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바람/여기저기2016. 6. 30. 23:02



엄마와 로이터 사진전. 
엄마와 강남쪽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여유로울 것 같아서 "예술의 전당에서 사진전이나 그림전 볼까요?" 했더니 지하철만 1시간 이상 타야하는데도 바로 "그러자~" 하신다.
성인 13,000원이던데 티몬에서 9,000원에! 아, 조금만 찾아보면 충분히 조금 더 저렴하게 볼 수 있는데 그동안 비싸다, 바쁘다는 핑계들로 문화생활 따윈 담을 쌓고 있었구나 싶다. 

보도사진전이었어서 지구촌의 분쟁, 갈등에 관한 사진이 많았던 듯. 엄마와 나오며 "지구는 넓고 세상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말로 소감을 나누었다. 

"보도사진은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존재하며 길게 보면 세상이 한때 얼마나 위대하고 잔인하고 행복하고 참담했을지, 그리고 불공정했는지를 시각적으로 상기시킨다 - 다미르 사골"


Posted by 생숭이
일상2016. 6. 2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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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말고 좀더 정돈된 글을 쓰고 싶고 흘러가는 생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다시 블로그를 시작해본다.

예전 글들을 들여다보니 왤케 부끄럽고 못썼는지. 다 비공개로 해버리고 싶지만 그마저도 '나' 였기에 놔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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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재작년 5,6월엔 1년 중 제일 바쁜 시기였는데,
올해는 이 핑계 저 핑계로 한발 물러나 있었다.
그나마 한 것이라곤 30대 모임 몇몇과 최저임금 홍보차 서울국제걷기대회 참가.
농담삼아 "우리 즐거우라고 하는거지 머. 자족적이지만 기왕 걷는 거 홍보도 하면 좋잖아" 라며 참가했는데,
생각보다 주변에서 
- 나도 최저임금 못 받았는데. 나 5천원도 못 받았어. (고등학생 추정)
- 최저임금 오르긴 해야지.
- 만원되긴 해야지! 
힘주어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 나름 보람 있긴 했다. 
오늘(28일)이 2017년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었음에도 결국 사용자측은 동결안을 포기하지 않아 7월 4일에 또 전원회의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 재작년에도 동결안을 제시했었지. 우리의 한 시간은 6,030원보다 귀하고 최저임금으로는 한달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소득이 없으면 제일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이 교육, 의료, 문화 순이라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달에 영화 한편 볼 수 있는 삶, 오늘 하루 먹고사는 것을 넘어 내일을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삶, 아프면 병원에 바로 갈 수 있는 삶.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절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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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기록을 시작했다. 

블로그에서 1000일 기록을 달성했다는 사람의 글을 보고 자극을 받아 시작했다. 

블로그, 기록, 메모 참 좋아하지만 늘 '오래' '꾸준히'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수첩이나 다이어리도 끝까지 쓴 적이 거의 없었던 듯.

이런 류의 기록도 몇번 시도해봤는데 늘 며칠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략 폼도 따라하고 한번 오래 해보고 싶어서 며칠 밀리더라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기록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6월 8일부터 했더라. 거의 한달 채운 셈이다.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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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기록'과 마찬가지로, 일정을 쓰고, 계획을 짜고 기록을 하고... 를 좋아하지만 늘 끝까지 쓴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한권을 채우고 새로운 걸 샀다.
작년 말에 여러 다이어리와 기능들을 놓고 한참 고민하다가 '뷸렛 다이어리'란 걸 알게 되어 좀 응용하여 결론적으론 내 맘대로 잘 썼다. 
그전엔 늘 다이어리에 고민이 많았다. 월간 일정표는 기본이고, 특히 주간일정표를 중심으로 고르는데 한주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또 시간대별로 나와있었으면 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았고 어쩌다 그런 게 있으면 메모 공간이 적었다. 그래서 찾고 찾다가 모든 걸 한 권에 모으기 위해 몰스킨으로 결정. 잘한 선택이었던지 한권을 처음으로 다 채웠고 같은 디자인으로 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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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제이슨이 14년?만에 한국에 왔다. 
좀더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금요일 밤에 와서 자고 토욜 아침에 가다니. 제대로 식사도 함께 못했다. 
아버지 (내겐 작은아버지)도 없이, 미국에서 너무 멋지게, 착하게 커줘서 기뻤고 
외모도 위트도 작은 아빨 꼭 빼닮아 더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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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에어로빅을 끊어놓고 기다리고 있던 5월의 마지막주 어느날.
엄마가 아침 운동을 다녀오시더니
- 여기 근린공원에도 무료 에어로빅하더라. 여기서 해~ 
하셔서 어울림누리 에어로빅을 취소하고 아침 운동을 엄마와 같이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7시~8시 무료 에어로빅을 하시고, 난 4~5바퀴 걷다가 남은 20분 정도를 에어로빅을 따라한다. 
근데 이거, 생각보다 꽤 힘들다.  

