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 연대2011. 7. 1. 11:27




작년 한진중에서 밀려난 아저씨를 우연히 길에서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30년 일해온 일터에서 명퇴란 이름으로 강제로 밀려난 아저씨는 술이 한 잔 들어가자 박창수 위원장 이야기를 하며,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 아저씨가 자꾸 미안하다며 울었습니다.

50이 넘은 사내가 10년도 더 지난 일로 술잔에 눈물 콧물을 빠뜨리는 걸 보면서 우리 모두에게 박창수란 이름은 세월의 무게로도 덮을 수 없는 아픔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박창수 하나만으로도 우린 아프고 무겁습니다.

두번쨉니다. 대한조선공사를 한진중공업이 인수한 이후 여섯명의 위원장 중 두 명은 구속 이후 해고되고, 한 명은 고성으로, 율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쫓겨나고, 두 명은 죽었습니다.

지난 번 위원장 선거가 끝나고 어떤 아저씨가 그러셨습니다. "내는 김주익이 안 찍었다. 똑똑하고 아까운 사람들, 위원장 뽑아놓으면 다 짤리고 감방가고 죽어삐는데,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김주익이를 우째 또 사지로 몰아넣겠노?"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우리가 뭘 그렇게 죽을 죄를 저질렀습니까?
조양호 회장님, 조남호 부회장님, 얼마나 더 하실겁니까? 이 소름끼치는 살인게임이 몇 판이 더 남았습니까? 노동자의 목에 빨대를 꽂고 더운 피를 마시는 이 흡혈게임이 얼마나 더 남았습니까?

LGG선상 파업에서 김주익 지회장이 구속됐을 때 인권 변호사의 이름을 팔아 그를 변호했던 노무현 대통령 각하! 노동자의 가련한 처지를 팔아 따낸 권력의 맛이 꿀맛입니까? 조중동 그 찌라시들의 꼬봉노릇이 그렇게 안락하더이까?

대기업 노조가 나라를 망친다했습니까? 21년차 노동자 기본급 105만원, 손에 쥐는 건 80만원, 그마저도 가압류 12만원, 129일을 크레인에 매달려 절규를 해도 청와대·노동부·국회의원 누구하나 코빼기도 내미는 놈이 없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민주노조 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교도소 짬밥보다 못한 냄새나는 깡보리밥에 쥐똥이 섞여나오던 도시락 그냥 물 말아 먹고, 불똥 맞아 타들어간 작업복 테이프 덕치덕치 넝마처럼 기워입고, 한 겨울에도 찬물로 고양이 세수해가며, 쥐새끼가 버글거리던 생활관에서 그냥 쥐새끼들처럼 뒹굴며 살걸 그랬습니다.

한여름 감전사고 혈관이 다 터져 죽어도, 비오는 날 족장에서 미끄러져 라면발같은 뇌수가 산산이 흩어져 죽어도, 바다에 빠져 퉁퉁 불어 죽어도, 임명은 재천이라던데 그냥 못 본 척 못 들은 척 살걸 그랬습니다.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내일에 대한 희망도, 새끼들에 대한 미래 따위 같은 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며, 조선소 짬밥 20년에 100만원을 받아도, '회장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감지덕지 살걸 그랬습니다.

노예가 품었던 인간의 꿈. 그 꿈을 포기해서 박창수 동지가, 김주익 동지가, 그 천금같은, 그 억만금 같은 사람들이 되돌아 올 수 있다면, 그 억센 어깨를, 그 순박하던 웃음을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볼수만 있다면, ○○이 ○○이에게, ○○이 ○○이 ○○에게 아빠를 다시 되돌려 줄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자본이 주인인 나라에서, 자본의 천국인 나라에서, 어쩌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감히 품었단 말입니까?
어쩌자고 그렇게 착하고
어쩌자고 그렇게 우직했단 말입니까...

애비 잘 만난 조양호·조남호·조수호는 태어날 때부터 회장님, 부회장님으로 세자책봉 받은 나라. 이병철 회장님의 아들이 이건희 회장님으로 부자 1위가 되고, 또 그 아들 이재용 상무님이 부자 2위가 되는 나라. 정주영 회장님의 아들이 정몽구 회장님이 되고 또 그 아들 정의선 부회장님이 재계순위 4위가 되는 나라.

태어날 때부터 그 순서는 이미 다 점지되고, 골프나 치고 해외로 수백억씩 빼돌리고, 사교육비로 한 달 수천만원을 써도 재산은 오히려 늘어나는, 그들이 보기에는 한 달 100만원을 벌겠다고 숨도 쉴 수 없고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탱크 안에서 벌레처럼 기어다니는 우리가 얼마나 우스웠겠습니까?

순이익 수백억이 나고 주식만 가지고 있으면 수십억이 배당금으로 저절로 굴러들어오는데, 2년치 임금 7만5000원 올리겠다고 크레인까지 기어올라간 사내가 얼마나 불가사의했겠습니까? 비자금으로 탈세로 감방을 살고도, 징계는 커녕 여전히 회장님인 그들이 보기에 동료들 정리해고 막겠다고 직장에게 맞서다 해고된 노동자가 징계철회를 주장하는 게 얼마나 가소로웠겠습니까?

100만원 주던 노동자 짤라내면 70만원만 줘도 하청으로 줄줄이 들어오는 게 얼마나 신통했겠습니까? 철의 노동자를 외치며 수백명이 달라들어도 고작해야 석달만 버티면 한결 순해져서 다시 그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게 또 얼마나 같잖았겠습니까?

