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바람/여기저기2018. 6. 28. 23:22

- 언제 : 2016년 9월 20일(화)~9월 23일(금). 3박 4일.

- 일정 : 

9월 20일(화) 영등포역 → 순천역 (무궁화). 신영씨 부부 만남.

9월 21일(수) 화월당(아침) → 선암사 → 학운정(점심) → 순천드라마촬영장 → 낙안읍성 → 순천만습지

9월 22일(목) 순천만국가정원 →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 여수 도착. 케이블카. 이순신 광장 

9월 23일(금) 향일암 → 수평선(점심)


남편도, 나도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베스트로 꼽는 순천여수.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큰 시험을 치고 발표를 앞둔 시기였는데, (나도 마침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새 일을 시작하기 전이어서) 마음도 뒤숭숭하고 답답했던 어느 날 크게 준비없이 떠났던 여행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갔던 최장기(무려 3박!) 여행이었고, 여행을 잘 즐기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가기 시작한 여행이기도 했다. 


어디로 훌쩍 떠날까 말까를 며칠 고민하던 즈음이었다. 그날 아침까지도 어딜 갈지, 말지, 가면 어디를 갈지 이런저런 이야기만 오갈 때 남편이 “일단 가자!”고 해서 대충 옷가지만 챙겨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여러 후보지가 있었지만 정한 곳은 순천. 남편의 친한 친구가 있기도 했고 멀리, 조용한 곳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가는 길은 영등포에서 무궁화 기차로 내려갔다. 꽤 오랜 시간 걸렸지만 오랜만에 기차를 타는 재미도 있었고 내려가는 내내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보니 지루한 줄 몰랐다.  

첫날은 남편 친구를 만나 저녁을 함께 먹고 다음날부터 차를 렌트해서 다니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크게 배운 점은 교통편인데, 이렇게 멀리갈 경우에는 기차를 타고 내려가서 현지에서 렌트를 하고 돌아다니면 올라올 때의 부담감도 없고 피로감도 훨씬 덜해 좋았다. (후에 영주안동 여행도 그런 식으로.) 물론 지금은 아이가 생겨 그렇게 다닐 수 없게 되었지만.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근처 ‘절’을 찾아가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둘다 불교신자 아님. 

우리나라 절은 대부분 산에 있고, 차를 세워놓고 절까지 가는 길이 대부분 산책로처럼 잘 되어 있다. 경치도 좋고, 적당한 거리를 걸을 수 있고. 순천에서도, 여수에서도 꽤 유명한 절들이 있었고 역시 기대처럼 절까지 가는 길이 참 좋았다.  


순천은 생각보다 관광할 게 많은 곳이었다. 사실 ‘여수밤바다’로 유명해서 한번쯤 가고 싶어지긴 했지만 순천여수는 가서 뭘 해야할지 잘 몰랐던 곳이었다. 내려가면서 검색해보고 현지 친구에게 물어서 돌아다닐 곳을 찾아보았는데 결국 2박에도 다 못 돌아다닐 정도로, 그리고 천천히 다닌다면 더 오래 머물고 싶을 정도로 순천은 멋진 곳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선암사와 드라마 촬영장, 낙안읍성,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이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곳은 순천만 습지. 억지로 꾸며놓은 곳이 아니어서 더 좋았을까. ‘아 좋다’ 소리가 여러번 튀어나왔다. 저녁 즈음에 가서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여수로 향하는 길에 벌교에 있는 태백산맥 기념관도 들러보고 우리끼리 문학기행도. :) 

태백산맥은 내게 충격적이고 가슴에 큰 불꽃을 일게 해준 책이었다. 이런 소설을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보는 내내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기념관에 가보니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의 노력의 흔적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당시 태백산맥 출간으로 인해 많은 압력과 협박 등을 받으셨는데 ‘나는 자살할 리 없다’는 편지를 남기셨을 정도. ‘대단하다’고 간단히 말할 수 없는 노력과 용기에 다시 한번 감탄했던 곳이다. 


여수는 소문대로 정말 좋았다. 저녁 즈음 도착해 케이블카를 탔고, 이순신 광장을 둘러본 후 숙소를 잡았다. 다음날엔 조금 멀긴 했지만 ‘향일암’을 다녀왔고 추천받은 횟집에서 감탄하며 점심을 먹었다. 여기 정말 추천합니다. :) 또 여수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이 느껴졌던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순천여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더 맛있는 곳이었다. 나중에 양가 부모님과도 함께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우리가 다녀왔던 코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으므로, 많은 분들께도 추천! 



Posted by 생숭이
읽고,보고2018. 6. 28. 22:31


작년 임신을 하고부턴 책은 주로 에세이나 단편 소설을 많이 본 것 같다.  

어려운 책, 생각을 하게 하는 책들은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오래 보지 못했고.  

무엇보다 여행을 가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일상의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등.   

아기를 낳은 후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를 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사람의 생각에 공감하고 내 주변, 일상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에세이가 좋았다.  

.

얼마 전 김소영씨의 에세이도 사보았는데, 남편인 오상진씨의 책도 발간되었다.   

사실 뭔가 오글오글 할 것 같고, (아내에게 바치는 글인 줄 알았다.) 어디 댓글을 보다보니 하루키 같은 유명작가의 글도 아닌데 왜 일기를 사서 보냐는 말에 사지 않았는데. 서점에 갔다가 책을 발견하곤 한번에 집어들고 말았다. 1년 동안 일기를 매일 썼다는데 매일 어떤 일상을 살았길래 빠짐없이 썼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슬쩍 보니 아내에게 쓴 글이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인게 마음에 들었고, MBC에서 힘든 시간을 겪어낸 그를 응원하고 싶었달까.   