피곤하다고 하루 쉬고, 재미없다고 포기하는 걸 방지하고자 월 초에 엄마께 5만원을 드리면서 4회 이상 아침 운동 안 나가면 (3회까진 봐주기^^) 5만원은 엄마 가지시는 걸로 했다. 
28일 현재, 3번 빠졌으므로 이틀만 더 나가면 5만원은 내꺼. 원래 내 돈을 돌려받는 것이지만 한달 운동을 다녔으니 돈을 번 느낌적 느낌. 

요즘엔 해가 일찍 떠서 6시~6시반이면 눈을 뜬다. 꽤 잔 것 같아 시간을 보면 6시쯤이어서 운동갈 시간인 6:40 정도까지 더 잔다. 
되려 처음 눈 떴을 때보다 더 힘든 상태로 겨우겨우 일어나지만 그래도 운동은 거의 갔다. 아직은 운동이 좋고 건강해지고 있는 느낌 보다도 돈 때문이기도 하고, 엄마한테 빈말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다녀오면 하루를 잘 시작한 것 같아 기분은 좋다. 특히 밤에 집에 가면 같이 tv 보는 정도로, 가끔 식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데 아침에 같이 걸으니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엄마도 좋아하시니 또 좋다. 

하지만 애초의 운동 목표였던 살은 안 빠졌다는 게 반전.ㅠ 부모님과의 애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었다규.ㅠㅠ 

7월에는 한바퀴 더, 10분 더 걷고 싶다. 





2012년 9월부터 시작한 그의 고시생활이 (일단은) 2016년 6월로 끝났다.
(2012년 올림픽 끝나고 시작한 공부가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끝난 건가...)
그도, 나도 인생에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다시 돌아가도 더 열심히 살 수 없을만큼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홀가분하고 그래서 결과에 기대하게 된다.
남은 건 기도뿐. 제발. 


Posted by 생숭이

사실 늘 여행은 '같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멋진 걸 보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언젠가 누구와 함께 와야지' 생각을 늘 하게되니 그럴거면 그 누군가와 같이 다니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멋진 풍경을,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할 사람이 없는 여행, 이렇다 저렇다 소회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는 여행은 뭔가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마치 혼자만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래도 이번엔 꼭 혼자 가보고 싶었다. 

효정언니의 "혼자 여행을 다녀와봐라. 해외면 더 좋고"라는 말이 떠나질 않아 혼자 여행을 추진했다. 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이렇게 나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고 대단하지 않지만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거창한 생각까지 들었던 것 같다. 해외까지도 생각을 해보다가, 일본과 대만, 베트남 정도는 여자 혼자서도 충분히 괜찮다고도 하고 가본 적 있는 오사카는 혼자 갈 수 있지 않을까 한참 망설였으나 그만큼의 용기는 아직 멀었나 보다. 그래도 '비행기'는 타자는 생각에 제주도로 정했다.


