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지하철은 우리나라가 정말 깨끗하고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찰나, 뉴욕에 함께 다녀온 다른 사람들이 뉴욕은 훨씬 더 안 좋다고 한다.
남편 왈. "우리나라가 뭐든 참 좋은 것 같다. 행복하지 않은 것만 빼고."
정거장 사이가 짧다더니 20분 만에 루브르 도착.
루브르, 루브르. 와. 정말 이곳에 오다니.
이번 여행 중 사람이 많을까봐 제일 걱정한 곳이었는데 (게다가 일요일!)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많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어제 뮤지엄 패스를 샀다면 더 좋았을텐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러고보니 아침도 먹지 않고 출발했던 터라 매점!부터 찾아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여기서도 커피와 크로아상.
오늘 미술관 투어는 남편과 나, 동준-훈태씨로 나눠서 둘러보기로 했다. 5시에 콩코드 광장에서 만나기로.
다 둘러보기에 무리니 보고 싶은 그림만 찍어서 보기로 하고 지도로 확인. 이제 출발.
"모든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향해 가고 있는데, 굳이 나누자면 바로 모나리자로 가고 있는 사람과 다른 그림들을 둘러보며 모나리자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는 남편의 말에 웃으며. 우리도 모나리자는 어디있나 화살표를 따라가면서.
유난히 사람이 많은 곳이 있어 눈을 돌리니 모나리자가!!!
내가 모나리자를 직접 보게 되다니.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가까이선 보기 힘들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서도 보고.
왼쪽, 오른쪽 어느 곳에 서 있어도 모나리자의 눈길이 따라온다는데 정말.
잔다르크.
보고싶었던 그림 중 하나인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일단 작품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이곳 루브르에서 두 번째로 큰 그림이라고.
그림 앞에 서면 크기에 먼저 압도당하고,
그림 속 표현의 정교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나폴레옹의 지나친 간섭 등으로 인해 4년이나 걸려 완성했다는 그림.
빛이 들어오는 것이며, 사람들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이며
사진을 방불케 하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교황의 표정과 손짓,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모습 등,
그림이 미치는 영향, 효과, 그림이 주는 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루브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이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을 찾고 있는 중.
지도에는 분명 이 근처였는데 보이지 않아서 나폴레옹 그림 앞만 5번은 왔다갔다 했다.
못 찾겠어서 물어보았다.
지금 들라크루아 특별 전시 기간이어서 지하에 따로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루브르 건물 외관이나 1층 곳곳에 들라크루아가 크게 적혀 있었는데 그게 특별전시전 중이란 뜻이었구나...
읽을 줄을 모르니 곳곳에 눈에 아주 잘 띄게 되어 있었어도 특별 전시 중인 걸 몰랐다.
들라크루아 특별 전시.
보고싶었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왼쪽 총을 든 신사가 들라크루아 본인의 모습이라고 한다.
사실적인 묘사도 물론 감탄스러웠지만 어떤... 힘과 혁명의 기운이 느껴진달까.
그림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는 건 이런 그림을 그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고싶은 그림을 찍어서 봤는데도 돌아다니느라 2시간 반이 흘렀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지나서 오르세로 걸음을 재촉했다. 센 강을 건너면 바로 오르세 미술관이 보인다.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지.
오전에 많이 걷고 실내에만 있어서 좀 어지럽고 답답했던터라 중국음식이 먹고 싶었다.
다행히 오르세 가는 길에 있대서 찾아갔으나 도착지에 도착하니 보이지 않음...
배도 고프고 시간도 없고 해서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떤 요리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서 재료를 보고 판단.
나는 오믈렛을, 남편은 소세지를. 나쁘지 않았지만 좀 비쌌어...
오르세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그림 <풀밭위의 점심식사>.
처음 이 그림을 알게 된 건 젊은이의 양지라는 드라마 시작할 때 나오면서부터인데. ^^;;
그 드라마를 좋아했어서인지 이 그림도 괜히 끌렸었나보다.
그러다 우연히 이 그림에 대한 설명과 배경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다음부턴 마네 그림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림이란 게... 그림의 배경과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알게 될 때 더 의미가 있어 보이는 게 재미있다.
많이 봤었던 그림들이 다 오르세에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이란 책을 사갔었는데, 남편이 들고 다니면서 인상적인 그림 앞에서 간단히 (보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다 통하지만, 특히 그림은 더 그런 것 같다.
고흐의 방.
남편은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으로 고흐의 <자화상>을 뽑았다.
고흐의 표정, 그리고 고흐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 것 같은 배경이 인상적이었단다.
