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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에서는 매일 11시 신생아실 청소를 할 시간이면, 아기를 방에 데려와야 한다. (그외 시간에 더 데려와도 되지만 그 시간에는 꼭)
오늘은 첫날. 모유 수유할 때 말고는 동동이를 안거나 둘이 있는 건 처음이라 어찌나 긴장되고 떨리던지. 나만 긴장하고 우리 동동인 세상 모르게 잘 잤지만.
신랑이 마침 방에 오자마자 동동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동동이를 안아 보았다. 전에 조카도 썩 잘 안 길래 동동이도 거뜬히 쉽게 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신생아라 그런가, 한쪽 손은 어쩔 줄을 모른다.
방에 와서 울면 어쩌지, 잠에서 깨면 뭘 해야하지 걱정이 많았는데 첫 날은 무사히 넘겼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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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가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율혈이 있거나 통증이 있거나 젖이 없거나 하진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지만, 그래도 어렵다. (오늘 방문한 유방실장님도 가슴도 좋고 젖도 잘 생길 거라고 했다.)
젤 어려운 건 아기가 배고프대서 젖을 물리면 금방 잠든다는 것이다. 엄마 품에 안기면 아기들은 금방 잠드니 깨워주면서 먹여야 한다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귀도 만져보고 발도 만져보고 엉덩이를 주물러도 보는데 어쩜 그렇게 금방, 푹 잠드는지. 5분, 10분 정도 먹으면 더 이상 깨우는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푹 잠든다. 이게 맞는 건지, 원래 그런 건지, 내가 못 깨우는 건지 이렇게 저렇게 진땀을 빼며 해보다가 결국 간호사에게 동동이를 맡기고 돌아선다. 1시간 수유실에서 진땀을 빼지만 정작 동동이가 빠는 시간은 10분 남짓 정도. 수유실서 돌아오면 식은땀과 피곤함이 몰려와 침대에서 좀 쉬어줘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덜 자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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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이는 다행히도 크게 아픈 덴 없지만 주의깊게 봐야 하는 증상 몇 개가 있다.ㅠㅠ
일단 선천성 이루공을 갖고 태어났다. 귀에 작은 구멍이 보이는 것인데 저절로 메워지진 않는단다.
놀란 마음에 폭풍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았다. 통증이 있거나 눈에 띄는 정도가 크진 않지만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잘 씻고 특히 잘 말려주는 게 핵심일 듯. 염증만 생기지 않는다면 아무 이상 없다는 어느 글을 보고 안심을 하긴 했지만 수술을 해서라도 제거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 벌써 걱정이다.
피부 건조한 건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발바닥에는 듀오덤을 붙여놓았다. 맨발에 붙여놓으니 발을 비벼가며 떼어서 동동이만 양말을 신겨 놓았다. 선천적인 것 같지는 않고, 양수에 오래 있었기 때문이라며 곧 나아질 것이라고 해서 너무 다행이지만 하얗게 일어나는 피부를 볼 때마다 안쓰럽다.
음낭수종(고환에 물이 차있는 증상)도 있다. 곧 흡수될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당연히 신경은 쓰인다.
찾아보니 신생아들에게 많이 생기기도 하고, 첫돌까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한다. (이후에도 계속되면 치료 받아야 함)
오늘은 또 동동이가 변을 많이 보는데 대부분 물똥이라 좀 지켜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애들에 비해서 변을 많이 보는 편인데 다 물처럼 싼다며. 다행히 몸무게가 줄고 있진 않아서 별일은 없어 보이지만, 일단 며칠 두고 보자고. 만약에 며칠 지나도 계속되면 모유를 잠깐 멈추거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신생아실에 동동이가 안 보인다 싶었는데 저 안쪽 '사전 관찰실' 쪽에 있었던 거였다.
팀장이 변 증상 이야길 하는데 순간 울컥. 많이 아픈 것도 아닌데 벌써 울거나 나약해지면 안되는데, 아기가 조금이라도 안 좋다는 말에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는구나 싶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주는 것만도 정말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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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름은 정했지만 조리원에서는 동동이로 부르기로 했다. (나 혼자)
조리원 간호사들이 "동동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듣기 좋고, 아직 서진이보다 동동이가 덜 어색하고, 천천히 동동이란 이름을 보내주고 싶은 아쉬움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