역시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의 재미가 반. 예전에 제주도 여행을 가본적 있지만 그땐 준비할 때부터 부담이었다. 이 코스는 괜찮을 지, 숙소는 맘에 들어할 지, 생각과 다르면 어떻게 하지 등. 하지만 역시 혼자하는 여행이라 숙소도, 장소도 오늘은 여기갈까, 내일은 저기갈까, 어떤 곳에서 잘까 다 내 마음대로 맘 편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차를 렌트할 것이 아니므로 동선은 최소한으로 잡고 숙소도 2박 한 곳으로 예약했다. 특히 숙소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여자 혼자 있기 안전한 곳이어야 했고, 가려고 하는 곳들과 교통이 괜찮아야 했고, 특히 바다를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제주도 숙박은 어지간하면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라고 써 있는데 지난 번 여행에서도 보니 바다가 보이긴 하지만 바로 코앞의 느낌은 아니었다. 제주도가 섬이다 보니 어지간하면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랄까. 이번엔 정말 바닷가 해변에 있는 숙소를 구했고 블로그 후기들을 꽤 봤는데 나쁘지 않아 보였고 마침 소셜에 조식 이벤트까지 있어 예약했다. (여기로 정하고서도 다른 곳이 더 좋아보여 2~3군데 예약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처음 마음에 든 코업으로 결정)


7시 비행기였기 때문에 비행기에선 쿨쿨. 혼자가는 첫 여행에 들떠 있거나 시집을 꺼내읽고 싶었으나 너무 졸려 결국 잠을 택했다. 아침 비행기니 어쩔 수 있나, 지금 자둬야 올레길을 걸을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며.



공항에서의 아침 식사. 일부러 간단하게. 






공항에 있는 지석묘. 예전에 왔을 땐 바로 차를 렌트하러 갔고 바로 공항을 빠져나갔으므로 공항 안 구석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혼자 오니 안 보이던 게 보이는군' 하며 첫 혼자 여행을 긍정해본다.





올레길 18 시작. 바다가 보이는 올레길이라 기대하며 골랐는데 막상 출발은 산이어서 사실 좀 겁먹었다. 다행히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모자(母子)가 있어 괜시리 마음을 놓았다. (여행을 다녀온 후 올레길은 절대 여자 혼자 가지말라는 말을 들었다...)











12시쯤. 식당에 가서 먹고도 싶었지만 혼자 갈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혹시 몰라서 사놓은 삼각김밥으로 요기를 했다. 뭔가 허전한 듯 해 도중도중 입에 넣은 하리보.








바다도 지나고, 제주도 전통 집, 전통 골목 같은 곳도 지나고. 







이곳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산산조각 났다.ㅠㅠ 어지간하면 여행 후 처리하려고 했는데 버스노선도, 밥집도 핸드폰으로 찾아다녀야 하는데 손까지 베일 정도로 깨져 오후 노선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혼자 여행이라 동선도 마음껏 바꿀 수 있구나' 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일부러 찾아가려고 한 건 아닌데 배고플때쯤 근처 맛집을 찾아보니 딱 눈 앞에! 전복물회를 시켰는데 물회와 밥을 같이 먹은 건 처음이었다. 아니지, 물회를 안주 아닌 식사로 먹은 게 처음이구나. 맛있었다. 추천해줄만한. 

밥먹으며 시내에 있는 아이폰 수리점 5군데에 전화했는데 아이폰 6+ 액정은 다 월요일에나 온단다. 좌절하려던 찰나 마지막 전화를 건 곳은 가능하다고 해서 이따 찾아가기로 했다. 








4시정도까지 걸었던 것 같다. 3~4시쯤엔 사실 졸며 걷기도. 완주하고 싶었지만 다시 공항에 가서 짐도 찾아야 하고, 시내도 들렀다 숙소에 가야하니 돌아가기로 했다. 예전부터 산을 탔으면 정상을 찍고 와야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목적 달성보다 '걸었다'는 만족감이 더 컸고, '다 안 걸으면 어때'하는 생각을 갖기로 하니 마음이 편했다. 

공항이 눈 앞에 보이는데 희한하게 갈 수 있는 길을 못 찾겠어서 결국 택시.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갔는데 금요일 퇴근시간과 겹쳐 좀 서서 가다가 앉게 되었다. 나는 제주도는 한산하고 조용하며 버스도 당연히 비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철저히 '관광객'인 나는 도심에서의 번잡함을 벗어나 제주도를 찾았으니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전에 왔을 때도 렌트카를 타고 관광지만 돌아다녔으니, 다 똑같이 제주도의 멋지고 고즈넉한 풍경에 감탄하는 관광객들만 마주쳐왔던 것. 부산에 살 때 우리에겐 집 앞인데 관광객들이 집앞 편의점까지 수영복을 입고 다닌다며 농담한 적 있는데 딱 내가 그 관광객이었다.








