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기형아 검사

걱정했던 1차 기형아 검사. 나이도 많으니 (예전같으면 충분히 노산!!) 양수검사 이야기도 살짝 나왔지만, 꼭 할 필요는 없다는 주위 사람들 말에 1차 기형아 검사 결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었다.
괜시리 걱정이 많았는데 정상이라는 문자를 보고 어찌나 기쁘던지.ㅠㅠ


# 동동이는 아들

정기 진료날. 의사쌤한테 들어가자마자 의사쌤이 "오늘은 성별 확인해봅시다" 라고 쿨- 하게 말한다. 다음 진료때나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초음파를 보더니 "보이시죠? 고추~" (애매하게 말해주는 의사도 많다던데 우리 의사쌤은 쿨하다) 
아들이라고 하니, 신랑 기분도 좀 다른가보다. (아들을 기다렸다는 건 아니다) 
책임감이 들기도 하고, 아버지와 본인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이 말이 마음이 아팠지만)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외할머님과 어머님께도 전화드렸다. (딸이라고 해도 좋아하셨겠지만) 두분도 좋아하시는 것 같았고, 엄마아빤 괜시리 안심(?) 하시는 것 같았다. (딸 가진 부모의 마음은 "시댁 좋아하시지?" "그래도 아들이니 다행이다"는 반응...)

아들 엄마라니!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유는 없다) 막상 확정되니, 또 기분이 다르다.
벌써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들 엄마가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도 나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면 딸-아들 순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아쉬운 마음도 막상 들지 않는다. 
아들은 있으니 둘째는 딸 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벌써 들긴 하지만.^^ 아마 둘째가 아들이어도 또 그건 그대로 기쁘겠지. 



# 집안일

신랑도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임신해도 입덧 때문에 한창 힘든 시기 말고는 집안일을 평소대로 하게 된다.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상황 자체가 서러울 때도 있고, 몸이 힘들기도 하고, 마음이 안 편해서 몸을 움직이는데 몸이 힘들기도 하고. 
되려 나가서 일정을 하는 게 더 안 피곤할 정도로 집안 일은 늘 끊임없고,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요한다. 설거지 하는 것만 해도 2~30분 서 있고, 빨래, 청소기, 걸레질 같은 기본적인 것만 하는데도 왜이렇게 바쁜지.

Posted by 생숭이

# 5월 28일.

자주 기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몸이 힘들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다른 뭔가를 하는 게 힘들다. 
책 한 자 읽기도 힘들어서 거의 한 달은 한 글자도 보지 않고 집에 오면 생각없이 TV만 켜놓거나 쇼파귀신으로 산 것 같다. 
이번주 되니, 가끔씩은 조금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드는 날도 있고, 몸도 괜찮은 날도 있어서 책도 다시 빌리고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속만 좀 편해진다면 정말 좋을텐데.
임신 전에는 아기 낳는 것만 힘든 줄 알았는데, 입덧이란 걸 해보니 아 둘째 임신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확. 
예전에도 멀미는 참 힘들어했는데, 매일매일 매 순간이 멀미 같으니 (그것도 심한 상황의 멀미...)... 

어젠 괜시리 힘들어서 눈물까지 났고, 오늘은 감기 기운인지, 빈 속에 토해서 목이 긁힌 건지, 하루종일 목까지 아파서 더 힘들었다. 
아깐 빈 속에 토했더니 음식물은 없이 피 나오고, 노란물만 나오고, 가슴을 쥐어짜듯 아팠다. 우습게도 조금 누워 쉰 후에
토미토쥬스를 마시고 삼겹살을 먹고 배를 좀 채웠더니 좀 나아졌다.

오랜만에, 신랑이 공부하러 간 시간에 카페에 나왔다. 힘들어서 집에서 쉬는 게 나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유자차 한 잔에 딴짓을 하니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입덧이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내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게 입덧을 이겨내는 데 좋다는데 생각보다 참 쉽지 않다.


# 5월 29일. 조퇴.

원래 학교 도착하면 속이 안 좋으니 화장실 가서 빈 속을 억지로 토해내고. 핏물, 노란물 나올 때까지 가슴을 움켜쥐게 개워내면 조금 가라앉곤 했었는데.
오늘은 영 속이 나아지질 않고 머리까지 띵 했다.
속도 속이지만 어제부터 살살 아프기 시작한 목이 계속 아픈 것도 몸을 더 힘들게 했던 듯.
결국 병조퇴를 신청해서 12시에 학교를 나왔다.
학교 다닐 때도, 일을 할 때도 내 몸 아파서 조퇴를 하는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데, 입덧은 참을 만한 범주가 아닌 가보다. 

오는 길에 병원에도 들렀다. 입덧이 심해서 약을 받으러 가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은 병원 안 간지 2주가 됐고 또 2주 뒤에나 진료가 있어 괜시리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컸나보다. 특히 유산 가능성이 높다는 10~12주가 되니 걱정도 더 많아진 것 같다. 
담당쌤이 안 계셔서 다른 쌤한테 초음파를 받았다. 이번에도 동동이는 훌쩍 커 있었다. 딱 11주 정도에 맞게 크고 있다고 했고, 심장도 잘 뛰었다. 몸이 나아진 건 없지만 동동이 건강한 거라도 확인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입덧약을 받긴 했는데 막상 타고 오니 먹을까 말까 하다가 먹지 않았다.

