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 연대2009. 2. 8. 23:12

"한 번만 사랑한다고 하게 해 주십시오."



저는 고 이상림 씨 딸인 이현선이라고 합니다.

토요일 오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것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참사가 발생한 20일부터 설연휴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들고 우리 아버지들을 추모해 주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눈앞이 캄캄했던 우리 유가족들은 여러분들이 들어주신 촛불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 참혹한 일이 우리 유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는 일이기에 우리 유가족들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요즘 장례는 3일장을 치르는데 저희들은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열흘이 넘게 영안실을 지키고 있는 일이 막상 해보니 보통 큰일이 아니더라고요. 유가족들 모두 잠도 부족하고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지만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조문과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어머님들과 함께 고인들의 자녀들도 나와 있습니다. 저희들은 모두 집회란 곳에 나와 보는 것이 오늘이 처음입니다. 우리 아버지들이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아마 평생 집회에 나오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집회나 시위에서 제가 이렇게 마이크를 잡고 많은 분들 앞에서 발언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해 봤습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는 용산 4지구에서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 오신 평범한 한 아버지셨습니다. 재개발을 하면서 4지구니, 5지구니 자기들 마음대로 구역을 나누었지, 제가 어렸을 때에는 4지구니 하는 말은 있지도 않았습니다. 부모님들은 식당 일을 하시면서 우리 3남매를 키우셨습니다. 한자리에서만 30년 동안 장사를 하셨으니 저희 부모님들도 참 대단한 분들입니다. 아버지께서 일흔을 넘기시며 식당을 호프집으로 리모델링하고 우리 3남매의 막내 부부가 호프집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2년 전입니다. 막내동생이 바로 용산 4지구 철대위원장으로 어제 구속된 이충연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장사는 막내 부부에게 맡기셨지만 그 호프집을 얼마나 아끼셨는지 모릅니다. 30년 동안 아버지 손길이 묻었던 곳이니 오죽하셨겠어요. 매일 새벽 가게 주변을 청소하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셨습니다. 밤늦게까지 장사하느라 제대로 치우지도 못하고 집에 들어간 막내 부부를 대신해서 쓰레기통을 비우고 테이블을 손수 닦으시고 나서야 아침식사를 하셨던 분이십니다.



재개발을 한다며 가게를 비우라고 통지를 받기 전까지, 용역회사 직원들이 가게를 빨리 비우라며 가게 앞에 쓰레기를 한가득 부어놓기 전까지, 용산구청에서 “생떼거리”를 쓴다며 아버지를 문전박대하기 전까지, 우리 아버지는 누구보다 자상하시고 따뜻한 아버지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비록 가난했지만,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사글세 신세였지만,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이었습니다. 누가 우리 아버지를 거리로 내몰고 죽음으로 내몬 것입니까?



여기 있는 저희들이 아버지들을 이 참혹한 일로 잃고 나서야 이렇게 처음 집회에 나온 것처럼, 아버지도 집에서 쫓겨나고, 30년 동안 장사하던 터전에서 내쫓기게 되시고야 처음 집회에 나가셨을 것입니다. 살기 위해서, 용역들의 폭력을 피해 옥상 망루에 올라가셨던 것입니다. “운동권”은 바로 이 사회와 부자들이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용산에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에는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아왔던 저희 아버지, 어머니, 막내동생 부부가 재개발이 시작되고 운동권이 되었으니까요. 아버지는 수천 도의 화염 속에서 돌아가시고, 무릎뼈가 다 으스러진 우리 막내가 목발을 짚고 감옥에 갇히게 될 줄을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요즘 저희 유가족들은 아예 TV나 신문을 보고 나면 두통약을 한 알씩 먹어야 할 지경입니다. 어제도 이명박 대통령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고 우리 유가족들은 분통이 터져서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용산 참사 이야기가 나오자 이명박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들먹이며 동문서답을 하시더군요. 말이 좋아 법이지요.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법을 지키라는 말을 하는 겁니까?



30년 동안 장사하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사람들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하는 법, 서민들 쫓아내고 비싼 아파트 지어서 수백억, 수천억을 벌어들이는 재벌 기업들을 위한 법, 용역 깡패들이 주민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력을 퍼붓고 가게 담벼락에 시뻘건 페인트로 목 매달린 시체를 그려놓아도 내버려 두는 법, 우리 아버지들의 시신을 우리 유가족들이 한번 보기도전에 아무런 동의도 없이 부검을 한답시고 난도질하고도, 검사가 법대로 한 일이니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고 하는 법, 국민 다섯 명을 죽이고도 정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법, 그런 법도 법이라고 지키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인터넷에는 참 별의별 말들이 다 올라와 있더군요.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그냥 여러분들과 똑같은 서민들이셨습니다. 많이 배우시거나 특별한 능력을 가지신 분들도 아닙니다. 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것이 부당하니 부당하다고 말하고 살기 위해 싸우신 것밖에는 없습니다. 혼자 싸우기 힘에 벅차니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함께 싸운 것밖에는 없습니다.