어쨌든 책을 읽고 오랜만에 일기를 쓰게 하는 데 성공했으니, 아깝진 않은 걸로.

.

요리도 척척 해주고, 무엇보다 아내를 많이 이해하고 아껴주는 남편 오상진의 모습이 좋아 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성격도, 스타일도 다른 두 사람이 때론 상대방을 이해하고 맞춰가며, 때론 부딪혀가며 서로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엿본 것 같아 괜히 내가 흐뭇해졌다. 

그리고 단순히 하루 일과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쓴 성실함과 글빨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

김소영 님의 추천사 중, '끝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그저 사랑하겠다고.'라는 말이 자꾸 찔린다... 그래, 나도 그래야지.

Posted by 생숭이
읽고,보고2018. 6. 28. 22:24


뻔한 위로의 글은 읽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긍정긍정의 마음만 심어주는 책도 당연히 노.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실질적인 코칭의 방법이 나와있어 좀 땡겼다. “하루 한시간을 가져라”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무엇을”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육아로 인한 우울함을 극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나도 당장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선 바쁘고 피곤해서 미뤄두었던 나의 시간을 좀더 열심히 가지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그러기위해 ‘미뤄도 되는 것’에 과감해진 것이 성과중 하나. 


...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어찌보면 세상에서 고립된 존재다. 그래서 힘들지만, 반대로 얻는 것이 있다. 

사회가 제시하는 '바른 길'에서 한발 비껴나있기에 '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대학, 졸업, 취업, 결혼, 임신과 출산이라는 인생 과제들을 수행하느라 보지 못했던 세상, 

듣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와 만날 수 있는 최초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상식과 사회의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 115p

 

... 생각해보면 남편은 적이 아니고, 나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둘 다 바쁘고 경쟁적인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들이었다. 부부는 함께 인생을 꾸려나가기로 약속한 관계이니, 그 선택에 책임지는 것이 성숙한 자세이리라. - 147p



Posted by 생숭이
생각하고2018. 6. 28. 22:14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목숨을 끊는 일이 또 발생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무려 30번째 사망자다.

그분은 숨지기 20분 전 아내에게 "그동안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시키고 마지막에도 빚만 남기고 가는구나. 사는 게 힘들겠지만 부디 행복해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문제. 

정권도 바뀌었고, 시간도 흘렀으니 더는 비극적인 일이 없겠지, 이제 해결이 되겠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생각도 못하고 살고 있었다.

그 사이 또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남편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서 가족에게 불행이 생기는 영화나 상황 등을 생각하는게 너무 힘들어졌다. 사실은 엄청 비극적인 일이지만 영화에서는 흔한 가족의 사망과 그로 인한 복수 같은 스토리도 차마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시키고 마지막에도 빚만 남기고 간다."는 남편의 심정, 절대 행복할 수 없을텐데 "부디 행복하라."는 말을 듣는 아내의 마음을 차마 헤아릴 수가 없다.


내년이면 쌍용자동차 파업이 10년을 맞이한다. 

최근까지도 해고자 복직과 관련해 노사 협상이 계속 진행중이었지만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노사는 이미 2015년에 대화를 통해 해고자 원직복직을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45명만 복직했고 나머지 120여명의 복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에서는 회사가 복직 시한만이라도 알려줬더라면 목숨은 끊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는, 앞으로는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쌍용자동차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합의가 잘 지켜지도록 적극 중재와 노력에 나서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생숭이

주말에도 어김없이 5시~5시반에 기상하는 부지런한 아기 덕분에 오늘도 긴 하루를 보냈다.

아침엔 남편을 좀 쉬게 해줄 생각이었지만 피곤해도 아기 울음소리, 노는 소리에 결국 7시반쯤 반쯤 감긴 눈으로 마루로 나온 남편.
서진이는 좀더 자야하는데 눕혀재우니 또 30분 밖에 못 자서, 재울 겸 씻지도 않고 바로 산책을 감행하기로 한다.
1시간 가량 천천히 걸으며 (다행히 아기는 나가니 5분만에 잠들었다.) 그간 못했던 남편의 '큰그림'이야길 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이 아기 맘마를 주는 사이, 내가 먼저 씻고.
남편이 씻는 사이 아기를 쏘서에 넣어놓고 아기 짐을 챙기고.
몇 시간 외출에도 아기가 움직이면
기저귀, 물티슈, 젖병, 보온병, 물병, 손수건, 옷가지, 딸랑이, 공갈젖꼭지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 며칠 묵을 만큼 큰 가방이 된다.

서진인 어머님, (남편의) 외할머님께 사랑 듬뿍 받고.
오는 길에 갑자기 울길래 톨게이트 근처에 있는 작은 휴게소에 들렀다가 기저귀 갈 공간도 없어
장애인 화장실에 둘이 들어가 낑낑 대며 기저귀를 갈고.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랬더니 좀 편해졌는지 다시 쿨쿨.
자는 서진일 깨기 아까워 결국 임진각까지 가고 말았다. 뭐, 나쁘진 않았지만 우리 상황이 시트콤 같지 않냐며 둘이서 낄낄.
파주간 김에 L 선배에게 연락해 차 마시며 지방선거 이야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그러고보니 서진이가 오늘 카페도 가고, 식당에도 갔었는데, (식당엔 두어번 갔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진 않았지만 울거나 크게 보채지도 않았다. 오.
다만 아직 앉아있을 줄을 모르니 둘중 하나가 안고 있거나 가끔씩 왔다갔다 해주거나 해야하는 건 있지만,
이젠 서진일 데리고 어디든(?) 갈 수 있겠구나, 이만큼 컸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한 하루.

 

Posted by 생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