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9일), 칼폴라니연구소 8월 월례강좌로 '한국 학자보다 더 한국의 사회적경제에 대해 잘 아는 외국 학자' 에릭 비데 교수의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혁신파크 미래청 1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70여분이 참여해주셨고 두시간이 넘게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아래는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프랑스의 사회적 경제
프랑스에서 지금 통용이 되고있는 사회적경제라는 단어는 18세기부터 쓰여졌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쯤에 노동자연합, 상조연합 같은 조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당시 정식 명칭은 없었지만) 사회적경제 개념을 일상 경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주는 조직들이 태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8,19세기에 사회적 운동들이 많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사회 정의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정치적인 움직임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이 프랑스 안에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그때 정립된 개념들은 지드라는 경제학자가 내놓았습니다. 지드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구들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사회적경제라고 하면 크게 세 가지의 조직들로 이루어졌다고 여겨집니다. 첫 번째가 협동조합과 상호공제조합 그리고 연합회입니다. 이러한 세 기구가 법적으로 사회적경제를 이루고 있는 주체들이라고 프랑스에서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1981년에 좌파 대통령이 집권을 하면서 사회적경제가 본격적으로 많은 지지를 얻게 되었고 정부 부처 간 인정을 받았으며 2012년 이후에는 정식으로 사회적 경제부처라는 것이 정부 내에 설립되어서 활동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991년 이후에는 어느 세력이 집권을 했든 간에 사회적경제를 꾸준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총 2만 2천여 개의 사회적경제가 활동 중이고 프랑스 전체 사기업 중에 10% 정도의 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가 사회적경제 기업, 혹은 관련 조직들입니다. 또 사회적 경제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직들의 84%가 비영리 기관으로서 법적으로 인정받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사회적경제 관련 법률 (사회연대경제법)이 제정되었는데 내용을 보면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크게 세 가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단순히 이윤을 만들고 나누기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들이 아니라는 것과 두 번째는 운영 모델 자체가 참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 조직들도 이윤이 날 수 있지만, 배당하는 데서 굉장히 공정한 절차를 따라야 하고 이윤의 일부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사내유보금 형태로 남겨야 한다는 정리를 법률에서 명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제정된 이 법안은 사회적경제의 주체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고 있는데요. 첫 번째 그룹은 전통적인 사회적경제 주체들, 협동조합, 재단들로 이루어진 그룹입니다. 새로 생겨난 그룹은 일반적인 기업일지라도 사회적인 목적을 추구하고 일반 기업들이 따르고 있는 운영 방식을 탈피해서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경제의 주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거버넌스 모델, 다른 운영 모델들을 채택한다면 그 또한 사회적경제의 한 일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사회적경제를 이루고 있는 집단은 크게 이 두 집단으로 나눠지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014년 제정된 이 법을 평가하려면, 이 법이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짧지만 직감적으로 느껴지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이는 곳은 노동조합, 협동조합입니다. 14년 이후 600여 곳의 협동조합이 생겨났고, 이 법안으로 인해 프랑스 대중들에게 사회적경제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1990년대 말에 사회학 박사 과정 논문의 주제를 ‘한국의 사회적경제’로 잡아 연구를 했습니다. 1990년대 말만 해도 한국의 대다수 대중들은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었고 유럽에 대한 경험이 있는 학자들만 개념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협동조합, NGO 비영리단체 등의 조직들은 있었지만 이름만 비영리 조직, 협동조합이었고 운영모델은 일반 영리기업들을 따라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으며 관료주의적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농협 같은 조직을 보면, 이름은 협동조합이지만 관료주의적이고 영리기업의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즉, 당시에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고립되어 있었으며 기반이 약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미래 발전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연대의 필요성과 그러한 것들을 통한 고용 창출의 필요성을 사람들이 많이 인식하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최근 더욱 더 사회적경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대중들에게 부각이 된 시점은 2011,12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니라 2007년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고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이 더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부각됐다고 생각합니다.
강조를 드리고 싶었던 건 2012년도를 기점으로 한국의 협동조합들이 발전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정부의 한 기관이라 여겨지기도 했었는데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고 나서 은행과 보험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경제적 분야에서 협동조합들이 탄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협동조합, 의료협동조합이 만들어져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활동을 하면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몬드라우 같은 경우는 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출신의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요. 한국에서도 이렇게 작은 분야에서 협동조합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다 보면 사회적 문제도 해결되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시민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되고 시행됐지만 그동안 만들어진 법률과 공공으로부터 오는 강력한 지지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의 사회적경제 모델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과 자율성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정부의 개입, 지지,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왔는데 단순히 지원과 지지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떨어져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고 운영이 될 수 있는 자율적인 모델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한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연구소 이름이 칼폴라니인데요. 칼폴라니의 철학 중에 하나가 바로 시민사회로부터의 자원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제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정부 시장으로 이원화되는 자원의 지원이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 오는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자원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한국 경제에 닥쳐올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먼저 사회적경제라는 분야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견해와 의견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동의작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를 이해하는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소통의 문제가 아마 계속해서 부각되지 않을까 합니다. 또 덧붙여 사회적경제라는 것이 한국에서 가치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사회 내에서 이윤 창출과 금융에 기여하는 그러한 조직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회적경제는 가치를 바탕으로 통용이 되어야 합니다. 즉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조금 더 넓은 차원에서 퍼져갈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150년 간의 사회적경제 역사가 있었고 한국 같은 경우는 굉장히 빨리 빨리 성장을 했습니다. 15년 안에 프랑스가 이룩한 것들을 이루는 저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리더십 부분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데요. 프랑스는 기업가와 정치인들이 주도해서 만든 조직들에 사회적경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만들어진 반면에 한국에서는 고용문제나 다른 사회적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조직들과 움직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게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점이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혁신 분야입니다. 사회를 혁신하고 생산물들을 혁신하기 위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부분들이 서로 같은 점입니다. 친환경 유기농 음식, 사회적 금융과 일자리 창출, 고용 창출 등이 한국과 프랑스의 사회적 경제가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점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