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년만에 영어공부.
임신하고 학교다니는 것 말고는 다른 활동을 하기도 어렵고, 아직 자리도 못 잡고 어수선할 때 내년 노무사 1차라도 볼까 싶어서 영어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엔 노동법 강의랑 같이 듣기 시작했는데, 영어시험 이게 만만치 않은 것이다.ㅠ
대학교 들어오곤 영어공부라곤 해본 적이 없으니 암기과목인 걸 잊고, 그렇지 그렇지 하며 책을 넘기다 첫 시험은 아주 부끄러울 정도로 망하고 나니 아, 이렇게 공부하면 안되는 구나 싶은 생각이 팍!
신랑은 토익으로 하지, 왜 지텔프로 해서 고생을 하냐고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못하는 게 문제인걸.ㅠ
돌아보니 9,10월은 책도 거의 안 보고 집안일, 약속 외에 혼자 있을 땐 대부분 영어 공부를 한 것 같다. (쉬는 시간 빼고^^)
물론 수험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임산부라는 상황으로 보면 최선은 다한 듯.
# 임산부 운동 시작
골반이나 엉덩이 아픈게 심하기도 하고, 마사지로는 안될 것 같아서 인터넷을 몇날 며칠 검색을 하다가 임산부 전용 운동 재활치료가 있는 걸 알고 1회 체험 신청을 해보았다. 임산부에게 요가가 좋다곤 하지만 골반이 안 좋을 땐 앉아서 하는 요가 동작이 안 좋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해서 아픈 것도 있지만 늘 안 좋기도 했으니 이 기회에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1회 체험을 해봤는데 만족. 마사지 같은 통증 치료도 해주었는데 전에 받았던 마사지보다 좀더 맞춤형처럼 아픈 곳이 정확히 더 아팠고 (응?) 운동 치료라는 것도 좀더 근본적으로 치료가 될 것 같아서 믿음이 갔다. 1회 체험을 하고 만만치 않은 가격에 망설였지만 신랑이 흔쾌히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줘서 과감하게 10회 등록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망 언니가 예전에, 임산부들이 (특히 애 낳고 나서)마사지 같은 거 하겠다고 하면 신랑들이 굳이...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몰래 받는 일도 많다고 했었는데, 신랑이 돈 보다도 내 몸을 생각해주니 (물론 운동비는 빚이지만...;;;;;) 참 고마웠다.
어쨌든 열심히, 잘 다니는 조건으로, 돈이 아깝지 않게 복습도 하고 질문도 많이 하겠다고 다짐하며 10회 등록.
# 스벅에 디카페인 커피가!!
커피빈, 투썸에도 디카페인 커피가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면 "저희 매장은 아니"라는 대답을 늘 들었던 터였다. 몇몇 매장만 디카페인이 있다는데 골라 다닐 수도 없고. 카페 갈 일이 생기거나 가고 싶으면 늘 쥬스나 차를 마시게 되어 입에 단 내가 날 지경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스벅에 갔는데!!! 디카페인이 전 매장에 생겼고, 커피가 들어있는 모든 음료가 다 디카페인이 된다는 것이다!!!
아, 정말. 스벅을 덜 가고 싶어도 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ㅠㅠ
그때부터 카페갈 일이 생기면 웬만하면 (어쩔 수 없이) 스벅에 가게 되었고, 특히 카라멜 마끼야또가 왜이렇게 맛있는지.
전에는 늘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요즘은 아이스 카라멜 마끼야또 마실 때가 세상 행복하다.
# 추석
어머님은 정말로 안 내려와도 된다고 하셨지만, 그리고 신랑도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망설였지만. 내가 가고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 내려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댁은 어렵기도 하고 명절엔 일도 많이 해야 하니 가기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지만, 난 어머님이 해주시는 음식도 먹고 싶고, (어머님 음식은 정말 맛있다) 차례상 차리는 것도 돕고 싶고 (결혼하고 첫 명절이기도 하고) 신랑과 오랜만에 기차도 타고 싶고. 내려가고 싶은 이유가 충분했다.
아침을 먹고 탔는데도 도착하자마자 아침으로 차려주신 고깃국을 한 그릇 다 먹고.
전날 아침에 출발하니 도착해서 돕겠다고 말씀드렸어도 어머님이 이미 전이며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은 다 해놓으신 상황이어서 난 시동생과 함께 나물 다듬는 것만 할 수 있었다. 끼니마다 어머님이 차려주시는 밥 잘 먹고, 저녁엔 같이 영화 남한산성도 보고.
차례를 지내고, 아버님 산소에 다녀왔다. 어머님이 걱정을 많이 하셔서 나는 산에 올라가지 않고 밑에 있으려 했는데, 또 언제 인사드릴 수 있을지 몰라 (내년엔 동동이를 안고 가야하니) 조심히 다녀왔다.
동동이 덕분이기도 하지만 너무 편하게 있다온 건 아닌지 좀 죄송하기까지 한 추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랑과 시동생이 함께 일한다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며느리만 명절 때 일해야 하는 게 억울하고 힘든 건데 매 끼니, 그리고 차례상 치우고 설거지는 다 신랑이 하고, 나물 준비며 음식 준비는 시동생이 같이 해주니 어머님이 두 아들을 잘 키우셨다는 생각도 들고, 같이 준비하는 명절 같다는 생각도 들고. 처음으로 딸이 필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키우는 게 중요하구나 생각까지 들었다.^^ 아마 동동이가 없어서 일을 좀더 했어도 힘들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은 아마 안 들었을 것 같다.
아버님 산소가는 길. 듬직한 두 사람.
그리고 집 앞에 산책을 다녀왔는데, 예전 우리 연애 초기에 많이(?) 만났던 곳을 보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그땐 신랑이 막 공부를 시작할 때여서 내가 짬을 내 대구에 종종 갔었다. 어머님 모르게.^^;;;
주말이나 휴무에 내려가기도 하고, 같이 카페에서 신랑은 공부하고 나도 책 보고. (사실 신랑은 독서실서 해야됐는데 내가 내려오니 카페서 같이 한 것) 신랑이 근처에 맛있는 밥집들도 데려가고. 그땐 시간이나 여유가 없으니, 같이 밥 먹는 한끼가 참 소중했고 좋을 때였다.
연애를 시작하던 그때는 몇년 뒤까지 생각해볼 틈 없이 그 순간 순간이 참 행복하고 좋았는데, 또 이렇게 몇년을 거쳐 결혼을 해서 이 곳을 찾으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뿌듯하고 좋기도 하고. 게다가 그땐 신랑이 고시 공부를 막 시작할 즈음이었는데, 몇년 사이 신랑은 합격을 하고, 자리를 잡아가고 우린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고. 둘이 같이 만들어낸 게 많구나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새삼 외롭고 힘들었던 즈음이었는데 우리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도.^^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카페에서 차도 한잔 하고 싶지만 동동이 데리고 여유있게 찾을 수 있을지.
# 임산부의 날
임산부 아니었음 절대 몰랐을 (그동안도 들어본 적도 없었던) 임산부의 날.
신랑이랑 기사를 보면서 "임산부의 날이래"하고 넘겼는데, 신랑은 내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했던 떡국을 먹이려고 식당을 찾아내고 꽃다발을 준비해주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