이번 참사는 재개발이 주범입니다. 재개발을 부추기는 정부와 재개발로 돈 버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재벌 기업들이 주범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 노릇을 충실히 해온 경찰과 용역들이 주범입니다. 여러분들께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주범들은 가만히 두고 검찰은 우리 철거민들만 구속시켰습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돌아가신 분들에게 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우리 아버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끼리는 할 수 없지만 여러분들의 힘이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여러분들이 함께 있어주시는 한 지치지 않고 겁내지 않고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혹시 사랑한다는 말 얼마냐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두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씩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부모님한테는 한 번을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말을 한 번도 못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품에 안겨서 한 마디 '사랑해요'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번만 아버지 손을 잡고 한마디만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2009년 1월 31일
이현선
Posted by 생숭이
함께 & 연대2008. 7. 20. 23:21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음모는 참으로 무섭다. 주주총회를 몇 십초만에 끝내버릴 정도로...

예전, 막연히 기자가 되고 싶었을 땐 오히려 언론이 중요한 줄 몰랐다.
학보사 활동을 했던 대학교 1,2,3학년 시절엔 언론의 중요성은 알았으되, '터넷에 익숙해진 요즘 추세에 어떻게 하면 활자를 읽게 할까, 어떻게 하면 보고 싶은 기사를 쓸까'가 주된 관심거리였다.

기자의 꿈을 '확실하게' 접게 된 건 오히려 언론의 중요성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2006년 한 포털 사이트에 뉴스 편집 근무를 할 때였다. 지하철이 파업을 하는데 나는 최대한 왜 파업을 하는지, 요구사항은 뭔지라도 알려주는 기사를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기사는 단 한 군데도 제대로 없었다. 모두 다 지하철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 속출, 나라가 어려운 판국에 경제에 악영향 등의 기사 일색에 시민들의 인터뷰도 모두 파업으로 인한 짜증과 불만 표출 등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내 손으로 그 중에 가장 '공정'한 기사를 찾는다는 것이 피해가 가장 덜해 보이는 기사일 뿐이었다.

그때 정말 기자란 꿈을 접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세상이 바뀌기 전에는, 사회가 바뀌기 전까진 언론에서 공정한 기사를 쓰고 민중들의 아픔을 여론화하는 일은 불가능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거다.

나의 꿈은 접었지만 그래도 세상에 희망이 있음을, '공평'하다는 가진 자들의 논리가 아니라 '공정'하려고 애쓰는 언론이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YTN 돌발영상에 정치권들을 신랄하게 손가락질 하게끔 만다는 언론이 그랬고 지식채널 e는 교양자료로 볼 정도였다. PD수첩, 특별 기획 등 정부의 일방적인 선전이 아닌 마땅히 알아야 할 정보와 내용을 전달해 주는 언론이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

그런 언론을 당연히 지금 정부가 가만둘 리 없다. PD수첩, KBS 탄압에 YTN까지 장악하려 들다니...
치떨리게 무섭고 분노스런 일이다.

한울노동문제 연구소 하종강 소장님이 한 강연에서 그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이 부족한 것 많다. 하지만 언론과 정부, 세상이 온통 노동조합을 비정상적으로 혐오하는 이 사회에서 그래도 '공정'하려면 민주노총의 잘못된 점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고. 한번이라도 더 노동조합의 필요성과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공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공평은 무게가 다른 두 물건을 올려놓은 시소의 추를 가운데 놓아서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이라면 공정은 시소가 평형을 이룰 수 있도록 추를 무게가 무거운 쪽으로 가깝게 놓는 것이다. 그제서야 시소는 수평을 이루게 된다. 공정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쇠고기를 먹는 집, 몊치반찬을 먹는 집,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집 모두에게 세금을 똑같이 거두는 것은 세상의 수평을 이루는 일이 아니다. 공정한 처사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 '추'의 역할을 하는 언론들이 탄압받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같이 싸워야겠다. 그리고 꼭 이겨야겠다.
Posted by 생숭이
함께 & 연대2008. 4. 18. 00:28
"이랜드 뉴코아 노동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기고] 이랜드-뉴코아 투쟁 300일, 김어진 위원장의 최후진술문


이 글은 오늘 뉴코아 이랜드 투쟁 농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벌금 재판을 받는 김어진씨가 재판부에 제출하는 최후진술문이다. 김어진 씨는 업무방해죄로 200백만 원 벌금 약식 명령을 받았고 정식재판에서 12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해 오늘(17일) 서울지방법원 510호에서 재판을 받는다.


