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7일(수). 수술후 +1. 

아침 동동이 면회는 신랑 혼자 다녀왔다. 영상을 찍어 왔는데 정지화면인 줄... 세상 모르고 잘 자는 동동이. 

담당쌤이 아침에 들르셔서 오전에 소변줄 떼고 빨리 아기 보러 가라고 하셨다. 10시~11시쯤 소변줄을 떼고 조금 움직여 보았다. 생각보다 더 어지럽다더니 정말... 칼로 배른 자른 고통을 느끼며 침대에서 겨우 발을 내딛어 잠깐 서 있었는데, 머리가 핑 돌면서 쓰러질 뻔... 그래도 불굴의 의지로 점심 면회엔 동동이를 보러 갈 수 있었다. 



/. 12월 28일(목). 수술후 +2.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사실 시작이라기보다 '시도'라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제대로 빨긴 한 건지...     

아침엔 죽이 나오더니 점심은 처음으로 일반식이 나왔고, 신랑도 미리 얘기해서 병원식으로 같이 먹었다. 신랑은 미역국을 좋아하는데, 다른 국을 줘서 실망, 닭다리도 하나밖에 안 줘서 실망. 환자식으로는 괜찮은데, 일반 사람들이 먹기엔 부족할 만했다. 

그리고 일반식과 함께 축하 케잌까지. 인제 케잌도 먹어도 되나보다! 

오후엔 항생제 주사를 맞고 수액(링거)을 뺐다. 그리고 점심(밥) 먹고 괜찮았으니 밖에서 간식 사와서 먹어도 된다고도 했다. 오!!

오늘은 면회가 두 팀 있었다. 오후엔 신랑 연수원 동기들이 찾아와주었고, 저녁엔 동생이랑 올케가 와서 같이 동동이 면회를 했다. 멀리 와줘서 고맙기도 했지만, 아이 둘 키운 부모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당장 뭘 해주는 건 아닌데도 새삼 힘이 되었다.    



/. 12월 29일(금). 수술후 +3.

링거를 뽑고 움직임이 한결 나아졌다. 물론 고통은 여전했지만, 불편함은 덜 했다.

오늘은 면회 오는 사람이 없는 날이어서 오전 오후에 휴식도 하고, 잠도 더 자고, 밤엔 신랑이랑 TV도 보면서 여유있게 보냈다. 

신랑 출장 일정과 조리원 퇴소 일정을 맞추기 위해 입원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조리원에서는 확답을 못 준다기에, 담당쌤한테 얘기해서 입원을 하루 더 할 수 없냐고 했는데 역시 쿨한 담당쌤은 OK! 해주셨다. 

외래 진료에서는 수술부위도 깨끗하고 초음파도 이상 없다고 했다. 지난주까지 임산부로 이 곳을 찾았었는데, 이젠 산모로 오다니.     


/. 12월 30일(토). 수술후 +4.

오늘은 아침부터 바쁜 날이다. 아침, 점심, 저녁 면회 다 손님들이 예약되어 있었고, 특히 큰어머님과 작은 고모님이 오신다!

아침을 먹고 수술 후 처음 머리를 감고, 신랑은 우리 부모님과 아침을 먹고 같이 병원으로 왔다. 엄마, 아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동동이가 더 작고 예쁘다며~

엄마,아빠가 가시자마자 쉴 틈 없이 신랑은 또 역으로 큰어머님과 작은 고모님을 모시러 갔고 두분도 동동이를 보시며 "우리 동동이가 젤 예쁘네" 민망한 칭찬까지. 나는 대화도 많이 나누지 못하고 또 수유콜을 받고 동동이에게로. 

저녁엔 대환이가 수원에서 와주었다. 민폐아니냐 하지만 그래도 와준 게 고마운 '참후배'. 지윤씨도 일산 가는 길에 들렀다며 대구에서 사온 맛있는 빵을 주고 갔다. 신랑도, 동동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고마운 하루였다.     


/. 12월 31일(일). 수술후 +5.      

2017년 마지막 날이다. 좀 답답한 마음에, 신랑과 햇살이 비치는 '복도'를 산책했다. 

"올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 날을 병원에서 보내게 될 줄은 몰랐네"

"몰랐어? 그럼?"

"아니. 뭐 실감을 못 했달까."

오후엔 병원 퇴원 설명과 조리원 생활 설명을 들었다. 보호자 변경은 다시 부탁했지만 역시 안된다고 하여 깔끔히 접었다. 

저녁엔 친정식구들이 우르르 병원으로 놀러(?) 왔다. 엄만 내가 혼자 조리원에 있을 생각에 안쓰러우셨는지, 그 전에 몇번이라도 더 보러 오고 싶어하셨다. 내일 아침도 오시겠다는 걸 시동생이 예약되어 있어 참으신 듯. 

병원에서 윤아는 왤케 활발히 잘 노는지. 

식구들이 돌아가고 신랑과 둘이 어머님이 사주신 타르트 조각과 오렌지 쥬스를 나눠먹으며 괜히 연말을 보내는 분위기를 내어 보았다. 평소 같으면 일찍 잠들었을텐데 12시 정각 타종 소리도 듣고. 올해도 고생했다 한마디도 나누며.

돌아보니 2017년에 큰 일들이 많았다. 한참된 줄 알았는데 결혼도 올해였고, 연말에 출산을 했으니 한해를 거의 동동이와 함께 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새 전망을 그려보려 새로운 곳에서 일한 것도 올해였다. 

마스다미리 <차의 시간>에 보면 "목숨 걸고 사람 하나를 낳은 사람의 1년과는 경험치에서 비교가 안 되지."라는 말이 나온다. 늘 연말마다 뭘 잘했나, 뭘 못했나 평가하며 괴로울 때가 많았는데 올핸 괴로울 틈 없이 사람 하나를 낳은 1년으로 2017년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그리고 옆에서 늘 함께 해준 신랑에 대한 소중함이 더 커진 한 해였다.    


  

/. 1월 1일(월). 수술후 +6. 

오늘도 바쁜 오전을 보냈다. 

우리집은 신정을 쇠다보니 신랑이 7시에 일어나 집에 들러 씻고, 처가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고 왔다. 

그리고 10시쯤 시동생과 함께 돌아왔고 곧 이모님과 사촌시동생들도 와주셨다. 면회 시간이 좀 지났지만 조리원으로 이동하는 틈에 동동이를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조리원에 들어왔다. 오자마자 점심 먹고, 수유하고, 유축 배워 유축하고. 저녁 먹고 또 2번 불려가 수유하고. 

어머님이 집에 오셔서 청소도 해주시고 빨래도 해주시고, 나 먹을 야식이며 반찬을 챙겨 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신랑과 영애씨 재방을 보고 일부러 늦게 늦게 잠들었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