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2010. 5. 23. 15:30

1년 전 김제동이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에서 사회를 봤을 땐 그저 많고 많은 노무현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 이 사회의 독단 정치, 국민 무시 정치를 우려하는 한 명의 민주시민 정도로 생각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며 사회를 보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노제가 끝난 몇일 동안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약 한달 쯤 뒤, 외국어대에서 잡힌 강연 후 김제동이 총학생회 간부들에게 술을 한잔 하자하여 나도 동석하게 되었다. (평소 김제동을 좋아한다고 소문낸 덕에 옆자리에 앉은 행운이...^^)

몇 시간의 술 자리 동안 김제동의 소주 잔 옆에는 소주가 가득 담겨있는 소주잔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 앉았다가 갔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김제동이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당시 김제동은 형님이란 표현을 썼던 것 같다.) 참 아까운 분이 가셨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요새 매일 술을 먹는다...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인간 김제동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자기 잔 옆에 있던 술잔을 들며 "이건 노무현 형님 잔이다. 내가 마셔야지." 하면서 원샷을 했다.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김제동은 참으로 우연스럽게도, 참으로 의도스럽게도 일이 참 안 풀렸다. 

안그래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 1주기가 다가오면서 당시 술 자리에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던, 매일 술을 먹는다던 김제동의 모습이 생각나 요새 참 힘든 시간을 보내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힘듬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의 사회를 맡았다는 이유 등의 외압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워서 힘들어함을 그를 본 사람들은 진심으로 느낄 것이다.

역시나 김제동의 오늘 트윗은 노무현 대통령을 가득 그리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진도 노무현 대통령과 허리 숙여 악수를 하는 모습이다.

"밤은 깊어가고 비는 내립니다 여러분들께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신지요 손 잡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지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만나고픈 사람이 있으신지요 화내고 발을 동동 신에게 굴러서라도 다시 여기로 데려오고 싶은 분이 계신지요 비가 하늘에서 내립니다"



오늘 김제동은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제에서 다시 그를 향한 마이크를 든다. 작년 노제 사회를 보면서, 술자리에서 눈물을 머금었던 그가 떠오른다. '발을 동동 신에게 굴러서라도 다시 데려오고 싶은 분'을 향한 마음과 사랑에 '좌파'니 뭐니 등의 공격은 정말 부끄러운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현실을 보여준다. 오늘만큼은 김제동이 마음껏 그리워하고 마음껏 눈물 흘리는 날이었으면...


* 6월 2일 부끄러운 한국사회 현실을 바로잡읍시다!! 꼭 투표하세요!!!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