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차를 렌트해 교외로 나가기로 했다. 렌트카를 픽업하기로 한 리옹역.
빠듯한 일정에 베르사유 궁전은 포기하려고 했는데, 월요일에 가려고 했던 오르세 미술관을 어제 소화하고 오늘은 여유있게 교외로.
오늘은 파리에서처럼 바쁘게, 바쁘게 다니지 않아도 되겠지. 그리고 파리와는 다른 프랑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
또 설레는 아침이다.
휴게소에서 아침.
여기와서 매일 아침 커피와 크로아상을 먹었지만 아직까지 질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
이번엔 달콤해보이는 미니 슈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에 걱정했었는데 날도 화창하고, 오후에도 비가 올 것 같진 않다.
사르트르 대성당. 유네스코 문화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진 성당이다.
와. 여기 정말.
프랑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사르트르 대성당이 일단 먼저 스쳐지나갈 것 같다.
역사적 배경이나 설명은 검색해서 찾아보는 것으로 하고. 모르고 봐도 한 눈에 오랜 역사를 품어안은 곳임을 알 수 있다.
건축 양식의 훌륭함이며,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 사람이 이런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구나, 셔터를 누르며 내내 감탄했다.
내부엔 12,13세기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 등이 보존되어 있고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이 성당을 걸작으로 만든다.
종교가 인류를, 건축을, 문화를 발전시켰구나.
사람의 창조적 능력과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1,000년도 더 된 성당을 보존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성당의 기능을 하고 있다니.
오늘 사르트르에 온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베르사유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이번에도 예상과 다른 메뉴가 나왔지만 (샐러드 종류 중에 시켰는데 피자가 나올 줄이야...!) 역시 그래도 맛있었다.
프랑스에 가면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실컷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다니기 바빠 디저트를 시켜 먹기가 쉽지 않았었다.
오늘은 조금 여유를 부려도 괜찮은 날인 것 같으니 디저트를 시켜봐야지, 했으나 혼자 디저트를 시키는 바람에 결국 디저트도 후딱.
베르사유 궁전. 월요일은 휴관인데 정원은 들어갈 수 있었다.
어렸을 때 프랑스에 간다면 가고싶었던 곳이 루브르와 이곳 베르사유 궁전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다 가보다니.
(남편이 계속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다 데려와주지 않냐며 생색을 내지만 맞는 말이니. 고마워요 남편.)
내부도 그렇게 화려하다고 하던데, 외관만 봐도, 정원만 봐도. 당시의 화려한 생활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러니 혁명이 일어났지, 하는 생각도.
시간은 별로 없는데 대충은 둘러보고 싶어서 40분짜리 투어 버스를 탔는데 이건 실패.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
투어 버스가 아니라 실제 이동 수단이었던 듯. 베르사유 궁전 안을 돌아다닌 게 아니라 궁전 외곽을 돌며 정류장마다 서 있는 사람들을 태우고 돌아왔다.
이 시간도 좀 아깝다 생각했는데, 이거 타느라 뒤에 말메종 박물관도 못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말메종 성. 이곳은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함께 살았던 곳으로 유명한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고.
특히 사치스러운 조세핀과 검소한 나폴레옹의 취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와 조세핀이 신경써서 꾸며놓은 장미 정원, 내부 장식을 보는 게 포인트.
난 나폴레옹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우린 5시 40분쯤 도착. 박물관은 5시 15분까지. (이상한 시간에 끝내다니)
무엇보다 역사를 좋아하는 남편이 박물관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 꼭 들어가고 싶었는데, 몇 분 차이로 못 들어가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밖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안내원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길래 "오~!" 생각할 찰나
사진만 찍으라고...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저녁에 일행과 만날 시간이 좀 남은 듯해 몽마르트 언덕과 오페라 가르니에를 차로 지나가기로 했다.
몽마르트 언덕은 홍대 거리처럼 북적이고 정신없기도 했지만, (특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곳)
바쁜 발걸음을 돌려 기념품점을 들어가보고 싶기도 했고 향신료 상점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하나도 기다렸다 먹을 시간 없이 우린 또 빠르게 이동.
오페라 가르니에는 내리지 못하고 차로 지나가기만 했지만 그렇게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생각했던 곳.
히틀러가 파리에 오자마자 찾아간 곳이 이곳이라던데, 그럴만했다.
지나갈 때쯤 일부러 차에서 오페라의 유령 OST를 크게 틀었는데 기분이나마 극장 안에서 듣는 듯한.
밤엔 중국 요리에, 맥주, 샴페인까지 곁들여 마지막 밤 기분을 내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는 실감을 전혀 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