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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6일. 오전 11시 13분. 3.36kg. 

동동이가 태어났다.  

자연진통도 느끼고, 촉진제도 써보고, 그리고 결국 수술. 골반과 아기 머리가 맞지 않다는 결론으로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다.  

원래 자연분만에 대한 자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골반도 작다고 하고 고관절 등 하체 근육이 워낙 뻣뻣해서) 수술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사쌤 말에 '어쩔 수 없구나'는 생각으로 바로 결정할 수 있었다.  

수술은 입원기간이 5박 6일인데 신랑 출장과 맞추기 위해 입원을 하루 연장해 6박 7일 입원 후, 조리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조리원 하루 연장을 부탁했는데 확답을 주지 않아서 성질 급한 우리는 입원을 하루 연장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대책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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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은 일시불, 제왕절개는 할부라는 말이 있다던데, 무슨 말인지 충분히 느낀 입원기간이었다.  

주변에 수술한 사람이 많아서 사실 수술이 자연분만보다 덜 무서울 것 같기도,  한편으론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한 게 미안할 정도로, 수술은 수술이었다. 하긴, 생 살을 갈라서 아이를 꺼냈으니 보통 일인가. 자연분만의 고통에 대한 출산후기만 봐서 겁을 먹었었나보다.  

그래도 다행히 수술 후 회복은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 것 같다. 수술 다음날부터 소변줄을 빼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누웠다 일어날 때, 침대에서 첫 발을 디딜 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배를 가른 고통이 엄청났지만 그래도 움직여야 빨리 회복된다는 말에 나름 열심히 움직였다. 덕분인지 퇴원할 때쯤엔 걷는 건 크게 무리 없을 정도로 (물론 천천히 걷고 있지만), 혼자서 누웠다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물론 달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리게), 누워서 왼쪽 오른쪽으로 자세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물론 낑, 윽, 소리를 내면서) 많이 회복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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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이는 하루가 다르게 인물이 좋아지고 있다.^^ 

누구나 하는 이야기처럼 태어났을 땐 쭈글쭈글해서 수술 후 비몽사몽인 그 와중에도 '엇, 우리 아기는 주름이 많은 아기인가'라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는데 하루하루 지날 수록 깔끔해지고 아빠를 쏙 빼닮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41주에 태어난 동동이는 양수에 오래 있어서 얼굴이며 몸이 많이 건조한 편이라 신생아실에서 오일을 듬뿍듬뿍 발라준다. 좀 건조할 수 있다는 말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날은 "산모님 이것 좀 보세요" 하더니 발바닥 주름마다 피가 고인 걸 보여주면서 너무 건조해서 이렇다며 듀오덤을 붙여주겠다고 했다. 신랑도, 나도 다행히 아토피는 없지만 내가 피부가 건조하고 피부묘기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터라 혹여나 건조한 게 선천적이어서 아토피로 발전할까봐 그날은 '신생아 건조 관리'를 엄청 검색했다.  

12월 마지막 주쯤 유도분만을 예상하면서 별 문제가 없을 경우, 아예 새해에 낳으면 어떨까 생각했던 게 참 미안했다. 1주일만 늦어도 이렇게 건조해서 고생(?)하는데 그런 생각은 못하고 더 있다가 낳을 생각까지 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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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드디어 '서진'으로 정했다. 펼 서, 베풀 진. 뜻을 펼치고 베풀며 살란 뜻이다.  

후보에 있었던 돌림자들이 동동이 사주와 맞지 않다고 해서 추천 이름을 받았는데 다행히도 '서진'이 뜻도 음도 마음에 쏙 들어 결정!  

남편과 많은 토론의 과정도 있었고, 어머님이 직접 이름을 받으러 고생해주셨고, 과정도 결과도 갈등없이, 또 많은 고민과 노력이 들어간 이름인만큼 '서진'으로 정하고 남편과 많이 기뻐했다. 나중에 서진이도 커서 자기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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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하고 얼마 후에 우연히 어떤 글과 영상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하나는 유산의 경험과 관련된 글이었고, 또 하나는 엄마가 아기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진 사연이 담긴 영상이었다.  

동동이가 10달을 배 속에서 잘 있다가 건강하게 우리 품에 안긴 것만으로도,  나도 무사히 회복해 동동이를 품에 안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임신 기간도 그랬지만 지금도 바라고 바라는 소망은 오직 하나. 

부디 밝고 건강하게만 잘 커주었으면 하는 당연한 마음 뿐.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