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헤어커커) 사장님, 떼인 돈 돌려주세요"
청년유니온, 미용실 스텝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거리축제 진행
커트 2만원, 볼륨매직 18만원.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가격이다.
바로 그 프랜차이즈 미용실 스텝들의 평균 시급은 2,971원(2013년 최저임금 4,860원),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4.9시간. 전국 180곳 조사결과, 근로기준법 100% 위반이었다.
지난 2월 청년유니온(위원장 한지혜)의 실태조사로 미용실 스텝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데 이어, 17일 미용실 스텝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거리축제 '스텝을 위한 걸음, Step By Staff'이 신촌 이철 헤어커커 매장 앞에서 진행되었다.
청년유니온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사범위에 포함 된 '이철 헤어커커' 14개 매장 중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한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한 청년유니온은 '이철 헤어커커' 공덕점에서 일하던 조합원의 체불된 임금과 관련하여 해당 매장의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거리 축제는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이철 헤어커커' 측을 규탄하는 한편,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놓인 미용실 스텝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되었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작된 거리 축제는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시작되었다.
정준영 사무국장은 "작년 여름부터 진행한 미용실 실태조사 결과 180곳 모두가 최저임금 위반, 법정 근로시간 위반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특히 스텝으로 일했던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체불임금 건으로 이철 사장을 고소했는데, '이철 헤어커커' 측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오늘 힘찬 자리를 만들어보자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이어 '이철 헤어커커' 공덕점에서 스텝으로 일했던 김병철 조합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병철 조합원은 "하루 11~12시간 씩 일했고 한달 80만원 가량을 받았는데 80만원은 살아가는 데 버티기 어려운 액수였다."며 "시급이 3,000원도 채 안되면서 출근이 7시 20분까지였는데 21분에 도착해 벌금을 5,000원 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미용실 스텝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했다.
또 "이러한 문제를 바꿔보고자 이철 사장을 고발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이 넘어가려는 태도에 더 화가 난다"며 "실태가 이러니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측대 사측으로 교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최저임금, 법정시간을 준수해야 하는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중인 김병철 조합원.
함께 '가위손'에서 활동했던 김지선 조합원은 "가위손 팀 활동으로 실태조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업장이 있다. 72시간 최장시간을 하는 곳이었는데 법정 근로시간 45시간을 훌쩍 넘는 그 많은 근무를 어떻게 할까, 80만원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돈과 사람이 직업 결정 기준인데 그런 급여로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스텝들의 노동환경이 꼭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조합원이자 지금은 국회에서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도 거리 축제에 함께 했다. 장 의원은 "기술을 배운다는 이유로, 이 힘듦을 견뎠을 때만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열악한 근무 환경을 처하게 한다"고 규탄하며 "고용노동부가 유력 미용실 프랜차이즈 7개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위반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가까이서 감시하는 게 역할 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아르바이트 문제로 함께 싸워가고 있는 알바연대도 거리축제에 함께 하며 스텝들의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알바연대 이혜정 활동가는 "청년유니온의 가위손 활동을 보고 놀라고 감동도 받았다."면서 "미용실 문제가 이 정도일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함께 문제 해결에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꿈꾸는 청년들의 연대은행 '토닥토닥 협동조합' 대표이자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바 있는 조금득 조합원은 "미용실 산업 실태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울컥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2010년 청년유니온 시작 전부터 세대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한 어머님이 전화를 주셔서 내 딸이 미용실에 다니는데 12시간을 일하고 한달에 80만원을 받는다며 어떻게 해결할 수 없겠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면서 "그게 계속 마음의 짐으로 남아서 언젠가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에는 최저임금 실태조사로, 2011년에는 주휴수당 문제로 고용노동부를 견인했으니 2013년에는 미용 스텝들에 대한 문제 제기로 고용노동부를 견인해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문제에 당사자로 함께 싸워나가고 있는 전국 여성노조 최순임 사무차장도 자리에 함께 했다. 최 사무차장은 "전국여성노조가 99년에 생겼는데 제일 먼저 한 사업이 최저임금 실태조사, 토론회 등이었다. 아마 노동계에서 제일 먼저 최저임금 문제를 제기했던 것 같다."면서 "최저임금 문제가 여성의 문제로 시작했는데 점점 젊은이들, 청년들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이것은 월급을 올리는 게 아니라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가 마무리 될 때쯤, 거리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이철 헤어커커'에서 커트 퍼포먼스를 진행한 한지혜 위원장이 등장했다. 한 위원장은 "머리 자르는 걸 생방송하려고 하자 매장에서 경찰을 부르겠다면서 가로막았다."며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걸 매장의 명예 실추라 생각하지 말고, '이철 헤어커커'부터 근로조건을 개선시키면 그게 이미지를 up시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열악한 미용 스텝들의 노동조건을 끊어버리자는 의미로 리본 컷팅을 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손님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염색을 해주며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이면에는 하지정맥류, 피부질환, 허리디스크 등 업무상 재해를 빈번하게 경험하고 있으며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스텝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실장은 "이 문제는 우리나라 뷰티산업의 성장 속에 묻혀진 어두운 그늘의 한 단면"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용 스텝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청년유니온의 '스텝 바이 스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