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먼나라 이웃나라 비슷한 책(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프랑스 편을 보고서였을까,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재밌게 보며 “나는 장미로, 태어난 오스칼~”을 흥얼거리던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대략이나마 프랑스 혁명을 배우고 나서였을까, 각종 음식이며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 프랑스인 걸 알게된 후였을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는 언제나 ‘프랑스’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생 가보긴 할 수 있을까 희망보다 체념에 더 가까웠던 곳. 신혼여행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기왕이면 최대한 멀리 가보자는 생각에 쿠바를 택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프랑스를 가게 되었다.
5월 중반까지 남편 시험이 있는데 아기가 어리니 집에 오면 쉴 수도, 공부를 할 수도 없어서 따로 지내던 차에. 시험 끝나고 프랑스 여행을 계획 중인 동료들이 있다고 해서 프랑스를 가고 싶어했던 내 생각이 나 우리 부부도 끼워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흔쾌히 오케이. 150일쯤 될 아기를 맡기고 갈 수 있을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서진이 봐주실 부모님이 "기회 있을 때 다녀오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여행을 확정했다. 신랑과 석달 정도 떨어져 지내면서 이 여행에서 다시 뭉칠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면서 지내왔는데 막상 날짜가 점점 다가오니 서진이 때문에 잘한 결정인지 걱정이 되기도, 불안하기도 하고 부모님께 죄송한 생각도 들어 마음이 못내 무거웠다. 이쯤 되면 아기가 꽤 커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밤잠은 여러번 깨고 옆에 있지 않으면 칭얼대고 낮잠도 금방 깨기 일쑤니...
결과적으론 서진이가 잘 있어주었고 부모님도 많이 힘들진 않았다고 하시니 잘 다녀오긴 한 것 같다.
프랑스에서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일주일간 꿈을 꾼 것 같을 정도로.
눈에 들어오는 풍경, 건물, 심지어 먹거리도 다 감탄스러웠고 유럽에 대해 더 가까이 알게 된 점도 좋았다.
자유여행은 처음이라 나름 긴장도 했었는데 같이 간 사람들 덕분에 더 재밌게, 실컷 잘 먹고 다닌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한국에 돌아오니 친했던 사람들과 헤어진 거 마냥 못내 아쉬움이 컸다.
돌아온 지 일주일. 물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는 현실에 잠깐 우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행에서 받은 에너지가 남아있음에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이제야 사진을 하나씩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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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날 밤은 서진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따로 잤다. 6시 즈음 집을 나서며 서진이는 밤새 몇번이나 깼을까 (푹 잤을까 하는 기대는 아예 없다.ㅠㅠ) 엄마는 밤에 많이 힘드시진 않았을까, 지금쯤은 서진이가 깨서 첫 맘마를 먹었을까. 공항가는 버스에선 여행에 대한 기대보다 서진이 생각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러다 엄마가 보내주신 서진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서야, 아니 엄마가 괜찮으니 여행 잘 다녀오라고 여러번 말씀을 해주시고 나서야 한결 마음이 놓였다.
난 공항이 너무 좋다. 공항만 와도 새로운 기분이 들고 오며가며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괜시리 설레고 또 신이 난다. 작년엔 그 기분을 느끼려고 여름휴가로 제주도로 다녀오기도 했다. 외국에 다녀오긴 힘들었고 공항에 가고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것만으로도 외국에 도착한 듯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당분간 못 먹을 비빔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시계를 안 차고 왔다며 면세점에서 미리 생일 선물까지 받아내었다. 하하.
드디어 출발. 12시간이나 가야 하지만 전에 토론토 오갈때 신랑과 영화도 보고 얘기도 하며 가니 지겨운 줄 모르겠어서 이번에도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같이 보려고 담아온 ‘으랏차차 와이키키’ 볼 생각에 들떠있었던 듯.
연착없이 제 시간에 히드로 공항에 랜딩. 신랑은 영국 땅을 밟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나보다. 꽤 까다로운-백팩, 크로스백을 거의 하나하나 살펴봄. 치약, 아이패드 등은 솔?로 문질러서 검사까지- 통과 절차를 거쳐 비행기 대기. 전망 좋은 곳?에 누워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참 좋았다.
드디어 니스 도착. 우리는 연착없이 제 시간에 잘 도착했는데 다른 두 팀은 연착에, 비행기 결함에 문제가 많아 만나려는 시간보다 늦어질 것 같아 우리 먼저 숙소로 가기로 했다. 렌트를 10시로 예약했더니 (이것도 봐줘서) 9시 전에는 차를 안 내어준단다. 2터미널로 셔틀을 타고 넘어가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렌트카를 픽업했다. 외국에서 렌트는 처음이라 (내가 운전한 건 아니었지만) 괜시리 긴장했었는데 신랑은 대여부터 픽업, 운전까지 척척척척. 외국에서 운전 몇번 해본 사람처럼.
어둑해진 니스에서 호텔을 찾아가 대충 짐을 풀었다. 나는 비행기에서 내린 뒤부터 계속 귀가 멍하고 비행기에서 못 잔 잠이 쏟아져 한잠 자고 신랑은 다른 팀들을 데리러 다시 공항에 다녀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온 와인을 한잔 마시고 본격적인 프랑스 여행을 꿈꾸며 잠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