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2012. 5. 8. 14:14

선거 부정,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해결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적어도 당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데 대한 책임감의 높이만큼은 같을 줄 알았다. 그래서 적어도 진실을 둘러싼 왈가왈부가 아니라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과하고 하루빨리 혁신과 쇄신의 길을 가려는 데는 이견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진상보고서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당권파를 죽이고 있다, 마녀사냥이다, 심지어 1932년 만주 '민생단'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나친 오바다.
아니면 제 발이 저린 건가.

 

대학 학생회 선거에서도 100표만 몰표가 나와도 그 선거는 '무산'이다.
가령 A 선본이 2000표 차이로 크게 이겨 100표 무효표가 선거 당락을 좌우하진 않았지만 이미 그 선거는 학우들에게 신뢰를 잃은 선거가 되었기 때문에 선거 무산을 처리하게 된다.

그래서 A선본은 책임이 없지만, 참으로 억울하고 안타깝겠지만 선거는 무산에 따라 당락은 무효가 된다.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당연히 누가, 언제, 어떻게 했는지는 없을 수 있다.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당내 부실 투표가 있었는지, 부정 투표의 정황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판단되었는지를 밝히면 되는 거였다.
실체를 밝히라느니, 육하원칙을 대라는 것은 마치 대학 선거에서 100표의 몰표가 드러났는데 이건 누가 한 것인지, 언제 한 것인지를 밝히기 전까진 억울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도 당권파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 적 없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게도 책임을 덧씌워 물러나라고 한 적 없다.


선거 과정 자체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고 그에 맞는 책임을 다 같이 지자고 하는 것이다.
'나는 억울하고 떳떳하다'는 양심을 의심한 것이 아니다.
'당권파들을 몰아내고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라는 전제가 머리 속에 박혀 있으니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게 상황의 가장 큰 문제다.

 

이석기 당선자가 비례대표 온라인 투표에서 얻은 표 61.5%가 같은 IP에서 나왔다는 언론조사에 대한 반박으로 이정희 대표가 "더 높은 동일 IP 득표율을 보인 후보도 있다"고 발표한 것은 이석기 당선자가 '부정'은 아니었다고 밝혀질 순 있으나 선거 자체가 부실임은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해명이고 누구를 위한 변명인가.

 

동일 IP 득표율 공개…이정희 `자살골`?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50791291

 

억울하고 안타깝겠지만 상황을 인지하고 국민앞에 어떻게 이 선거로 드러난 그간의 부족함을 쇄신과 혁신의 모습으로 화답할 것인가를 머리맞대 고민해야 한다.

 

빠르게 국면을 마무리하고 혁신의 길을 가야할때
논쟁을 당권파 몰아세우기로, 떳떳하다며 진상규명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국민들의 실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당원들의 명예를 이야기했지만 누구의 명예를 위하고 있는 것인가.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