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바람/프랑스여행2018. 7. 10. 22:29

11시에 같이 만나 출발하기로 했는데 7시쯤 눈이 떠진 우리는 근처 산책을 다녀왔다.  
드디어 프랑스에 왔구나 하나하나 실감하면서. 알듯 말듯한 간판들을 보며  불어 공부를 좀 하고 왔으면 좋았을걸 아쉬워하면서. 그래도 대충 때려맞춰 읽곤 상점이며 학교, 식당들을 확인하면서.  
그러다 버스정류장에 붙은 잃어버린 개를 찾는 것 같은 전단지가 붙어있는게 신기해 둘다 폰으로 한장씩 찍었다.  
호텔에 있을땐 휴양지에 온 것 같았는데 한바퀴를 돌고보니 마을에 내려온 느낌?  
돌아온 우리는 배가 고파 조식을 먹기로 했다. 메뉴들을 살펴보고는 먹을 게 없다며 (사실 조식계 흔한 스크램블, 베이컨도 없긴 했다.) 투덜했던 신랑도 타르트랑 크로아상을 먹어보더니 완전 맛있다며 크로아상만 몇개를 먹었는지.  
 
아. 그리고 첫날 호텔은 생각보다 열악해서 외국에 온 실감이 확 났다.  
특히 샤워하면서 아 집 떠나오니 고생이구나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체 평점이 나쁘진 않은 곳이었으니 아마 우리 방이 좀더 안 좋았나보다.  
여행 내내 이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남은 기간 숙소들은 대 만족.:)




조식을 다 먹을 때쯤 훈태씨, 동준씨가 나왔고 근처에 커피 한잔 하러 간대서 또 따라나섰다.
오늘은 비 소식이 있어서 아침부터 흐리기도 했고 조금 선선하기도 했는데 이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는 노인들을 보니 쿠바에서 느꼈던 생각이 다시 들었다. 우리나라는 젊고 예쁘지 않으면 참 서러운데, 외국에 오면 참 멋있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비키니를 입고 당당하게 다니는 모습도 멋있고, 카페에서, 바다에서, 썬베드에서 책을 보는 노인들의 모습도 너무 멋있다. 초라하지 않게, 건강하게, 멋있게 나이를 먹는 게 어려운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요즘은 외국에 나오면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든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가는 길에 커피와 빵을 사려고 들어간 동네 빵집의 클라스. 역시 프랑스구나!





처음 찾은 곳은 에즈(eze). 프랑스에서 몇년 살았던 남편 선배가 프랑스 남부 중에서 꼭 찾을 만한 곳으로 추천하기도 했던 곳이다.  
독수리 둥지처럼 동그랗게 자리잡고 있어 일명 독수리 둥지마을이라고 불린다는 에즈 마을. 13세기에는 로마의 침략을, 14세기에는 흑사병을 피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은 마을같지만 이곳도 관광지라 그런지 주차대란이다. 어렵사리 차를 세우고 올라가자 바다와 수평선, 산 중턱에 모여있는 마을의 모습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이 바다가 지중해라니.  
인위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오랜 수백년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안고 있고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이즈 마을. 지나는 골목마다 카메라를 찰칵찰칵. 보이는 것보다 사진이 훨씬 못 나와 아쉬울 따름이다.




해외여행은 늘 여행사를 통해 다녔는데 자유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숙소는 예약을 해놨지만 코스나 식당 등은 그때그때 찾아보다가 "여기가자!"하면 가는 것으로.  (식당이나 숙소나 내가 찾아보는 곳은 늘 실패의 경험이 많은 나는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여행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
우리의 첫 식사도 어쩌다 괜찮아 보여서 들어간 곳이었는데 지중해 전망이 정말 한 눈에 보이는, 맛을 보기 전에 이미 눈으로 만족한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메뉴판도 아이패드로 주다니 괜히 더 멋져 보인다. (하지만 미리보기가 되거나 아이패드의 장점은 전혀 살리지 못해 아쉬웠던.  
자리가 없어 남자-여자로 나뉘어 주문하고. 남자 테이블은 양이 적어 아쉬워했지만 우린 양도, 맛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파리에서 몇년 살았고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된 아름언니가 첫 끼를 너무 고급진 곳에서 맛있는 것으로 시작해 걱정이다고 했을 정도로.  




다시 차를 몰고 니스 하면 가장 유명한 마세나 광장으로 고.    
사람들의 추천으로 남편과 나는 자전거 투어로 한바퀴를 돌고 오기로 했다. 부부끼리는 이런 것도 타줘야 한다며.   
건물들이 프랑스보다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느낌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옛날 이탈리아 식민지였다고 하니 건물이며 풍경이 다 새롭게 보였다.    
음악을 크게 틀고 비보이를 하는 모습도 보고, 근대 미술관, 아크로폴리스 같은 유명한 곳도 지나고.  
1차 대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도 보였고, 이곳 해변이 백년전쟁에서 많은 희생자들이 있었다는 설명도 들으니 유럽의 역사도 좀더 깊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들 사이를 빠져나오니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은 니스의 해변이 펼쳐진다.  
풍경이 멋지니 바다를 향해 늘어서있는, 대충 놓여져있는 것 같은 벤치들도 이 멋진 그림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니스에서 미술관에 갈 시간은 없어도 해변의 산책은 빼먹지 않는다고 할 정도라는데,  
산책하진 못했어도 자전거로 해변을 훑었으니 다행이다.




투어 후 카페에서.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프랑스에 가면 가장 먼저 맛보고 싶었던 크레페를 시켜보았다. 역시.
사람들도 같은 누텔라일텐데 왜 여기가 더 맛있는 거 같냐며 감탄.
야외에 앉아 있었는데 곧 비가 내릴 것 같아 칸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칸에 도착했다. 일단 밤에 먹을 식량을 챙기러 마켓부터.
쿠바도 그랬지만 이곳도 8시쯤이 되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미리 장을 봐놓아야 한다.
남편도 예전 영국에 살았을 때 어머님이 퇴근시간 땡 되면 (마켓이 문을 닫으니) 바로 마켓으로 달려가셨다고.
그러고보면 24시간 편의점이며 (심지어 얼마전까지 대형마트도 24시간이었으니) 밤새 환하게 켜있는 술집, 음식점들이 즐비한 우리나라가 편한 것 같단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결국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다같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맞는 것 같다.  
좋은 사회란 어떤 모습인지,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할텐데 그런 합의가 얼마나 지난하고 복잡하며 치열할지. 곧 문 닫을 마켓 앞에 두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니.




마침 칸 영화제 기간. 영화광인 동생이 왔다면 정말 너무 좋아했을.  
초청 영화를 보려면 미리 예약해야 하고, 남자는 턱시도를, 여자도 드레스 같은 정장을 입지 않으면 볼 수 없다더니 영화제 주변에선 턱시도 입은 남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처음엔 혹시 배우인가 싶어 턱시도 입은 남자들을 계속 눈으로 쫓았었다.)  
부스가 꾸려져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근처에 갔다가 들어갈 순 없어 돌아서고, 저 멀리 산에 CANNES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씩.  




저녁은 동준씨가 앱을 통해 찾은 식당.  
식당 이름이 meat 이더니 메뉴가 정말 스테이크 뿐이라니!!  
고기 굽기도, 소스도, 사이드 메뉴도, 음료도 다 주문해야 하는 긴 선택의 시간이 끝나고 맛난 식사시간.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대 만족의 선택이었다. 동준씨 짱.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