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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7 [황선] 그대, 나의 동지, 나의 반려 3
함께 & 연대2008. 4. 17. 01:14

서울구치소 96번 윤기진


그가 송치됐다.

경찰조사 17일간 꼬박 단식으로 연행과 국가보안법에 항의를 하고

이제 검찰조사가 시작된다.

오늘 오전 혼자 구치소로 면회를 다녀왔다.


검사에겐 조사 끝까지 할 말이 없으니

검찰청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단다. 법정에서 다퉈보자는 거다.

잘 싸우라 했다. 논리의 우위 도덕성의 우위, 모두 우리가 점하고 있다.

과정과 결과 전부에 상관없이 우리처럼 승리를 확신하며 법정에 서기도 힘든 일이다.

밖에서 나도 부지런히 싸울 것이다. 그의 공소장을 분석하고 그를 변호하기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내가 꼬박 34개월을 거했던 서울구치소

방북 건으로 왔을 땐 독거는 물론이고 목욕도, 운동도 혼자했다.

심각한 전염병 환자처럼 철저히 격리된 생활이었다. 레드바이러스 보유자는 그런 존재다.

저들의 두려움이 오히려 고무찬양혐의가 짙다는 생각은 여전히 버릴 수가 없다.

국가보안법으로 통일운동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을 보면

과한 고무찬양에 웃음이 다난다. 그렇게 무서운가,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내가 끌려왔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그의 접견을 가자니 새삼 분통이 터진다.

그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사실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염려하지않은 것은 아니나

몇 번을 생각해도 이 부분만큼은 후련하게 결심이 서질 않았다.

내 일신의 일이야 나의 결의로 넘어서면 되겠는데, 그에게 혹은 아이들에게 생길 수도 있는 슬픈 일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벅찬일이었다.

그래서 약간 무시했다. 닥치면 어찌되겠지 생각한 것도 있고,

사서 걱정이냐 싶기도 했다.

그는 웃었다. 아이들이 왔을까 싶기도 한 모양이지만, 오랜 단식을 끝내고 죽물을 먹었다더니

낯 빛이 그제보다 나아졌다.


그가 '보고싶냐' 물었다.

'그럼'하니 그런다.

'그렇다는 걸 잊지않게만 해줘'

내가 늘 그를 그리워할꺼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바쁜 일정으로 맘껏 챙기지 못한다고 그리운 마음이 없을까.

한 번도 그와 맘놓고 생활을 해 본 적은 없지만

하루 못 보면 하루만큼, 일주일을 못 보면 일주일만큼,

한 달이면 한 달만큼

그리운 우리였다.


몰라서가 아니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곳은 얼마나 쓸쓸한 곳이었던가.

자신이 잊혀진다는 느낌

잊은 것은 아니지만 무심하게 내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애써하며 자학한 시간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그와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고 5개월이 지날 즈음 나는 두 번째 구속을 겪었다.

1년 7개월이라는 시간을 접견 한 번 없이 편지 쓸 주소도 없이 그렇게 보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열 두번 그와 이별을 했다.

잊었겠지 그렇겠지 별 수없지

우리는 모두 서로의 마음은 물론 자신의 마음까지 반신반의하며 일단 시간이나 보냈다.

이대로 흐지부지 끝나도 괜찮겠다 마음정리가 되는 순간도 꽤 있었다.


출소하고 2003년을 굉장히 열정적으로 살았다.

장기농성이나 선봉대 투쟁에는 죄다 결합했다.

열심히 살며 출소후 생기는 휴가의 유혹을 떨치니 우리자리도 헤어질 때 그대로였다.


빨리 오라, 그대.

시간의 흐름도 사람이 창조하는 것

나도 그도 바삐 살것이다.

때로 사랑한다는 생각도 없이 사랑하고 기다린다는 생각없이 기다릴지라도

.

.

.

보고싶어?

그럼.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