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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18 3월의 요리
  2. 2017.04.18 2월. 결혼식, 여행 그후.
먹는것이 낙2017. 4. 18. 14:01


3월에 한 요리
그와 처음 식사를 위해 한 요리(?)는 스팸 김치찌개였다. 퇴근 후 부랴부랴 밥을 준비하는 게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는지 뼈저리게 느끼면서, 집에 오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머리 속에서 떠올려본 후 뭘 할 수 있을지 그림을 그려보고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았다. 육수까지 냈고 맛 없기 힘들다는 스팸까지 넣었는데 더럽게 맛이 없었다....... 국물맛도 오묘하여 이게 김치찌개 맛인지 차마 그에게 먹으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였는데 참으로 다행히도 남편은 '먹을만하다'며 밥 한그릇을 다 먹어주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후 아직 김치찌개는 도전을 못 하고 있다. 

쉬는날엔 불고기가 먹고 싶다는 남편을 위해 예전에 배웠던 레시피대로 뚝딱뚝딱 해보았는데짠 게 문제. 불고기를 재웠을 때 양념이 충분하지 않아 보여서 간장 양념을 두어숟갈 더 넣었는데 그 때문인가보다. 기본 정량대로 하고 싱거우면 요리 도중에 간장을 더 넣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그래도 이건 자신감을 떨어뜨릴 정돈 아니었고 추후 과제를 찾는 정도. 그날 남은 불고기는 그가 늦을 때마다 무려 두번이나 더 물을 넣고 떡을 넣어서 불고기 떡볶이를 해먹었다. 한번 먹을 만큼을 세번으로 나눠 먹은 셈.  

그외에는 대부분 아침을 위한 것들이었고 시어머니와 시동생이 찾아왔을 때 멋지게 차려내었으나 사실 내가 한 요리는 계란말이와 닭가슴살 가지말이구이 정도. 메인 요리였던 불고기와 갈비는 다 친정 엄마가 해주셔서 냉동실에 있던 것을 꺼낸 것이다. 주실 때는 '이거 언제먹나' 했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요긴하게 잘 썼다. 불고기 같은 건 시간있을 때 미리 해두어 냉동실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 잘 써먹는다는 엄마 말을 따라 나중에 꼭 그래야겠다 생각...했으나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여튼 다행히 잘 드셔주셨고 칭찬도 받았지만 요리 실력이 아니라 '플래이팅'의 힘이었음을 고백한다.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오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렌지 겸용으로 산 것이었으나 렌지 없었으면 큰일났을 뻔. (햇반 데우는 데 2~30분씩 걸린다는 걸 사고나서 알았으니.) 
란쌤 덕분에 베이킹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없어져서 집에서 머핀인지, 마들렌인지를 만들어보았다. 마들렌 재료와 방법이었는데 굽는 것만 머핀틀에. 난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남편은 그 정돈 아니었나보다. 자주 먹고 싶은데 귀찮아서 더 만들어먹진 못했다. 그왼 계란빵, 계란모닝빵, 프리타타를 해보았는데 사진은 다 그럴듯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느꼈다. 특히 프리타타는 TV, 블로그에서 봤던 것처럼 절대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다. 밥솥 카스테라도 나만 실패한 듯. 둘다 곧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다. 

Posted by 생숭이
셋이서 쑥2017. 4. 18. 12:00

결혼 준비 기간, 신혼여행 직후에 우리 둘다 일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 얼마나 다행인지.  
둘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터라 결혼 준비 기간에 평일에도, 낮에도 시간맞춰 볼 수 있었고 여행 다녀와서도 열흘 정도 기간이 있어 바로 출근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쿠바에 도착하자마자 신랑이 2~3일 내내 "더 있다 가자" "다른 데라도 들렀다 가자"며 졸랐는데, 
막상 한국 오니 생각보다 할 일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아서 바로 온 게 다행이라며.  

