루종일 다운되어 있길래 별말 안했는데, 생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샤워하고 옷을 차려입더니 편의점에 가서 3분 미역국과 햇반을 사가지고 왔다. 
그리곤 봉사활동때 했다며 계란말이에, 케찹으로 이니셜까지. 
정성껏 끓인 건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여 차려준 생일상에 감동. 
이제 엄마 말고 미역국 챙겨주는 남편이 있구나 생각에 새로운 기분까지 들었다. 




저녁엔 시어머님이 결혼 후 맞는 첫 생일이라며 우리 부모님까지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거하게 먹을 게 예상되므로 점심은 가볍게 먹기로. 가벼운 식사는 브런치지 하는 생각으로 일산 브런치 맛집을 또 엄청 검색해 찾아갔더니 한 곳은 없어졌고, 땡볕을 걸어 마마스와 비슷하다는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밖에서 사먹는 프렌치토스트와 핫케이크를 먹고 싶었는데 핫케이크는 없으니 패스. 프렌치토스트 세트와 파니니, 커피 한잔과 토마토 쥬스를 주문했더니 3만원 가까이... 이 정도면 가벼운 브런치가 아니라 둘이 파스타는 먹을 정도의 거한 식사가 아닌가... 
생일 선물로 받은 폴바셋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니 점심과 디저트까지 거하게 해결했다. 

생일의 메인은 시어머님과 우리 부모님과 함께 한 저녁식사였는데, 어려운 자리니만큼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시어머님이 부모님께 "딸을 낳아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하시며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고 하셨던것 같은데 와, 감동. 난 정말 가족복은 있나보다 생각하며, 이렇게까지 축하를 받아도 되는 건지 몸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중식당에서, 오랜만에 돈 걱정 없이 맛있는 요리들로 배를 채우니 그게 젤 행복. 마지막에 시킨 짬뽕도 참 맛있었는데, 더 먹을 수 있었지만 다들 배불러 하시고 자리도 정리 분위기라 남기고 온 게 며칠동안 두고두고 아쉬웠다. 

늘 해마다 반복되는 생일인데, 올핸 새 가족과 함께 했고, 동동이도 있어서 뭔가 특별하고 새롭게 느껴지는 생일이었다. 특히 어머님이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내가 이렇게 소중한 사람일 수 있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고. 라면도 잘 안 끓이는 남편이 부엌에서 아침밥상을 차려주는 생일과 저녁엔 동생네와 함께 케잌까지 준비해주니, 가족에게 정말 듬뿍 축하받은 생일이었다.

한편으론 괜한 허전함도 있었다. 임신 등등 때문에 활동을 많이 못하다보니,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에게선 축하를 받았지만 정작 한때 많은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에겐 연락이 없었다. 절대절대, 서운하거나 섭섭한 감정은 없는데, 다만 한 공간에 있지 않으면 안부나 생일이나 챙기지 않아진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이 괜시리 마음을 허하게 했다. 그래도 올핸, 가족에게 받은 축하만으로도 과분한 걸로.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