숙소는 협재해수욕장에 잡았다. 공항에서 멀지 않았고 사람이 너무 많지 않으면서 바다가 예쁘다고 소문난 곳. 

숙소를 확인하고 저녁으로 뭘 먹을까 돌아다니려는데, 우연하게도 아까 오는 길에 검색해본 문어짬뽕 맛집이 보여 바로 들어갔다. 정말 문어 한마리가 통째로 올려져있다. 이곳도 추천해줄 만큼 괜찮았다. 서울에 있었으면 종종 찾아가겠다 생각하며.





#코업레지던스. 

짐을 놔두고 편하게, 가볍게 돌아다니기 위해 숙소는 2박 한 곳으로 정했다. 

다 좋은데 저 세면대는 왜 테이블 같은 곳 위에 두어서 손 씻을 때마다 물이 철철 흘러넘치게 만들어놓았는지. 누군가와 같이 와도 좋겠다 싶은 숙소였지만 저 세면대는 에러...ㅠ 






다음날 아침. 비가 왔지만 나쁘지 않았다. 베란다에 앉아 비가 오는 바다를 바라보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괜시리 기분내며 시집도 꺼내보고 수첩에 일정을 끄적여 본다. 







근처 맛집으로 검색해 본 모닥식탁. 제주도에서 카레를 먹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카레를 좋아하니까. 메뉴는 두가지 정도였던 것 같고 난 딱새우 카레를 시켰다. 샐러드도, 카레도, 새우도 정갈하고 맛있었다. 딱새우는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네이버에 '딱새우 먹는법' 검색까지 해가며 까먹었다. 검색해보지 않았다면 아깝게 대충 빨아먹다 말았겠다, 다행이다 생각했다. 구석에 있어서 제주도에 찾을 때 일부러 가긴 어렵겠지만 근처에 머문다면 추천하고 싶다.











제주도 오기 며칠 전날 추천받은 세화해수욕장과 해녀박물관을 찾았다. 여길 안 왔으면 둘째날 뭐 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다녀왔다 싶었다. 딱딱 맞게도 숙소에서 버스 한번이면 다녀올 수 있었다. 해녀박물관-제주 여성의 삶이 울컥했다. 










조용했던 세화 해수욕장. '멋지다'는 느낌보다도 소박한 느낌의. 

이날의 첫 커피를 한잔 하러 까페에 들어갔는데 커피 대신 한라봉차를 시켰다. 손으로 만든 엽서도. 멍 때리다 이병률 여행 산문집도 보다가. 이런 시간을 얼마만에 가져보는 건가 싶었다. 






지금 다시 찾아보라면 못 찾을 식당. 전에 제주에 왔을때 유명하다고 해서 해물뚝배기를 먹었는데 비싼 것에 비해 실망이 컸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래서 찾아왔는데 괜찮았다. 다시 찾아갈 수 있을까. 식당 이름이라도 적어놓는다는 게 깜박했나보다. 







숙소로 돌아와 어제부터 '가야지' 별렀던 까페에 자리를 잡았다. (숙소 바로 옆) 환할 때 들어갔는데 두어시간 있으니 금새 깜깜해졌다. 턱 괴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도 참 좋았다.







사실 배가 고프진 않았는데 마지막 날 밤이라 스스로 되새기며 맥주도 한잔 하고 먹고 싶었던 거 오늘은 참지말자고 스스로 말해주며 편의점에서 다 쓸어담았다. 무한도전 보며 진짬뽕도 먹고. TV에선 송중기 신드롬이라며 예전 송중기부터 지금 송중기까지 매력탐구를 해준다. 제주도에서 태양의 후예를 처음 보았고 요즘이 송중기 신드롬인 걸 알게 되었다. 프로듀스 101도 숙소에서 뒹굴며 처음 보았는데 이때 눈에 들어온 김세정이 지금도 제일 이뻐 보인다. 






