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8일.
자주 기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몸이 힘들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다른 뭔가를 하는 게 힘들다.
책 한 자 읽기도 힘들어서 거의 한 달은 한 글자도 보지 않고 집에 오면 생각없이 TV만 켜놓거나 쇼파귀신으로 산 것 같다.
이번주 되니, 가끔씩은 조금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드는 날도 있고, 몸도 괜찮은 날도 있어서 책도 다시 빌리고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속만 좀 편해진다면 정말 좋을텐데.
임신 전에는 아기 낳는 것만 힘든 줄 알았는데, 입덧이란 걸 해보니 아 둘째 임신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확.
예전에도 멀미는 참 힘들어했는데, 매일매일 매 순간이 멀미 같으니 (그것도 심한 상황의 멀미...)...
어젠 괜시리 힘들어서 눈물까지 났고, 오늘은 감기 기운인지, 빈 속에 토해서 목이 긁힌 건지, 하루종일 목까지 아파서 더 힘들었다.
아깐 빈 속에 토했더니 음식물은 없이 피 나오고, 노란물만 나오고, 가슴을 쥐어짜듯 아팠다. 우습게도 조금 누워 쉰 후에
토미토쥬스를 마시고 삼겹살을 먹고 배를 좀 채웠더니 좀 나아졌다.
오랜만에, 신랑이 공부하러 간 시간에 카페에 나왔다. 힘들어서 집에서 쉬는 게 나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유자차 한 잔에 딴짓을 하니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입덧이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내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게 입덧을 이겨내는 데 좋다는데 생각보다 참 쉽지 않다.
# 5월 29일. 조퇴.
원래 학교 도착하면 속이 안 좋으니 화장실 가서 빈 속을 억지로 토해내고. 핏물, 노란물 나올 때까지 가슴을 움켜쥐게 개워내면 조금 가라앉곤 했었는데.
오늘은 영 속이 나아지질 않고 머리까지 띵 했다.
속도 속이지만 어제부터 살살 아프기 시작한 목이 계속 아픈 것도 몸을 더 힘들게 했던 듯.
결국 병조퇴를 신청해서 12시에 학교를 나왔다.
학교 다닐 때도, 일을 할 때도 내 몸 아파서 조퇴를 하는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데, 입덧은 참을 만한 범주가 아닌 가보다.
오는 길에 병원에도 들렀다. 입덧이 심해서 약을 받으러 가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은 병원 안 간지 2주가 됐고 또 2주 뒤에나 진료가 있어 괜시리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컸나보다. 특히 유산 가능성이 높다는 10~12주가 되니 걱정도 더 많아진 것 같다.
담당쌤이 안 계셔서 다른 쌤한테 초음파를 받았다. 이번에도 동동이는 훌쩍 커 있었다. 딱 11주 정도에 맞게 크고 있다고 했고, 심장도 잘 뛰었다. 몸이 나아진 건 없지만 동동이 건강한 거라도 확인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입덧약을 받긴 했는데 막상 타고 오니 먹을까 말까 하다가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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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04 10주 / 5월 마지막주. 힘들다. 조퇴.ㅠㅠ
셋이서 쑥/ㄴ내가 엄마라니2017. 12. 4.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