300일. 오늘로 뉴코아 이랜드 파업 3백일째입니다.

 
김어진 민주노동당 서초지역위 위원장
ⓒ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3백일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798명 해고, 외주화, 손해배상 청구 253억 원, 벌금 6억 1천만 원, 두 번의 점거농성과 두 번의 대규모 경찰력 투입, 고공농성, 조합 간부 30명 해고…. 그리고 지난 3백일 동안 힘들지만 굿굿하게 버텨 주신 뉴코아 이랜드 조합원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 정말이지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느꼈던 경우를 감히 꼽으라면 그 중 하나가 바로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들 투쟁에 참여한 것입니다. 고백컨대 정말이지 제 생애의 행복한 순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한국 사회의 우선적인 가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외칠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검찰에게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존중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영업이익을 위해서라면 탈세를 조장하면서까지 불법 주류 대량 판매도 서슴지 않는 경영철학이 우선일까요? 영업이익을 위해서라면 지하경제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탈세 수단인 상품권깡, 현금깡도 서슴지 않는 경영철학이 우선일까요? 그 영업이익을 위해서 방광염 앓아 가면서까지 고생스럽게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쫒겨나야 하는 경영철학, 진정 그것이 우리 사회의 우선 가치이어야 할까요?

뉴코아 이랜드 투쟁은 적어도 이런 가치가 대물림되어서는 안 되는다는 소중한 일깨움을 던져 준 사건이었습니다. 비정규직 1천만 명 시대를 향해 미친듯이 질주하는 대한민국이기에 더욱 소중한 깨달움을 준 투쟁이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조를 재벌천국 서민지옥 불도저 정책의 걸림돌로 여기는 이명박 정부를 맞이한 지금이기에 반드시 이겨야 하는 투쟁입니다.

이미 뉴코아 이랜드 투쟁은 여러 차례 여론의 검증을 받았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한국사회 운동의 대표적인 투쟁입니다. 국회 청문회 검증에서조차 걸려넘어지는 분들이 많은 강부자 내각을 생각하면 참 놀랄 만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와 사측에 책임있다'는 의견이 전체의 77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이 이 투쟁이 정당하다고 말했던 투쟁입니다.

교수, 변호사, 종교인, 여성단체, 인권단체 등이 연이어 파업 노동자들을 이처럼 열렬하게 지지한 적이 있었던가요?

최근에도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같은 주요 시민사회단체는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비정규직을 희생시키는 기업의 비윤리적인 경영실태와 탈법행위"를 규탄하면서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여론은 여전히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들 편이고 박성수는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뉴코아 이랜드 투쟁은 청춘을 압류당한 88만 원 세대의 미래와 직결돼 있는 투쟁입니다. '엄마가 싸워서 이겨야 나도 나중에 비정규직 안 되지'라며 힘을 북돋워 준 아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한 이랜드 조합원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뉴코아 이랜드 사태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사건입니다. 일본 상업노조·철도노조, 미국 서비스 노조,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등 수많은 해외의 노동조합이 뜨거운 국제연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박성수 회장은 어떻습니까? 뉴코아 이랜드 투쟁에 대한 압도적 지지 여론 탓에 10월초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박성수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결정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박성수 회장은 이 요구를 단 번에 거절하는 오만함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불매운동 효과와 불법 영억 적발로 매출이 부진한데도 '문제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면서 여전히 노동조합의 그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경영자가 참회하고 해고한 노동자들을 다시 직장에서 일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할 도리입니다. 저는 뉴코아 강남점이 있는 서초구의 진보정당 임원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저는 오히려 생계 고통 때문에 마음의 근 돌덩이를 안고 살아가지만 승리를 너무도 열망하는 뉴코아 이랜드 조합원들, '도대체 우리 언제 해결돼요?"하고 답답해 하면서도 이제는 투사가 되어 버린 그녀들, 그리고 그들을 소중한 인생 선후배로 만날 수 있는 영광을 입게 돼 감사할 뿐입니다.