둘째날 아침은 조식을 먹었다. 첫날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텐데) 괜시리 여자 혼자 조식 먹는 걸 눈에 띄고 싶지 않아 일부러 먹지 않았다. 둘째날도 원래는 바로 나가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식당으로 가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난 가볍게 먹었지만 죽도 있고 씨리얼도 있고 쏘세지도 있었고. 누구와 와도 괜찮아할 조식이었다. 










숙소를 정하고 근처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검색했을 때 제일 많이 나왔던 '카페 델몬드'. 사람이 많아서 좋은 자리를 못 차지 할까봐 걱정했는데 10시쯤 갔더니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곧 많아졌지만. 실내에 앉아있다가 곧 밖으로 나갔다. 바닷바람은 셌지만 차갑지 않아 계속 있을 만 했다. 저 시집은 내내 들고 다니고 설정샷으로 잘 써먹었구나. 이번 여행에서 책 2권과 저 시집을 가져갔는데 책은 다 읽었지만 시집은 제대로 펴 보지도 않았다.

한참 바람을 맞다가 돌아가면 어떻게 살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지 이제야 현실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나눌 이야기들, 마음 속에 있던 말들을 메모했더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괜시리 화가났던 마음들도 좀 가라앉았고 답답했던 생각들은 실마리들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기분일 뿐이라고 해도 여행은 그런 기분과 에너지를 준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은 좀 웃겠지만 제주에서의 마지막 메뉴는 파스타를 선택했다. 먹을 만 했지만 또 갈만하진 않았다. 그래도 저 말 '왠지 제주에서 먹는 것이 맛있는 것 같아'는 말은 동의. 제주 이즈 뭔들. 





저 출구를 나가면 엄마아빠와 조카가 나와있을 거였다. 나오지 마시라고 해도 나와계실 분들이다. 출구에서 부모님이 보이는 순간 바로 여행의 끝을 알리는 것 같아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러니까 공항을 나와서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까지라도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음을, 그 기분을 좀더 유지하고 싶었는데 두분은 나와계실 거였다. 그래도 그게 부모님 마음이지 싶어 더 말리진 않았다. 어쨌든 현실을 마주하며 또 여행을 기약해본다. 



Posted by 생숭이
읽고,보고2016. 6. 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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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법 <교황의 경제학>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소수의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대다수가 이 행복한 소수가 누리는 번영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시장의 절대 자율과 금융 투기를 옹호하는 이념의 산물입니다. 이 이념은 공동선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국가의 통제권을 배척합니다.”- <복음의 기쁨> 56항”


이렇듯 교황은 사회적 불균형의 원인이 물신주의, 시장과 경제의 독재, 공동선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에 있으며 ‘실패자’로 낙인 찍히는 개인들이야말로 그 희생자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종교 혹은 성직자들은 현실정치나 경제에 직접적인 언급이나 관심이 덜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세계적 양극화와 경제 독재를 강하게 비판한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의 메시지를 담은 <교황의 경제학>은 2015년 9월 교황의 미국 방문을 염두에 두고 쓰였으며, 급속도로 인간을 소외시키는 현재의 경제 체제에 대한 경고이자 이런 세태에 대한 종교들의 충고와 대안을 담고 있다.


저자인 에두아르 테트로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교황이 기여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무분별하고 ‘미친 돈’이 압도하는 경제의 장벽의 발치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틸 것만 같은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최적의 지점과 시기에 일격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그 지점이 ‘뉴욕’이라는 것이다. 유엔 본부가 있고 월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 금융자본의 본거지, 뉴욕. 그리고 최적의 시기는 바로 교황이 미국을 방문하는 시기로 본 것이다.


미국인 신용 소비의 40%가 일자리, 주거, 가족을 잃어 삶이 망가진 최빈곤층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적용되는 이자율은 마이너스가 아니라 종종 15%를 웃도는 폭리 수준이다. 즉 피라미드의 상층에 마이너스 이자율의 돈이 넘쳐나지만 가난한 이들은 그 돈을 얻으려면 매우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바로 이자다. 따라서 유해한 대출 상품들이 새로운 세계 경제에 물을 대줄 것이며 2008년의 경우처럼 종종 ‘부패한’ 상품까지 모르는 척, 못 본 척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본문 41p)