조선강국을 위해 한 해 수십명의 노동자가 골반압착으로, 두부협착으로, 추락사고, 감전사고로 죽어가는 나라. 물류강국을 위해 또 수십명의 화물 노동자가 길바닥에 사자밥을 깔아야 하는 나라. 섬유도시 대구, 전자도시 구미, 자동차 도시 울산, 화학의 도시 여수 온산. 그 허황한 이름을 위해 노동자의 목숨들이 바쳐지고 그들의 뼈가 쌓여갈수록 자본의 아성이 점점 높아지는 나라.

50이 넘은 농민은 남의 나라에 가서 제 심장에 칼을 꽂고 마지막 유언마저 영어로 남겨야 하는 세계화된 나라. 전 자본주의가 정말 싫습니다. 이제 정말 소름이 끼칩니다.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세기를 건너 뛴 2003년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두산중공업 배달호의 유서와 지역을 건너뛴 한진중공업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민주당사에서 농성을 하던 조수원과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하던 김주익의 죽음의 방식이 같은 나라.

세기를 넘어, 지역을 넘어, 업종을 넘어,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자본의 연대는 이렇게 강고한데 우린 얼마나 연대하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강고합니까? 비정규직을, 장애인을, 농민을, 여성을 외면한 채 우린 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소름 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우린 단 하루도 그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음으로 깨지는 겁니다. 맨날 우리만 죽고 맨날 우리만 패배하는 겁니다. 아무리 통곡을 하고 몸부림을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 억장 무너지는 분노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이 억울함을 언젠가는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버이날 요구르트 병에 카네이션을 꽂아놓고 아빠를 기다린 ○○이. 아빠 얼굴을 그려보며 일자리 구해줄테니 사랑하는 아빠 빨리 오라던 ○○이.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우리가 뭘 그렇게 죽을 죄를 저질렀습니까?
.......................

아...

Posted by 생숭이
함께 & 연대2011. 6. 30. 07:01

부지런함이라는 말로 일벌레 혹은 꿀벌처럼 뭐든지 열심히 움직여서 쉼없이 일하는 것을 칭찬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생각하고 휴식하는 리듬은 베짱이의 사치와 비현실적인 일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한 기계로 이 땅을 사는 것이 아니다. 경쟁과 욕심 시기와 질투, 그렇게 삶에 대한 애착들이 남보다 더 많이 모으기 위한 투쟁들이 우리 삶에서 삶을 음미할 여유를 삶의 방향과 가치를 생각할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가고 있지는 않는지 묵상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 김광영 시대보기
Posted by 생숭이
함께 & 연대2010. 8. 26. 16:05
Posted by 생숭이
함께 & 연대2010. 4. 21. 22:36

저출산 추세 이대로 계속되면… “2100년 인구 반토막 2500년 한민족 소멸”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3628674&cp=nv

출산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 인구가 2468만명으로 줄어들고 2500년에는 33만명으로 줄어 한민족이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1일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긴급제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예상했다.

보고서는 1980년 2.82명이었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1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5명의 65.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합계출산율은 현재 15세인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를 추정한 값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저출산 추세가 지속될 경우 당장 올해부터 노동시장의 중핵 취업연령인 25∼54세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5∼34세 고용은 이미 2003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34∼45세 고용도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 이후에는 45∼54세 고용도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25∼54세 전 연령층에 걸쳐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활동을 담당할 청년층은 줄어드는 대신 고령인구에 대한 재정지출 부담이 늘어나면서 2029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2050년에는 -4.8%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출산이 경제적 부담이 아니라 노후보장이 될 수 있도록 국민연금 및 실업급여 소득대체율을 자녀수에 비례해 현 제도의 2배까지 인상하는 사회보험개혁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또 교육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상속세율을 자녀수에 따라 대폭 인하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고 듣긴 했으나 인구가 반토막, 그리고 민족이 소멸될 거란 전망까지 들으니 정말 심각한 문제긴 한 것 같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이가 싫으니 하나만 낳을 거라거나 안 낳고 남편과 사이좋게 잘 살면 된다는 사람은 적어도 내 주위에선 한명도 보지 못했다. 다들 입모아 하는 이야기는 '낳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 한명을 키워 대학까지, (요샌 대학생도 '독립적 성인'이라 보기 어려운 조건에서 대학까지 책임진다고 치면) 1억 이상이 든다는 통계도 있다. 그나마도 고액 과외와 학원같은 특수한 경우는 제외한 통계다.
그러니 애 둘 이상을 낳는다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제라는 것이다.

가끔 9남매, 11남매를 낳아 기르는 가족들이 TV에 나올 때마다 엄마, 아빠는 "명절에 모이면 재미있겠네" "애 엄마가 힘들었겠네" "키우느라 시끄럽겠네" 라는 말보다 "저 애들 어떻게 다 책임지려고 낳았나"라는 말을 먼저 하시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건 그런 문제다.

나도 29. 나이가 차니 슬슬 결혼이야기도 나온다. 난 애를 위해서도, 분위기를 위해서도 둘은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했는데 주변에서 "낳을 수 있겠어?" "어떻게 키울라고?" 라는 이야길 들을 때마다 앞이 '캄캄'하긴 하다.

저출산이 문제다, 문제다 하는데 아이를 좋아해도,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문제지 않을까.
Posted by 생숭이
함께 & 연대2010. 4. 20. 09:32

우리가 무한도전을 보지 못하는 이유


우리가 무한도전 결방에도 행복해 하는 이유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