Posted by 생숭이


# 5월 3일. 

와. 심장 뛰는 소리라니.
사실 이전까진 크게 감흥이 없었는데, 심장소리를 들으니 괜히 눈물이 왈칵하는 거였다.
아직 점 같은 아기가 심장까지 있다니, 게다가 성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뛰다니. 신기하기도, 신비롭기도.
아직 몸에 큰 변화 (이제 슬슬 입덧 때문에 살 찌는 거 빼고)는 없어 실감이 안 났었는데,
인제 진짜 배 속에 생명체가 살고 있구나 느낌이 오는 것 같았다.
몸을 좀더 소중히, 조심조심 다녀야겠다.

병원 다녀온 후, 투썸. 속이 안 좋으니 아이스크림, 특히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딱이다.

Posted by 생숭이

# 일주일.

지난 일주일은 점점 실감을 느끼려 애쓴 한 주였다.
감기기운, 미열은 증상인 것 같은데 입덧은 없으니 아직 몸으로 느껴지는 건 없지만 제일 실감하는 건 역시 조심하게 된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커피, 녹차도 안 먹고 있고, 메밀차를 마시다가도 마셔도 되는지 검색.
떡볶이가 먹고 싶어도 검색. 화장품을 쓸 때도 검색.
어제 아침엔 무심코 드라이 스프레이를 칙칙 뿌리자마자 아 맞다하며 임산부 스프레이를 검색했다.

토요일엔 신랑 따라 결혼식장 가기 전에 벚꽃 구경도. 괜찮을테지만 튀긴 음식 등은 좋지 않을 것 같아 덜 먹었고 당연히 회나 육회는 덜지도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요일엔 육아 관련된 책도 구입했다. 인터넷 정보가 범람하지만 책 1권은 봐야 전체적으로(?)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전혀 몰랐던 세계에 한발 들어선 느낌. 국민 육아책이 있었을 줄이야. 
언젠가 어떤 글에서 요즘 엄마들이 극성 맞아진 게 아니라 알게된 게 많아서 그런 거라고 하는 말이 떠오르며,
알게 된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아졌다는 걸 실감했다.

책 사진은 없고 교보 앞 카페에서만 한 컷.


마음의 준비를 위해 이야기해야 할 사람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고,
병원 가기 전날엔 부모님들께도 말씀드렸다. 너무 초기라 혹시 몰라서, 괜히 호들갑 떨고 싶지 않아서 병원 다녀오고 말씀드릴까 했었는데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서.
당연히 좋아하셨지만, 뭔가 예상한 반응과 다르기도. ㅎㅎㅎ (특히 우리 엄만 알고 계셨다는 듯이 "응~~")
쑥스럽기도, 축하받으니 새삼 몸에 대해, 아기에 대해 더 책임감이 들기도.

신랑이 물었다. 어떤 기분이 젤 커?
난 걱정이라고 답했다. 건강하게, 별 탈 없이 태어나주길 바라는 걱정, 기형없이, 손가락 발가락 5개씩 다, 건강하게, 나오길. 
이 마음만 가득하다.


# 4월 19일. 병원 다녀오고.

신랑이랑 같이 병원에 다녀왔다. 태낭은 1주일 전보다 눈에 띄게 커졌고, 임신이 잘, 안정되었다고 했다. 인제 5주.
신랑이 나오면서 "우리 애기가 1주일 동안 이렇게 열심히 커주었네"라고 말하니 마음이 짠...
지난주보다 확 실감이 나기도 하고, 신랑 말대로 아기가 최선을 다해 크고 있는데 나도 더 몸조심하고 마음 편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36살에 결혼해서 36살에 애도 낳네 하면서 둘이 웃었다. 
그리고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하자고 이야기했다.

Posted by 생숭이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오는 길에 다이소에서 (그것도 다른 거 사는 김에 계산대에 있길래) 테스터기를 사서 해본 것이... 
두 줄이 보인 순간, 당황, 놀람. 전혀 의심할 상황이 아니어서 이번주만 해도 두번이나 맥주를 마셨는데.

아침에 확인해 보고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단 퇴근 후에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퇴근 후 시간엔 예약이 안 된다고 하여 그냥 가기로. 
얼마 전에 신랑 친구 부부가 테스터기로 임신 확인 후 병원에 갔다가 아니어서 실망했던 일이 있었어서, 일단 병원은 혼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검진해주셨던 여의사에게 받고 싶었으나 당직 선생님 밖에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의사쌤은 아직 아기집이 너무 작다며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내가 "아기집이 없어지기도 하냐, 임신이 확실히 맞긴 하냐"고 물으니, 의사쌤이 웃으며 "맞다"며 없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다음주 병원 예약을 하면서 뭔가 불친절해서 무서웠던 여의사쌤보다 오늘 만난 의사쌤이 친절한 것 같아 오늘 쌤으로 예약. 

안그래도 신랑이랑 만나기로 했어서 신랑 치료 받고 있던 한의원으로 찾아갔다.
언제, 어떻게 이야길 할까, 다음주에 확실히 확인하고 (지금도 분명 확실하다고 했지만) 이야길 할까 고민하다가 
밥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나 임신이래"하고 무슨 감기 걸렸다는 듯이 툭 내뱉었다. 
신랑은 "어??!!!"하더니 병원 갔던 얘길 자세히 해보라고. 그리곤 얼떨떨하지만 기분은 좋은가보다.
가볍게 먹으려던 저녁은 맛난 걸 먹자며 메드포갈릭으로 급 변경. 
괜히 벌써부터 커피 한잔, 탄산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자몽쥬스를 마셨다. 

이제 커피 한잔, 맥주 한잔도 못 마시겠지만 더 큰 기쁨이 있겠지. 

저 점이 아기집이라니. 의사가 초음파 보면서 "아기집 보이지요?"하는데, 전혀 모르겠더라. 동그라미 쳐주지 않았으면 끝까지 몰랐을 뻔.

많이도 먹었네...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