신혼여행 후 푹 쉰 건 하루였던 것 같다. 어수선한 집 정리하고, 선물 드릴 분들 약속 잡고, 친정엔 두번 갔던 것 같고. 주말에 시댁에 처음 (집으로 가는 건 처음) 인사드리러 다녀왔고, 주례 선생님도 뵙고. 출근 전까지 열흘 정도 여유가 있으니 해외는 아니더라도 국내 2~3일 정도 놀러가보자는 생각은 얼마나 모르고 한 소리였는지.  




쿠바에서 사온 선물들. 쿠바에선 꿀,시가,럼(술),커피가 선물로 인기가 있대서 부모님 포함해 챙겨야 할 사람들을 생각하다보니 이렇게나 많아졌다. 여기다 벤쿠버 공항 면세점에서 산 선물까지.  
어머님들 선물은 면세점에서 좋은 걸로 사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갈 때 시간이 없어 못 들리는 바람에 결국 해외 화장품을 사야 했다... 고르기도 너무 어려웠는데 두분다 좋아하신 걸로 만족... (좋아하신 거 맞겠지...) 
이렇게 쌓아놓고 보니 정작 '우리 집'을 위한 건 하나도 없어서 아쉬웠는데 커피는 봉지가 찢어져서, 꿀은 오다 깨졌는지 줄줄 새어서 하나씩 갖게 되었다. 야호.  
그리고 그날 저녁은 바로 라면.






아직 어수선한 집. 신혼 집 정리라 더 그런건가.  
결혼 전에 약속했던 대로 그는 설거지를 해주었고, 매일매일 택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재미가 생겼다.  
3월 전에 쇼파며, 부엌 살림 등 큰 것들은 다 완료해놓고 싶어서 날짜 맞추고, 주문하고 참 바빴다.  
쇼파는 아빠가 골라서 제안해주신 백 소판데, 사진과 상품 설명 봤을 때 보다는 별로여서 좀 아쉽다. 
신나서 골라주신 아빠를 생각해서 크게 나쁘다고는 안 했지만 엉덩이를 끝까지 앉을 수 없어서 좀만 앉아도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 앉는 공간도 좁아서 발걸이가 없으면 90도로 앉아야 하는.  
이사가서는 당장 교체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중고시장에 내놓으면 가져갈 사람이 있으려나.  





혼인신고. 집에 설치한 인터넷이 가족형이라 빨리 혼인신고를 해서 보내줘야 하는 행정적인 이유가 좀 컸겠지만,
맥모닝을 먹다가  "혼인신고 하러 가자"는 말이 괜시리 감동적이고 기뻤다.  그리고 이젠 진짜 빼박캔트구나라는 농담과 이젠 진짜 서로의 법적 보호자구나 라는 책임감도. 




결혼 준비 기간 내내 엄마의 가장 큰 고민과 걱정거리였던 이바지.  
이제 어머님도 몇번 뵈었고, 많이 어렵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집'을 방문한다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이것저것 걱정거리를 안겨주었다. 
어머님이 11,12월에 내 방문을 두고 벽지나 조명도 바꾸시고 이불도 새로 사시고, 신경을 많이 쓰셨다길래 '그렇게까지' 하시나 생각했는데 그만큼 긴장되고 떨렸던 듯.  
잠탱이인 내가 새벽 4시까지 설치다가 1시간 반 정도 눈 붙이고 기차를 탔더니 KTX 타자마자 쿨쿨.  
내리자마자 대구에서 유명한 난자완스를 먹었고, 수성호를 바라보며 커피도 한잔 하고 집에 와서 이바지 음식들로 저녁을 먹었다. 어머님이 맛있게 드셔주셔서 다행. 아침에 엄마랑 쌀 때는 몰랐는데, 몇주를 인터넷 검색으로 고생하시고 며칠 전부터 재료 사러 돌아다니시고 새벽부터 음식하셨을 엄마를 생각하니 먹으면서 콧등이 시큰했다.
다음날 아침, 점심은 어머님께 핫케이크, 스테이크를 한 수 배웠다. 나도 할 줄은 알지만 더 맛있게 먹는 법을 배웠달까. 핫케이크는 정말 잘 배운 것 같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