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3'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12.23 40주 / 예정일은 지나가고...
  2. 2017.12.23 37주 / 드디어 37주 돌입.

# 하루하루.

예정일은 지나가고 매일 신랑도, 나도 한 두통의 카톡을 받는 것 같다. 애는 낳았는지, 소식은 없는지... 부모님들이나 할머님께는 안부전화겸 드리려고 해도 혹시 병원갔나 하고 놀라실까봐 쉽게 전화도 드리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나는 다행히 불안하거나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는 것 같은데, 신랑은 빨리 동동이가 보고싶은가보다. 어차피 늦어지는 거 아예 다음주 26~27일쯤 나와서 신랑 출장 일정과 조리원 일정이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느 블로그에서 막상 출산하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뱃속에 품고 있다가 밖으로 내어놓는 느낌? 인제 태동도 느낄 수 없다는 섭섭함과 보고싶다는 마음이 섞여있다는) 나도 혹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고싶으면서도 뭔가 괜시리 아쉽기도 한. 하도 육아가 전쟁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육아보다 품고 있는게 낫다는 생각인건가... 

어쨌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계획을 세우긴 어렵고 매일 눈을 뜨면 "오늘은 뭐할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한창 날씨가 춥고 길도 미끄럽고, 의사쌤이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델 걸으라고 해서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쇼핑몰들을 섭렵하는 중이다. 가고싶은 데 가고, 맛있는 거 찾아 먹으러 다니다보니 신랑은 신혼여행을 온 것 같다고도 했다. 예상했던 시간을 넘기다 보니 외식비도 만만치 않아 인젠 동동이가 나와야 될 것 같은...ㅠ 

다행히 지난번 병원에 갔을때 동동인 3.1kg로 크지 않았지만 막달 방심하는 사이에 확 크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라고들 했었다. 미연언니는 막달엔 과일도 일부러 안 먹었다며. 나도 신경을 좀 쓰려 했지만, 막상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그 순간 먹고 싶은 걸 찾게 된다. 

폴바셋 음료 쿠폰을 쓰려 한건데, 타르트와 슈크림까지 왜...;;;; 




거의 10년? 만에 학교 앞 삼호정 순두부를 먹으러. 전부터 생각나서 벼르다 찾았는데, 맛은 거의 그대로였지만 예전 배고프던 시절, 선후배들과 시켜먹던 그 느낌과 그 맛이 살진 않았다. 




어느날은 도저히 먹고 싶은 게 생각나질 않아 뷔페를 찾았다. 구운 자몽이나 잔치국수를 먹을 생각으로 애슐리를 갔는데 둘다 없다니!! 배불러서 기분 안 좋았던 날. (응?)




다음날 점심에 찾은 장어집. 인생 장어집이었다!!! 사실 장어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메뉴와 새로운 장소를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따라나섰는데, 이렇게 고급스러운 장어집이라니!!! 분위기도, 맛도 완전 만족. 다음번 가족 회식 장소로 점 찍어두었다. 돌아오는 길에 헤이리에서 밀크티도 한잔. 햇살이 어찌나 따가운지 겉옷을 벗고 있었는데도 땀이 날 정도였다. 




신랑 친구분이 준 기장 미역. 산모미역이라며 나중에 칼로 자르지 말고 먹으라는데, 이건 1미터는 되어 보이는데 어떻게 먹는 건지...;;; 



# 40주+3일. 이슬이 비치다. 

정기검진이 있던 날 아침. 비쳤다고 하기엔 좀 촉촉할 정도로 피가 났다. 찾아보니 이슬은 갈색혈에 덩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던데 나는 그냥 빨간? 선홍색?에 덩어리도 없었다. 전화해서 물어보니 일단 오후 검진때 오면 될 것 같다고 해서 애써 침착하게 생각하며 혹시 모르니 오전에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가기로 했다. 

샤워는 기본이고, 신랑은 방과 마루 청소에, 베란다 청소까지. 나도 빨래를 개고, 또 빨래를 하고, 신랑 출장 짐도 대충 정리해놓고. 

그러고나니 둘다 헉헉 지칠 때가 되어 혹시 마지막 만찬이 될 지 모른다며 먹고 싶은 걸 생각해내고 싶었지만 마땅치 않아 짜장면을 시켜 먹고. 가는 길에 이디야 토피넛라떼를 먹고 싶다고 했으나 예약 시간이 빠듯해 바로 병원으로. 

의사쌤이 두번째 내진을 해보더니 아직도 자궁문은 열리지 않았고 애도 안 내려왔다고 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골반이 좁아서 애가 못 내려오고 있다며.ㅠㅠ 그러면서 다음주에 유도분만 날짜를 잡자며 일단 자연분만을 시도해보자고 했다. 조선시대 같았으면 그래도 다 분만 했다며, 수술할 가능성도 있긴 한데 일단 시도해보자고...

병원을 나와 신랑과 토피넛라떼를 한잔. 

혹시 오늘 볼 수 있을까 신나했던 신랑은 조금 차분해졌고 병원에서 무슨 말을 들었을까 궁금해할 가족들을 위해 연락을 돌렸다. 

