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2010. 6. 12. 22:32

그동안 수많은 경기 중 처음부터 끝까지 "잘 했다"고 생각한 경기는 사실 참 드물었는데(이겼더라도 뭔가 찜찜한...) 오늘 경기는 너무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역시 박지성!! 경기 곳곳에서 "역시 박지성"이란 탄성이 나왔다.

기분좋게 이기고 보니 드는 생각. MB는 참 운이 좋구나~
엊그제 나로호의 실패로 울상을 짓고 있을 MB가 이번 경기로 기사회생 하겠구나...ㅋ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MB의 참패 이후 언제부터 준비했는지도 모를 '나로호'가 갑자기 발사한다, 실패한다 하면서 며칠을 헤드라인으로 끌더니 이제는 월드컵인가. 나로호 발사 실패에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을 보면서 "성공했으면 분위기가 어땠을까..." "아~ 이래서 나로호 발사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구나..."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나라에 좋은 일이 생기면 하나같이, 한마음이 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닌가.

여하튼 우리 태극선수들은 참 멋있었다.^^ MB가 웃고 있을 생각을 하니 짜증이 확 나지만 그래도 16까지 고고~~!!
Posted by 생숭이
생각하고2010. 6. 12. 21:34

지난 동계올림픽 때도 단독 중계해 논란을 빚었던 sbs. 덕분에 전례없는 스피드 스케이팅 메달사냥과 여러 볼만한 경기들도 다른 방송사에선 멘트 정도로만 전달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해야할 동계 올림픽의 감동과 흥분이 덜할 수 밖에.

월드컵 만은 3사가 함께 중계하길 바랬건만 결국 sbs 단독중계로 결정이 났고 개막식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다. 
sbs가 단독 중계한 개막식은 9.8% 시청률로 방송 3사가 동시 중계한 2002년(43.6%), 2006년(35%)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거뒀을 뿐 아니라 남아공-멕시코 전, 우루과이-프랑스전을 보니 선수에 대한 정보부족 등 아직 단독중계할 준비가 덜 되어 보였다.

지금은 전반전 후 쉬는 시간. 여느 때 같으면 광고할 동안 다른 방송을 틀어보면 하이라이트도 보여주고, 한쪽에선 시청과 경기장 분위기를 중계하는 등 볼거리가 풍성할 텐데 또 광고를 보며 후반전을 기다릴 뿐이다. (다른 방송을 틀어보니 전반전 하이라이트도 보여줄 수 없다는 sbs때문에 옛날 경기를 틀어주며 멘트로만 전반전을 정리해주고 있다.;;;)

미국은 경기 한번 도중에도 3~4번씩 광고를 틀어준다는데... 2016년까지 모든 국제경기를 독점 중계한다는 sbs가 미국처럼 언제 그렇게 할지 모를 일이다. 

sbs에 대한 분노를 삭히며... 여하튼 우리 선수들 화이팅!! 전반전 너무 잘해주었다.^^

 
Posted by 생숭이
생각하고2010. 5. 24. 02:59


난 "노무현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칠 정도의 노무현을 따랐던 사람도 아니고, 예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때문에 단식도 열흘 넘게 해봤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많은 노동열사들을 생각하면 노무현 정신이라고 말하기도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난 대선 때 노무현을 찍었던, 그래서 당선 후 탄핵 때든, 그의 정책에 반대입장에 섰을 때든 우습게도 '책임감'이 들었다. 그 책임감이 그가 떠나고 난 후 더 크게 다가오나보다.

작년 이맘때 눈과 귀를 의심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 일주일 내내 대한문에 가서 촛불을 들고,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힘을 내고, 말도 안되게 구겨져버린 민주주의의 시계를 반드시 되살리겠다는 결심도 다지고...

그리고 딱 1년이 지났다. 그땐, 노무현 대통령이 떠났을 땐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가 그리웠고, 국민과 소통않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먹고 사는 문제 잠시 잊고 떨쳐 나설 수 있을거라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1년 후 여전히 한나라당 지지율은 부동의 1위이고 투표를 열흘 앞둔 오늘, 아직도 전국적으로 파란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늘 시청광장에 앉아 노래를 듣고 발언을 들으며 가슴이 짠해옴을 느꼈다.
여전히 국민을 섬기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도 높아졌고, 그렇게 가버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안쓰러움, 안타까움이 계속 교차했다.

그렇게 가지 말아야 사람인데...
그렇게 보내지 않아야 할 사람인데...