‘낙수효과’라는 말이 있다. 대기업이나 고소득층 등의 경제적 성과가 늘어나면 연관 산업을 활용한 후발 낙후 효과, 즉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등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총체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종이컵을 피라미드 형식으로 쌓아놓고 그 맨 위의 컵에 물을 부으면 그 컵에 물이 다 차면 밑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라는 이론에서 나온 것)


하지만 저자는 “낙수효과는 부를 쌓아놓고 감추기에 급급한 몸집 큰 경제 주체들의 실제 행위와 선동 때문에 가능하지 않게 되었으며 과도한 재정 합리화는 수십조 달러의 부를 최상층 부자들에게 집중시킨다”고 말한다. 즉, 2015년 세계 경제에서 낙수효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며 혹시라도 그렇게 떨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로 빚이라는 것이다. 낙수효과는 빚더미가 쌓이는 효과일 뿐이다.


또 저자는 21세기 세계의 신경제는 세계화, 디지털화, 금융화라는 세 가지 현상이 결합하여 ‘확장되는’ 경제인데, 이 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금융과 신기술이라고 말한다. 이 힘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부와 혁신을 창조하고 빈곤을 물리치는 데 기여했지만 지난 30년 동안은 오히려 극심한 빈부격차, 지구 생태계 파괴, 금융위기, 인간 소외를 불러오며 세상을 붕괴를 향해 내몰고 있다.


프라니스코 교황은 이렇게 표명한 바 있다. “그러한 경제는 사람을 죽일 뿐입니다.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라고.


기술과 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경제 문제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존엄성의 원리’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사회교리의 모든 원리와 내용을 이루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주저하지 않고 그들을 만났고 그들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들을 심판하여 감옥에 가두거나 처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재산을 다 써버리지 않고 모아둔 이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자캐오는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달려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기까지 했던 이다. 자캐오는 주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부자들에게는 바로 이런 행위를 권유하는 것이다. 지갑의 돈 뿐만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와 자기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내어주는 것 말이다. 부와 성공을 혼자서 즐기는 것보다 더 풍요로운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본문 117p)


또한 저자는 자신에게 의제설정권이 있다면 가장 우선 처리해야 할 최소한의 두 가지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거부할 것과 아동 노동을 허용하는 국가 채권과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거부할 것을 제안한다.


실속없는 토론이 아니라 확실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 공동 전선이 담당해야 할 일은 오늘날 세계경제의 주요 행위자들과 함께 새로운 규범을 세우고 더 나은 실천을 하는 것이다. 그 행위자로서 가장 선두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이들이 세계적 대투자가들이다. 지금 말하고 있는 협정은 이를테면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G20’이라 할 수 있다. (본문 176p)


지금은 국경을 뛰어넘어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는 힘에 의지해야 한다. 바로 종교들이 함께 국제 금융의 커다란 힘에 보편적 양심을 채워 넣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본문 177p)


저자는 세계최상류층 사람들이 나눔과 증여의 경제라는 흐름에 적응하고 있고, 앞으로 자신의 많은 에너지와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는 것을 ‘좋은 소식’으로 전한다. 좋은 소식은 또 있다. 우리 사회가 최상의 가치로 삼는 돈이 그 위세를 잃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의 사회 교리를 따르리라 생각되는, 약 12억 명 정도 되는 가톨릭 신도만이 이런 전복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점이 또 좋은 소식이며, 완전히 세계화된 경제와 사회에서 우리는 상호 의존을 의식하게 된다는 것도 좋은 소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욱 정의롭고 덜 폭력적인 인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각자는 얼마나 굳은 각오를 하는가? 약육강식이 아니라 나눔의 사회를 위해서. 소유가 아니라 행복을 우선시하는 사회를 위해서” 라는 질문을 던진다.



Posted by 생숭이
읽고,보고2016. 6.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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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주식회사들이 월스트리트가 휘청거리면서 함께 위기에 처했을 때, 의외로 협동조합들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설사 상황이 어렵더라도 오히려 일자리를 늘리거나 혹은 일자리를 나누는 것으로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갔다. 협동조합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한국에서도 협동조합의 성공은 가능한 것일까?

