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0. 4. 16. 23:52
그저께다. 새벽까지 같이 일을 하다, 현웅이는 (생활방으로 안 가고) 옆에서 쪽잠을 잤다. 나도 일을 마무리하고 4시 반쯤인가, 차 시간이 되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일부러 잠 안깨게 하려고 조용히 가방을 싸는 중이었는데 녀석이 눈을 뜨더니 이제 가냐고, 배 안 고프냐고, 뭐좀 먹고 가라고 했다. 늘 내가 올라갈때면 학관까지 또는 정문까지든 데려다줬고 잘 챙겨주는 녀석이어서 방에 가서 안 자고 옆에서 쪽잠자는 것도 혹시나 데려다주려고 그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김밥천국서 밥을 먹었다. 이 시간에(새벽 4시~5시) 잡아가는 건 서로 예의가 아니라고 웃으면서...
밥을 먹으며 같이 20대 후반의 나이를 먹으며 고민되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중엔 뭐하고 싶냐, 넌 20대에서 아쉬운 건 없냐, 등...
난 이 녀석이 나중에 노동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 소박하고 품성좋고 사람도 잘 따르며 인간미 있고 민중적인..^^;; 그런 녀석이었어서 나중에 노동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했었다. 
근데 그런 생각을 가질 기회도 이 친구에겐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대개 노동운동을 꿈꾸게(?) 되는 계기는 노동자 연대투쟁을 통해서거나 직접 만나 듣는 노동자 형님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근데 이 친구는 수배생활로 인해 그런 직접 경험이 적었던 거다. "저는 직접 노동자 형님들을 만나거나 들은 적이 없어서요. 구체적으로 노동운동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했던 말이 가슴에 남아서 앞으로 관련된 책을 많이 권해줄까, 선배들을 좀 만나게 해줄까 고민을 했었다. 참 잘해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근데 오늘 현웅이가 연행되었단다. 그것도 학내에 경찰이 들어왔다니 천인공노할 일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는 걸 보니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오늘은 또 그저께 어처구니없이 03~04년 대표자 건으로 갑자기 연행되었던 병찬이가 불구속수사로 풀려났다. 젊은 날에 자기보다 사회를, 같이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더 큰 희생을 치루게 하는 사회가 야속할 뿐이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