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하루.

예정일은 지나가고 매일 신랑도, 나도 한 두통의 카톡을 받는 것 같다. 애는 낳았는지, 소식은 없는지... 부모님들이나 할머님께는 안부전화겸 드리려고 해도 혹시 병원갔나 하고 놀라실까봐 쉽게 전화도 드리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나는 다행히 불안하거나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는 것 같은데, 신랑은 빨리 동동이가 보고싶은가보다. 어차피 늦어지는 거 아예 다음주 26~27일쯤 나와서 신랑 출장 일정과 조리원 일정이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느 블로그에서 막상 출산하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뱃속에 품고 있다가 밖으로 내어놓는 느낌? 인제 태동도 느낄 수 없다는 섭섭함과 보고싶다는 마음이 섞여있다는) 나도 혹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고싶으면서도 뭔가 괜시리 아쉽기도 한. 하도 육아가 전쟁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육아보다 품고 있는게 낫다는 생각인건가... 

어쨌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계획을 세우긴 어렵고 매일 눈을 뜨면 "오늘은 뭐할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한창 날씨가 춥고 길도 미끄럽고, 의사쌤이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델 걸으라고 해서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쇼핑몰들을 섭렵하는 중이다. 가고싶은 데 가고, 맛있는 거 찾아 먹으러 다니다보니 신랑은 신혼여행을 온 것 같다고도 했다. 예상했던 시간을 넘기다 보니 외식비도 만만치 않아 인젠 동동이가 나와야 될 것 같은...ㅠ 

다행히 지난번 병원에 갔을때 동동인 3.1kg로 크지 않았지만 막달 방심하는 사이에 확 크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라고들 했었다. 미연언니는 막달엔 과일도 일부러 안 먹었다며. 나도 신경을 좀 쓰려 했지만, 막상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그 순간 먹고 싶은 걸 찾게 된다. 

폴바셋 음료 쿠폰을 쓰려 한건데, 타르트와 슈크림까지 왜...;;;; 




거의 10년? 만에 학교 앞 삼호정 순두부를 먹으러. 전부터 생각나서 벼르다 찾았는데, 맛은 거의 그대로였지만 예전 배고프던 시절, 선후배들과 시켜먹던 그 느낌과 그 맛이 살진 않았다. 




어느날은 도저히 먹고 싶은 게 생각나질 않아 뷔페를 찾았다. 구운 자몽이나 잔치국수를 먹을 생각으로 애슐리를 갔는데 둘다 없다니!! 배불러서 기분 안 좋았던 날. (응?)




다음날 점심에 찾은 장어집. 인생 장어집이었다!!! 사실 장어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메뉴와 새로운 장소를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따라나섰는데, 이렇게 고급스러운 장어집이라니!!! 분위기도, 맛도 완전 만족. 다음번 가족 회식 장소로 점 찍어두었다. 돌아오는 길에 헤이리에서 밀크티도 한잔. 햇살이 어찌나 따가운지 겉옷을 벗고 있었는데도 땀이 날 정도였다. 




신랑 친구분이 준 기장 미역. 산모미역이라며 나중에 칼로 자르지 말고 먹으라는데, 이건 1미터는 되어 보이는데 어떻게 먹는 건지...;;; 



# 40주+3일. 이슬이 비치다. 

정기검진이 있던 날 아침. 비쳤다고 하기엔 좀 촉촉할 정도로 피가 났다. 찾아보니 이슬은 갈색혈에 덩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던데 나는 그냥 빨간? 선홍색?에 덩어리도 없었다. 전화해서 물어보니 일단 오후 검진때 오면 될 것 같다고 해서 애써 침착하게 생각하며 혹시 모르니 오전에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가기로 했다. 

샤워는 기본이고, 신랑은 방과 마루 청소에, 베란다 청소까지. 나도 빨래를 개고, 또 빨래를 하고, 신랑 출장 짐도 대충 정리해놓고. 

그러고나니 둘다 헉헉 지칠 때가 되어 혹시 마지막 만찬이 될 지 모른다며 먹고 싶은 걸 생각해내고 싶었지만 마땅치 않아 짜장면을 시켜 먹고. 가는 길에 이디야 토피넛라떼를 먹고 싶다고 했으나 예약 시간이 빠듯해 바로 병원으로. 

의사쌤이 두번째 내진을 해보더니 아직도 자궁문은 열리지 않았고 애도 안 내려왔다고 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골반이 좁아서 애가 못 내려오고 있다며.ㅠㅠ 그러면서 다음주에 유도분만 날짜를 잡자며 일단 자연분만을 시도해보자고 했다. 조선시대 같았으면 그래도 다 분만 했다며, 수술할 가능성도 있긴 한데 일단 시도해보자고...

병원을 나와 신랑과 토피넛라떼를 한잔. 

혹시 오늘 볼 수 있을까 신나했던 신랑은 조금 차분해졌고 병원에서 무슨 말을 들었을까 궁금해할 가족들을 위해 연락을 돌렸다. 

난 무엇보다 골반이 좁다는 말이 계속 맴돌아 걱정이 된다.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출산을 코앞에 두니 골반이 좁아도 자연분만이 가능한 건지, 진통은 진통대로 하고 수술하는 건 아닌지, 그냥 수술하는게 나은 건 아닐지... 무서운 건지, 걱정인 건지 모를 감정이 쉽게 떠나질 않아서 괜시리 더 예민해지고 있다. 게다가 아예 26일 유도분만 날짜까지 조용하면 좋으련만 이슬이 비친 걸 보니 혹시 연휴에 진통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크리스마스까지 별일 없이 보내고 26일에 병원을 찾게 되길, 아니 그보다 당연히 고통은 있겠지만 건강하게 동동이를 만날 수 있길. 이 생각만 하자... 


마지막 만찬인 줄 알았으나 그냥 점심... 




즘 맛있어하는 토피넛라떼. 카페인 없대서 먹기 시작했는데 조금 있긴 있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