이들에게는 그리고 이들이 옳다고 믿는 저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비정규직 법안을 이용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고 지금도 노조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박성수 회장이야말로 단죄의 대상입니다. 저는 업무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자는 연대와 협력을 쌓으려는 한국 사회 운동의 노력을 방해하고 우애와 협력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망가뜨리는 박성수 회장 바로 그 자입니다.

※ 뉴코아 파업 300일 맞이 연대주점이 18일 6시 고속터미널 상가 2층 노블레스 호프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민중의소리
Posted by 생숭이
함께 & 연대2008. 4. 17. 01:14

서울구치소 96번 윤기진


그가 송치됐다.

경찰조사 17일간 꼬박 단식으로 연행과 국가보안법에 항의를 하고

이제 검찰조사가 시작된다.

오늘 오전 혼자 구치소로 면회를 다녀왔다.


검사에겐 조사 끝까지 할 말이 없으니

검찰청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단다. 법정에서 다퉈보자는 거다.

잘 싸우라 했다. 논리의 우위 도덕성의 우위, 모두 우리가 점하고 있다.

과정과 결과 전부에 상관없이 우리처럼 승리를 확신하며 법정에 서기도 힘든 일이다.

밖에서 나도 부지런히 싸울 것이다. 그의 공소장을 분석하고 그를 변호하기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내가 꼬박 34개월을 거했던 서울구치소

방북 건으로 왔을 땐 독거는 물론이고 목욕도, 운동도 혼자했다.

심각한 전염병 환자처럼 철저히 격리된 생활이었다. 레드바이러스 보유자는 그런 존재다.

저들의 두려움이 오히려 고무찬양혐의가 짙다는 생각은 여전히 버릴 수가 없다.

국가보안법으로 통일운동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을 보면

과한 고무찬양에 웃음이 다난다. 그렇게 무서운가,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내가 끌려왔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그의 접견을 가자니 새삼 분통이 터진다.

그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사실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염려하지않은 것은 아니나

몇 번을 생각해도 이 부분만큼은 후련하게 결심이 서질 않았다.

내 일신의 일이야 나의 결의로 넘어서면 되겠는데, 그에게 혹은 아이들에게 생길 수도 있는 슬픈 일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벅찬일이었다.

그래서 약간 무시했다. 닥치면 어찌되겠지 생각한 것도 있고,

사서 걱정이냐 싶기도 했다.

그는 웃었다. 아이들이 왔을까 싶기도 한 모양이지만, 오랜 단식을 끝내고 죽물을 먹었다더니

낯 빛이 그제보다 나아졌다.


그가 '보고싶냐' 물었다.

'그럼'하니 그런다.

'그렇다는 걸 잊지않게만 해줘'

내가 늘 그를 그리워할꺼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바쁜 일정으로 맘껏 챙기지 못한다고 그리운 마음이 없을까.

한 번도 그와 맘놓고 생활을 해 본 적은 없지만

하루 못 보면 하루만큼, 일주일을 못 보면 일주일만큼,

한 달이면 한 달만큼

그리운 우리였다.


몰라서가 아니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곳은 얼마나 쓸쓸한 곳이었던가.

자신이 잊혀진다는 느낌

잊은 것은 아니지만 무심하게 내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애써하며 자학한 시간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그와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고 5개월이 지날 즈음 나는 두 번째 구속을 겪었다.

1년 7개월이라는 시간을 접견 한 번 없이 편지 쓸 주소도 없이 그렇게 보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열 두번 그와 이별을 했다.

잊었겠지 그렇겠지 별 수없지

우리는 모두 서로의 마음은 물론 자신의 마음까지 반신반의하며 일단 시간이나 보냈다.

이대로 흐지부지 끝나도 괜찮겠다 마음정리가 되는 순간도 꽤 있었다.


출소하고 2003년을 굉장히 열정적으로 살았다.

장기농성이나 선봉대 투쟁에는 죄다 결합했다.

열심히 살며 출소후 생기는 휴가의 유혹을 떨치니 우리자리도 헤어질 때 그대로였다.


빨리 오라, 그대.

시간의 흐름도 사람이 창조하는 것

나도 그도 바삐 살것이다.

때로 사랑한다는 생각도 없이 사랑하고 기다린다는 생각없이 기다릴지라도

.

.

.

보고싶어?

그럼.

Posted by 생숭이
함께 & 연대2008. 3. 6. 22:49

1. 며칠전 이랜드 동지 한분이 연락을 했다.

