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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책을 읽었어도 "읽었다"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읽은 내용을 잘 이야기하지도, 소감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읽은 책을 곱씹어볼래도 괜히 마음만 조급해 읽은 책 보다도 앞으로 읽을 책에 손이 가곤 했다. 더는 안되겠어서(?)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남기려는 생각에 집어든 것이 <서평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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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평 쓰는 법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라기보다 서평은 무엇인지, 서평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래서 서평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안내한다. 방법론적인 책과는 느낌이 다르다. 구체적인 지시보다 본질을 알려주며 서평을 쓴다면 어떻게 써볼 것인지를 머리 속에 그리게 해주는 듯한. 그래서 술술 읽을 땐 아는 이야길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곱씹어보면 새삼 알게된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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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에 따르면 서평은 논리적이며 외향적이고 관계적이다. 반면 독후감은 정서적이며 내향적이며 일방적이다. 읽고나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쏟아내는 것은 독후감이며, 서평은 읽는 독자를 자기의 주장으로 끌어들이고, 독자에게 서평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논리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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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책을 읽고나서 서평을 쓰려면, 책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 서평은 정치적이며 숭배와 비판이 둘다 공존한다는 것이다. 알고있는 듯 했지만 사실 그동안 나의 책에 대한 소회라는 게 (차마 서평이라고는 못하겠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식은 아니었는지 뜨끔하게 돌아봤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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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저자의 독서에 대한 태도와 책을 뜯어보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장 성과였다. 모든 책을 그리 볼 순 없겠지만 한권의 책을 조금은 천천히, 깊게 공부하면서 보는 매력을 느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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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헬조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기보다 책을 통해 길을 찾을 안목을 갖게 됩니다. 즉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할 통찰력과 다른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을 얻습니다. 독서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게 됩니다. -9p
첫째,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입니다.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사유를 담습니다.
독서에서 서평에 이르는 과정에는 일정한 성찰이 개입하는 까닭에 사유의 간격이 넓습니다. 이 성찰의 정도가 서평의 수준을 결정하지요. 읽기와 쓰기 사이의 성찰 간격만큼 서평의 질은 나아지게 마련입니다. -23p
읽고나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쏟아내는 것은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입니다. 물론 독후감의 감동과 깨달음은 서평의 설명과 평가와 근본적으로 동일합니다. 독후감이 보여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 서평이니까요. -37p
서평 쓰기의 일차 가치는 독자 자신의 내면 성찰에 있습니다. 서평 쓰기는 작성자가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독서 자체가 그러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44p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려면, 책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합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으로는 곤란합니다. 서평은 정치적입니다. ... 서평에는 숭배와 비판이 공존한다고 했습니다. 숭배는 친구와의 우정에 가깝고, 비판은 적과의 대결에 가깝습니다.
... 먼저 책 자체에 대한 기본 입장을 결정해야 합니다. ... -79p
서평의 핵심 요소는 요약과 평가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요약없는 서평은 맹목적이고, 평가 없는 서평은 공허합니다. 맥락화에 기초한 평가가 없다면 서평은 의미가 없지만 그 평가의 근간에는 충실한 요약이 자리해야 합니다. -85p
독서의 첫 결실 또한 평가가 아니라 요약입니다. 책의 핵심을 명확하게 도출하고, 이를 바로 자기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누군가 책을 보고 있을 때에 제대로 읽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지금까지 읽은 부분을 정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 읽는 부분이 무슨 의미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됩니다. ... 서평 작성에는 지적 몰입과 정서적 몰입이 모두 필요하지만, 특히 전자가 중요합니다. 독후감에는 정서적 몰입이 더 중요합니다. 책에 지적으로 몰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루려는 책의 서론과 차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책의 전체 구도와 흐름을 머리에 새기면 책을 읽을 때 수많은 문장과 문단 속에서 조금 덜 헤매게 되고, 조금 더 수월하게 맥락과 요지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87p
서평은 책에 대한 평가를 내포하기에 깊은 독서를 통한 독자 자신의 해석과 이에 기인한 성찰을 담습니다. -9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