난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 좋았다.
고흐가 프랑스 남부 지방의 아름다운 밤 풍경과 별, 무수히 빛나는 하늘을 무척 좋아했다던데.
밤 하늘, 밤 바다, 밤의 빛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오르세 미술관까지 다 돌고 나오니 오후 4시 즈음이 되었다.
마당앞에는 바이올린을 켜는 노인이 있어 일행을 기다리며 잠깐 연주를 들었다. 그냥 가면 안될 것 같아 1유로를 주고 일어섰다.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멀리 개선문이 보인다.
개선문을 코앞에 두고 저녁식사를.
동준씨가 찾은 식당.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망설였지만 메뉴/가격을 보니 갈만한 것 같아 들어섰다.
역시 잘 모르겠으니 만만한 로스트 치킨을 발견하고 선택. (사이드로 주문한 그린 빈이 치킨보다 더 많아보인다. )
맛은 먹을 만 했고.
테이블마다 와인 한잔씩 하면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다양한 디저트를 먹는 모습들을 보는 게 프랑스 식당을 찾는 재미.
개선문이다. 나폴레옹이 승전을 기념하며 만들기 시작했지만 정작 본인은 죽어서 개선문을 통과했다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개선문을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면 어느 새 도착.
나무 사이로 걷는 샹젤리제는 크게 다를 길 없는 산책로지만 이름이 주는 멋인지, 개선문이 보이기 때문인지 더 멋있었고.
가까이에서 본 개선문은 웅장했고 힘이 있었다.
개선문 아래에는 1차 세계대전의 무명용사의 무덤이 있는데, 사계절 내내 등불로 밝혀져 있다.
개선문 전망대에 오르면 에펠탑이 보여 더 멋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우린 에펠탑 전망대에 오르기로 하고.
에펠탑까지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우린 꽤 지쳐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침일찍 나와 4시까지 미술관을 둘러봤고. 샹젤리제 거리까지 걸었으니.
가는 길에 잔디밭에 벌렁 누워보기도 하고, 벤치를 찾아 (그 많던 벤치는 찾으려면 왜 보이지 않던지) 굳이 쉼을 청하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 에펠탑까지 가야 내일 여유있게 교외를 나간다는 생각으로 다시 고.
에펠탑. 사진이나 TV에서 본 것과 다르게 가까이에서 본 에펠탑은 구리빛. (아니면 내가 잘못봤을 수도)
지금이야 파리의 랜드마크지만, 처음 지을 때만해도 흉물스러워 반대가 많았다는데,
그랬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그럼에도 완공되어 지금까지 파리를 빛내고 있는 게 파리의 시도 같아 보이기도.
여기 전망대는 뮤지엄 패스가 소용이 없어 줄을 다 기다려야 했는데,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2시간이 다 되어서야 매표소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일정이 안 맞아 애매하다는 말도 있지만 되도록 한국에서 미리 예매 하시길)
하지만 표를 끊고 올라가서도 또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10시 다 되어서야 표를 끊었더니 맨 꼭대기가 아닌, 중간지점까지 밖에 갈 수 없다고 한다.
순간 어떻게 하나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바로 유람선을 타러 돌아선 우리들.
안그래도 야간 유람선을 꼭 타고 싶었는데 10시가 넘어서야 어둑해지니 언제 타야할지 고민이 많았던 터. 다행이다, 긍정긍정 생각하며.
유람선에서 보인 밤의 파리.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 노틀담 대성당, 센 강의 다리까지 밤에도 파리의 아름다움은 계속 켜져 있다.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 도니 마치 어드벤쳐에 와 있는 듯한 느낌.
시 전체가 관광을 위해? 아름다움을 위해? 꾸며져 있는 것 같은.
어제 오늘 다녀보았던 곳들이니 여기는 시청 여기는 대성당 기억을 되짚어보게 된 것도 좋았고.
센 강 좌우로 주요 건축물들이 다 들어서있으니, 유람선을 타고 파리시를 또 한번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어제 오늘 파리에서
뤽상부르 공원-팡테옹-소르본1대학-노틀담 대성당-파리 시청-퐁피두 센터-(마리아주 프레르)-보주 광장, 바스티유 광장
루브르 미술관-오르세 미술관-샹들리제 거리-개선문-에펠탑-유람선.
이틀 동안 정말 많이도 돌아다녔다.
한곳 한곳도 의미있고 멋있었지만, 파리의 거리를 걸었던 그 자체가 참 행복했던.
또 한번 파리를 찾게된다면 그땐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먹고 마시고 그러리라 생각하며. (디저트도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