투쟁전술 논의가 아니라 기금마련 수익사업을 도와달라는 취지였는데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목소리로 부탁하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다. 어쩌다 노동운동이, 진보정당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자본과 권력의 횡포에 맞서 투쟁하는 동지들이 버스비가 없어서 집회에 나오지 못하는데도 당이 실속있는 연대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이 상황이 미칠 것만 같다.


2. 소위 신당파 동지와 나눈 이야기...

[ 우리가 얼마나 절망을 겪었는지 아느냐? 창당 전부터 진보정당활동에 모든 것을 다 바쳐왔건만 우리에게 돌아온 건 자주파의 인해전술이었고 모든 직책에서 밀려났다. 49%가 되는 순간부터 우리의 활동은 ‘0’이 되었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30%라면 30%만큼, 40%라면 40%만큼의 활동은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다수파가 전부를 독식하는 횡포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우리의 포부, 우리의 정치이상을 펼칠 길이 없다. 더 이상 당에 남아있는건 무의미하다... ]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처음 시당 노동위원장할 때 느낀바가 있어서 공감이 간다. 자주파든 평등파든 다수결이란 이름으로 독식하는 구조의 해체 및 민주적 재건설에 한표를 보낸다. 다수파인 자주대오가 먼저 현재의 논의구조를 해체하자. 다수라는 기득권을 놓아야 한다. 그래야 당내정파구도, 의사결정의 민주적 재건이 가능하다.


3. 비대위의 당대회 안건을 접하고 마음이 착잡하다.

기대를 하고, 나름대로 성원을 보냈건만 계급적 선이 불투명해지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이정훈, 최기영 당원을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제명하자는 건에 대해서는 우려를 넘어 위기감이 느껴진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기회주의적 태도이자 동지에 대한 운동적 의리를 저버린 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는다. 최소한 본인들이 출소를 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항변권은 보장해야 하지않는가? 뭐가 그렇게 조급하고, 뭐가 그렇게 자신없는가?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면 작은 재주를 자랑할 순 있으나 무릇 큰 정치는 할 수 없는 법이다. 현실정치, 국민 정서를 앞세워 두 당원이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기성 부르조아 정당의 행태를 빼닮은 현실영합, 눈치보기에 다름 아니다. 벌써부터 현실정치를 주창하는 의회주의적 독소가 이미 당안에 적지않게 퍼져있는 반증이다. 황우석 사태, 공무원노조 파업투쟁 때처럼 당의 의연한 모습이 절실하다.

비대위는 평등파와 자주파의 강경세력을 의식하지 말고, 의연하게 계급적 원칙, 진보적 원칙에서 당원과 민중들의 염원에 기초하여 흔들림없이 전진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4.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내활동의 기조

- 비대위를 강화하고 신당(분당)으로 불리는 당파괴활동을 최소화, 무력화하여 당이 투쟁하는 정당, 지역에 뿌리내리는 정당으로 일신

- 대국민측면에서는 이명박에 대응하는 강력한 야당, 민중정당으로 거듭나고, 당 내적으로는 당에 색깔을 덧씌우고 군소정당으로 전락시키려는 기도에 정면대응해야

- 종북논쟁은 의도에 상관없이 민주노동당을 조선일보식 이념공세구도에 갇히게 한다는데에 해악성의 본질이 있으며 탈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중당적과 같은 의미인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조직을 건설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행위는 명백한 반당파괴행위임

(* 실제 조승수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은 적극적 언론활동을 통해 종북논쟁을 확대재생산해왔으며, 심지어 조선일보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한 파렴치성을 보여주었다)

(* 탈당 및 신당창당운동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제까지 몸담았던 정당을 ‘몹쓸 당’으로 만들어야 하는 존재론적 도그마에 빠지게 된다. 몹쓸 당의 가장 효과적 이미지는 그간 자본과 권력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바로 ‘종북정당, 친북정당’이다)


5. 현안투쟁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가 온갖 횡포를 다 부리고 있다. 민심은 아직 이명박에게서 떠나지는 않았지만 관망으로 돌아서고 있다. 범여권은 여전히 지리멸렬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반짝하던 창조신당도 인물난에 빠져있다.

태안기름유출사고에 비대위가 적극 목소리를 내는 점이나 이명박 대안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인수위의 교육붕괴정책, 한미FTA비준기도, 정부조직재편안 등 현안에 기동적 대응을 하는 모습은 정말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반삼성투쟁과 비정규투쟁 그리고 지역위조직과 총선후보를 가동하는 지역정치사업에서도 일대 전기를 마련하여 전당적 투쟁으로 정국을 헤쳐나가길 기대하며 최대한 힘을 모아나가자!!!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