1년만에 시청이 열리고 촛불을 들었던 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참으로 고맙다.
이렇게 다시 광장을 열게 해주어서... 다시 모일 수 있게 해주어서... 국민들이 우리의 힘을 믿고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어서...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그분이 참 그립다. 이 세상에 없어서도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오늘.
그래서 마냥 슬프지만도 않은 날이다.
Posted by 생숭이
생각하고2010. 5. 24. 02:34



또 김제동이 사람들을 울렸다.

이 사진만으로도, 그가 비와 슬픔의 눈물에 뒤덮여 사회를 보고 있는 이 사진만으로도 울컥한데 그의 멘트는 어느 때보다도 감동적이었다.


"...슬픈 날이기도 하지만 기쁜 날이기도 합니다. 행복은 마땅히 나누어야 하고 절망은 마땅히 딛고 일어서서 행복해야 합니다.
...
사람의 얼굴이든 마음이든 바뀌면 몰라볼 수 있습니다.
알아볼 수 있도록 이 마음 끝까지 잃지 않길 바랍니다.

...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시켜놓고 맛이 없다고 말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켜야 합니다.
투표 하고 그 다음에... 누구를 찍으셔도 관계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정말로 마음에, 마음으로 와닿는 선관위 구호 그대로 하겠습니다. 투표로 말하십쇼.

...
여러분들이 이렇게 손을 꽉 잡고 놓지 않고 가시면 내가 왼손을 들 힘밖에 없을 때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의 오른손을 들어서 세상을 향해 만세를 부를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손을 잡으면 좌도 없고 우도 없습니다.
여러분, 웃고 삽시다. 눈물 흘리고 또 웃고 웃을 만큼 웃고 눈물 흘릴 만큼 눈물 흘리고 그리고 극과 극은 통해 있으니 하늘과 땅이 통해 있고 웃음과 눈물이 통해 있고 그리고 저 위에 계신 분과 우리가 통해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큰절)



 

Posted by 생숭이
생각하고2010. 5. 23. 15:30

1년 전 김제동이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에서 사회를 봤을 땐 그저 많고 많은 노무현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 이 사회의 독단 정치, 국민 무시 정치를 우려하는 한 명의 민주시민 정도로 생각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며 사회를 보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노제가 끝난 몇일 동안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약 한달 쯤 뒤, 외국어대에서 잡힌 강연 후 김제동이 총학생회 간부들에게 술을 한잔 하자하여 나도 동석하게 되었다. (평소 김제동을 좋아한다고 소문낸 덕에 옆자리에 앉은 행운이...^^)

몇 시간의 술 자리 동안 김제동의 소주 잔 옆에는 소주가 가득 담겨있는 소주잔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 앉았다가 갔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김제동이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당시 김제동은 형님이란 표현을 썼던 것 같다.) 참 아까운 분이 가셨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요새 매일 술을 먹는다...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인간 김제동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자기 잔 옆에 있던 술잔을 들며 "이건 노무현 형님 잔이다. 내가 마셔야지." 하면서 원샷을 했다.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김제동은 참으로 우연스럽게도, 참으로 의도스럽게도 일이 참 안 풀렸다. 

안그래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 1주기가 다가오면서 당시 술 자리에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던, 매일 술을 먹는다던 김제동의 모습이 생각나 요새 참 힘든 시간을 보내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힘듬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의 사회를 맡았다는 이유 등의 외압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워서 힘들어함을 그를 본 사람들은 진심으로 느낄 것이다.

역시나 김제동의 오늘 트윗은 노무현 대통령을 가득 그리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진도 노무현 대통령과 허리 숙여 악수를 하는 모습이다.

"밤은 깊어가고 비는 내립니다 여러분들께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신지요 손 잡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지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만나고픈 사람이 있으신지요 화내고 발을 동동 신에게 굴러서라도 다시 여기로 데려오고 싶은 분이 계신지요 비가 하늘에서 내립니다"



오늘 김제동은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제에서 다시 그를 향한 마이크를 든다. 작년 노제 사회를 보면서, 술자리에서 눈물을 머금었던 그가 떠오른다. '발을 동동 신에게 굴러서라도 다시 데려오고 싶은 분'을 향한 마음과 사랑에 '좌파'니 뭐니 등의 공격은 정말 부끄러운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현실을 보여준다. 오늘만큼은 김제동이 마음껏 그리워하고 마음껏 눈물 흘리는 날이었으면...


* 6월 2일 부끄러운 한국사회 현실을 바로잡읍시다!! 꼭 투표하세요!!!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