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어김없이 5시~5시반에 기상하는 부지런한 아기 덕분에 오늘도 긴 하루를 보냈다.
아침엔 남편을 좀 쉬게 해줄 생각이었지만 피곤해도 아기 울음소리, 노는 소리에 결국 7시반쯤 반쯤 감긴 눈으로 마루로 나온 남편.
서진이는 좀더 자야하는데 눕혀재우니 또 30분 밖에 못 자서, 재울 겸 씻지도 않고 바로 산책을 감행하기로 한다.
1시간 가량 천천히 걸으며 (다행히 아기는 나가니 5분만에 잠들었다.) 그간 못했던 남편의 '큰그림'이야길 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이 아기 맘마를 주는 사이, 내가 먼저 씻고.
남편이 씻는 사이 아기를 쏘서에 넣어놓고 아기 짐을 챙기고.
몇 시간 외출에도 아기가 움직이면
기저귀, 물티슈, 젖병, 보온병, 물병, 손수건, 옷가지, 딸랑이, 공갈젖꼭지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 며칠 묵을 만큼 큰 가방이 된다.
서진인 어머님, (남편의) 외할머님께 사랑 듬뿍 받고.
오는 길에 갑자기 울길래 톨게이트 근처에 있는 작은 휴게소에 들렀다가 기저귀 갈 공간도 없어
장애인 화장실에 둘이 들어가 낑낑 대며 기저귀를 갈고.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랬더니 좀 편해졌는지 다시 쿨쿨.
자는 서진일 깨기 아까워 결국 임진각까지 가고 말았다. 뭐, 나쁘진 않았지만 우리 상황이 시트콤 같지 않냐며 둘이서 낄낄.
파주간 김에 L 선배에게 연락해 차 마시며 지방선거 이야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그러고보니 서진이가 오늘 카페도 가고, 식당에도 갔었는데, (식당엔 두어번 갔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진 않았지만 울거나 크게 보채지도 않았다. 오.
다만 아직 앉아있을 줄을 모르니 둘중 하나가 안고 있거나 가끔씩 왔다갔다 해주거나 해야하는 건 있지만,
이젠 서진일 데리고 어디든(?) 갈 수 있겠구나, 이만큼 컸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