 

어느 날부터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다. 협동조합법이 시행된 이후, 뜻이 맞는 5명 이상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쉽게 만들 수도 있게 되었고 주변에서 협동조합을 한다는 사람도 꽤 보게 되었다. 문제는 (당연한 말이지만)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보다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 즉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설립의 자유가 생겼다고 해서 협동조합의 시대가 완전히 열렸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인 신성식 대표는 생활협동조합의 1세대이며 조합원 17만여명, 연매출 3450억원을 내는 icoop 생협 경영대표를 맡고 있다. 책은 신 대표가 직접 쌀가마니를 등에 지고 아파트 5층까지 공급을 했던 협동조합 초기의 이야기부터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앞으로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까지를 담고 있다.

 

신 대표는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임을 강조한다. 농협이든 신협이든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업의 3대 요소는 자본, 사람, 기술이고 주식회사도 마찬가지인데,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와 다르려면 사람에 관한 문제를 고민했어야 하지만 이런 점에서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주인의식을 가지지 말고, 주인이 돼라”라고 말했다. 조합원이 의사 결정에 어떻게 참여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가 협동조합이 발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신 대표도 협동조합 설립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합원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깊이 궁리하기를 조언했다.

또한 아이쿱 생협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용자 수가 아니라 주인의 숫자, 활동가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활동가의 숫자는 전 세계 어딜 내놔도 최고 수치라고 한다.) 조합의 생존이나 발전 정도는 조합원들의 활동에서 결정되며 그래서 교육과 자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요즘은 ‘자연드림’이라는 아이쿱 매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 동네에도 있다) 지역조합이 매장사업을 할 때는 ‘왜 매장을 개설하는지 이유를 분명히 하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매장은 온라인 공급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매장을 하려고 하는가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매장을 만드는 첫 번째 목적은 생협운동이 대중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대중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조합원이 확대되어야만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고,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지속가능한 생산이 가능해지기 때문. 분명한 목적과 목표 아래 매장을 개설해온 것이 매장 성공의 비결임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 관계와 노동 형태에 대한 이야기. 매장에서 일하는 베이커리, 정육기사 같은 기능인들이 보기에 협동조합은 무척 생소한 현장이다. 처음에 와서 일하면 지역조합 자체도 복잡한데 무슨 이사, 매니저, 본사 사람 등 여기는 도대체 어떻게 작동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이런 고용 관계 문제는 연합조직 차원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연합조직의 자회사에서 고용한 기능인들을 지역 조합 매장에 파견하는 형식이다. 베이커리나 정육 담당은 연합조직에서 관리하고, 지역조합에서는 매니저, 판매원들을 고용하는 형태다.

이쯤 되면 한번 더 묻고 싶다. 아이쿱 생협의 직원들에 대한 처우와 판매원들의 최저임금은 지켜지고 있는지? 당연히 시간 외 수당이나 야간근무수당 등 법적 기준은 다 지키고 있고 시급도 최저임금보다 15퍼센트 이상 높다. 일자리에 대한 아이쿱 생협의 고용정책은 첫째 고용의 안정성, 두번째가 노동소득의 안정성이라며 먼저 고용의 안정성에 주력했다고 한다. “비정규직은 없다, 정리해고도 없다” 이것이 아이쿱 생협의 일자리 원칙이다.

 

책에서는, 사람들은 매일 음식을 먹으면서도 식탁 위에 올라온 음식과 그 식재료가 누구의 손에서 자라고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앞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질문한다.

소비자의 선택이 어떤 생산을 하게 하는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 선택만큼이나 쇼핑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신 대표는 정치권력은 4~5년마다 바뀌지만 WTO, FTA 같은 것 때문에 사는 건 더욱 힘들어진다며 사회를 좀더 따뜻하게 바꾸려면 결국 소비자들이 올바른 소비를 하고 행동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가 어떤 물품을 소비할 때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까지 고려하는 윤리적인 소비를 해야만, 사람들의 일자리와 시민의 삶을 어렵지 않게 만든다는 말이다. 어떤 물품이나 식품을 소비하는가에 따라 지배적인 거대 식품기업을 강화할 수도, 자연친화적인 친환경 농업을 북돋을 수도 있다. 윤리적 소비가 윤리적 생산을 좌우하는 것이다. 즉 소비가 생산을 결정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협동조합의 과거와 방향, 협동조합의 힘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가볍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