난 무엇보다 골반이 좁다는 말이 계속 맴돌아 걱정이 된다.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출산을 코앞에 두니 골반이 좁아도 자연분만이 가능한 건지, 진통은 진통대로 하고 수술하는 건 아닌지, 그냥 수술하는게 나은 건 아닐지... 무서운 건지, 걱정인 건지 모를 감정이 쉽게 떠나질 않아서 괜시리 더 예민해지고 있다. 게다가 아예 26일 유도분만 날짜까지 조용하면 좋으련만 이슬이 비친 걸 보니 혹시 연휴에 진통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크리스마스까지 별일 없이 보내고 26일에 병원을 찾게 되길, 아니 그보다 당연히 고통은 있겠지만 건강하게 동동이를 만날 수 있길. 이 생각만 하자... 


마지막 만찬인 줄 알았으나 그냥 점심... 




즘 맛있어하는 토피넛라떼. 카페인 없대서 먹기 시작했는데 조금 있긴 있네...;;; 


Posted by 생숭이

#37주. 

언제 아기가 나와도 괜찮다는 37주에 들어섰다. 

그리고 신랑도 이번주엔 시험이 끝나, 드디어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동안 그도, 나도 일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고 특히 연애하고부턴 바로 신랑이 수험생이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놀고 쉬어본 적이 없어서 이 시간들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몸은 좀 무겁고 피곤해도 나중에 아쉬워하지 않을 정도로 실컷, 맘껏 놀고 싶다!!!


그리고 병원에선 공포의 내진을 처음 했다...

지난주에 의사가 "다음주엔 내진 함 해봅시다" 라고 했더니 순진한 신랑이 "내진이 뭔데요?"하고 물어서 의사가 웃으며 (나를 가리키며) "알 거예요^^"라고 했던...

여튼 결론은 자궁은 1cm도 열리지 않았고, 아기도 전혀 내려오지 않았다며, 하루 세번 한시간씩 걸으라는 처방이 떨어졌다. 

아기는 3kg 정도로 크진 않은데 골반이 좁으니 좀 빨리 낳는게 좋지 않겠냐며. 

에효. 하체 비만인데 골반은 좁다니, 정말 억울하다... ㅠㅠ 



#동동이 맞을 준비


막막하다고 미루고 미루던 동동이 맞을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일단 출산 선배들에게 받아둔 동동이 물품들을 마루에 펼쳐놓았더니 꽤 되었다. 하나둘씩 정리하다보니 뭐에 쓰이는 건지도 제대로 모르겠어서 일단 펼쳐놓은 채로 아기용품점에 가서 빨래망이랑 세제를 사서 빨래부터 시작했다. 

뭐부터 해야하는지 막막했었는데 다 펼쳐놓으니, '빨래를 해야하는구나' '빨래를 하려면 세제가 필요하구나' '빨래를 하려면 세탁기 청소를 해야겠구나' '빨래를 하고나면 넣어야 하니 서랍장이 필요하구나' 등 하나씩 좀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이제야... 

어쨌든 그래서 이번주엔 언제든 산부인과에 갈 수 있도록 내 캐리어를 싸고, 동동이 빨래 1차 완료. 

다른 사람들은 30주 넘어가면서부터 캐리어도 싸고 아기 물품도 준비하던데 내가 참 늦긴 늦었구나... 마음만 급해진다.



#친구들 만남

- 토요일엔 대학 송년회에 다녀왔다. 약간 무리스럽다 싶긴 했지만 다음달에 결혼하는 후배도 있어 청첩장도 받아야 할 것 같고(다음달 결혼식은 참석 못하니) 준비한 후배들도 걸리고, 작년 말에 내 결혼식때는 열심히 준비하고 참여하고선 올해는 안 가는건 아닌 것 같아 참석했다. 얼굴들을 많이 보진 못해 좀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은 반갑고 괜시리 고마웠다. 

- 일요일엔 유리를 일산으로 오라고 해서 만났다. ㅎㅎ 수원에서 온 유리와 '청춘다방' 떡볶이를 먹고, 그 자리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4살 아들을 둔 유리는 한결 여유로워 보인달까. (물론 얘는 아기였을 때부터 여유로워보였지만.) 

- 월요일엔 수민이랑 점심을 먹었다. 요즘은 어쩌다보니 출산한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솔로 친구를 만나 예전 직장 이야기도 하고, 수다도 실컷. 

- 화요일엔 오키네를 보러 양평으로. 보연언니도 같이 보고 싶었지만 이번달에는 서울에 계신다고. 사진으로 봤을 때부터 좋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하긴 했지만 완전 별장이었다!! 잘 차려준 점심이며, (사진을 깜박하다니!!ㅠㅠ) 계속 나오는 간식에, 끊임없는 대화에. 아마 솔로 넷이 만났다면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기가 있고, 아기가 곧 나올 예정이니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던 것 같다. 내심 신랑이 어색해하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충분히 재밌게, 즐겁게 보내다 온 시간이었다. 양평까지 온 김에 두물머리 들렀다 가라는 말에 가봤는데 마침 오늘 드라마 촬영이! 게다가 유승호라니!!!!!!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