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 2016년 9월 20일(화)~9월 23일(금). 3박 4일.
- 일정 :
9월 20일(화) 영등포역 → 순천역 (무궁화). 신영씨 부부 만남.
9월 21일(수) 화월당(아침) → 선암사 → 학운정(점심) → 순천드라마촬영장 → 낙안읍성 → 순천만습지
9월 22일(목) 순천만국가정원 →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 여수 도착. 케이블카. 이순신 광장
9월 23일(금) 향일암 → 수평선(점심)
남편도, 나도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베스트로 꼽는 순천여수.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큰 시험을 치고 발표를 앞둔 시기였는데, (나도 마침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새 일을 시작하기 전이어서) 마음도 뒤숭숭하고 답답했던 어느 날 크게 준비없이 떠났던 여행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갔던 최장기(무려 3박!) 여행이었고, 여행을 잘 즐기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가기 시작한 여행이기도 했다.
어디로 훌쩍 떠날까 말까를 며칠 고민하던 즈음이었다. 그날 아침까지도 어딜 갈지, 말지, 가면 어디를 갈지 이런저런 이야기만 오갈 때 남편이 “일단 가자!”고 해서 대충 옷가지만 챙겨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여러 후보지가 있었지만 정한 곳은 순천. 남편의 친한 친구가 있기도 했고 멀리, 조용한 곳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가는 길은 영등포에서 무궁화 기차로 내려갔다. 꽤 오랜 시간 걸렸지만 오랜만에 기차를 타는 재미도 있었고 내려가는 내내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보니 지루한 줄 몰랐다.
첫날은 남편 친구를 만나 저녁을 함께 먹고 다음날부터 차를 렌트해서 다니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크게 배운 점은 교통편인데, 이렇게 멀리갈 경우에는 기차를 타고 내려가서 현지에서 렌트를 하고 돌아다니면 올라올 때의 부담감도 없고 피로감도 훨씬 덜해 좋았다. (후에 영주안동 여행도 그런 식으로.) 물론 지금은 아이가 생겨 그렇게 다닐 수 없게 되었지만.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근처 ‘절’을 찾아가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둘다 불교신자 아님.
우리나라 절은 대부분 산에 있고, 차를 세워놓고 절까지 가는 길이 대부분 산책로처럼 잘 되어 있다. 경치도 좋고, 적당한 거리를 걸을 수 있고. 순천에서도, 여수에서도 꽤 유명한 절들이 있었고 역시 기대처럼 절까지 가는 길이 참 좋았다.
순천은 생각보다 관광할 게 많은 곳이었다. 사실 ‘여수밤바다’로 유명해서 한번쯤 가고 싶어지긴 했지만 순천여수는 가서 뭘 해야할지 잘 몰랐던 곳이었다. 내려가면서 검색해보고 현지 친구에게 물어서 돌아다닐 곳을 찾아보았는데 결국 2박에도 다 못 돌아다닐 정도로, 그리고 천천히 다닌다면 더 오래 머물고 싶을 정도로 순천은 멋진 곳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선암사와 드라마 촬영장, 낙안읍성,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이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곳은 순천만 습지. 억지로 꾸며놓은 곳이 아니어서 더 좋았을까. ‘아 좋다’ 소리가 여러번 튀어나왔다. 저녁 즈음에 가서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여수로 향하는 길에 벌교에 있는 태백산맥 기념관도 들러보고 우리끼리 문학기행도. :)
태백산맥은 내게 충격적이고 가슴에 큰 불꽃을 일게 해준 책이었다. 이런 소설을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보는 내내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기념관에 가보니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의 노력의 흔적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당시 태백산맥 출간으로 인해 많은 압력과 협박 등을 받으셨는데 ‘나는 자살할 리 없다’는 편지를 남기셨을 정도. ‘대단하다’고 간단히 말할 수 없는 노력과 용기에 다시 한번 감탄했던 곳이다.
여수는 소문대로 정말 좋았다. 저녁 즈음 도착해 케이블카를 탔고, 이순신 광장을 둘러본 후 숙소를 잡았다. 다음날엔 조금 멀긴 했지만 ‘향일암’을 다녀왔고 추천받은 횟집에서 감탄하며 점심을 먹었다. 여기 정말 추천합니다. :) 또 여수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이 느껴졌던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순천여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더 맛있는 곳이었다. 나중에 양가 부모님과도 함께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우리가 다녀왔던 코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으므로, 많은 분들께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