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한 요리
그와 처음 식사를 위해 한 요리(?)는 스팸 김치찌개였다. 퇴근 후 부랴부랴 밥을 준비하는 게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는지 뼈저리게 느끼면서, 집에 오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머리 속에서 떠올려본 후 뭘 할 수 있을지 그림을 그려보고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았다. 육수까지 냈고 맛 없기 힘들다는 스팸까지 넣었는데 더럽게 맛이 없었다....... 국물맛도 오묘하여 이게 김치찌개 맛인지 차마 그에게 먹으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였는데 참으로 다행히도 남편은 '먹을만하다'며 밥 한그릇을 다 먹어주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후 아직 김치찌개는 도전을 못 하고 있다.
쉬는날엔 불고기가 먹고 싶다는 남편을 위해 예전에 배웠던 레시피대로 뚝딱뚝딱 해보았는데짠 게 문제. 불고기를 재웠을 때 양념이 충분하지 않아 보여서 간장 양념을 두어숟갈 더 넣었는데 그 때문인가보다. 기본 정량대로 하고 싱거우면 요리 도중에 간장을 더 넣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그래도 이건 자신감을 떨어뜨릴 정돈 아니었고 추후 과제를 찾는 정도. 그날 남은 불고기는 그가 늦을 때마다 무려 두번이나 더 물을 넣고 떡을 넣어서 불고기 떡볶이를 해먹었다. 한번 먹을 만큼을 세번으로 나눠 먹은 셈.
그외에는 대부분 아침을 위한 것들이었고 시어머니와 시동생이 찾아왔을 때 멋지게 차려내었으나 사실 내가 한 요리는 계란말이와 닭가슴살 가지말이구이 정도. 메인 요리였던 불고기와 갈비는 다 친정 엄마가 해주셔서 냉동실에 있던 것을 꺼낸 것이다. 주실 때는 '이거 언제먹나' 했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요긴하게 잘 썼다. 불고기 같은 건 시간있을 때 미리 해두어 냉동실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 잘 써먹는다는 엄마 말을 따라 나중에 꼭 그래야겠다 생각...했으나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여튼 다행히 잘 드셔주셨고 칭찬도 받았지만 요리 실력이 아니라 '플래이팅'의 힘이었음을 고백한다.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오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렌지 겸용으로 산 것이었으나 렌지 없었으면 큰일났을 뻔. (햇반 데우는 데 2~30분씩 걸린다는 걸 사고나서 알았으니.)
란쌤 덕분에 베이킹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없어져서 집에서 머핀인지, 마들렌인지를 만들어보았다. 마들렌 재료와 방법이었는데 굽는 것만 머핀틀에. 난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남편은 그 정돈 아니었나보다. 자주 먹고 싶은데 귀찮아서 더 만들어먹진 못했다. 그왼 계란빵, 계란모닝빵, 프리타타를 해보았는데 사진은 다 그럴듯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느꼈다. 특히 프리타타는 TV, 블로그에서 봤던 것처럼 절대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다. 밥솥 카스테라도 나만 실패한 듯. 둘다 곧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다.
먹는것이 낙2017. 4. 18. 1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