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서진이 태어난 지 12일. 조리원 6일차. 새해 첫 주말인데 내 일상과 풍경은 연초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방은 더워서 매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자니 심지어 겨울인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겨울임을 상기하려 날씨를 찾아보고, 창밖 너머 사람들의 두툼한 옷을 보며 '그래도 밖은 춥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연말에는 보내는 아쉬움으로, 연초는 시작하는 설렘으로 다이어리도 바꾸고 목표도, 계획도 세우고, 일부러라도 뭔가 새로운 걸 기획하곤 했었다. 새해 목표를 뚝딱 세우기가 점점 두려워서 (지키지 못할 계획만 잔뜩 세워놓는 것 같아서) 음력 설까지는 목표 초안을 만들어놓고 설 이후 정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핸 서진이 때문에 목표도, 계획도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다. 고민하지 않았다라는 게 더 맞겠다. '엄마'가 되면 계획했던 일은 하나도 못한다는 주변 말들을 많이 들었어서 못했을 때의 실망감, 좌절감 등을 느끼지 않으려 아예 세우지 않은 터였다. 잘한 건지, 어쩔 수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연초의 기운이 덜 나는 것 같기도. 

상반기 안에 노무사 1차 시험을 보겠다는 애매한 계획 정도는 있었는데 막상 서진이가 태어나고 나니,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 

신랑이 선물해준 예쁜 다이어리도 있지만, 올해 다이어리를 어떻게 쓸 건지에 대한 고민도 그래서 들었나보다. 새해를 맞아 설렘과 기대, 포부 가득히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있을 사람들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 





서진이는 어제도, 오늘도 오후 1시반쯤 되니 칭얼대며 안아달라 보챘다. 신생아실을 지나가는데 실장님이 "동동이가 또 안아달라며 보채네요. 돌아가면 엄마 힘들겠다~"고 하셨다. 모자동실 시간은 아니었지만 울고 있는 서진일 모른채 쉴 수 없어 안고 방에 들어왔다. 방에서도 칭얼대고 울었지만 엄마품을 알아보는지 10분 정도 후에 슬며시 잠이 들었다. 

서진이가 설마... 등 센서가 있는 아긴 아니겠지...? 아기띠는 좀 더 크면 살까 했는데 신생아용으로 빨리 사야겠다. 벌써 왼쪽 손목이 아프다. 

저녁에는 토요일이라 쉼터에서 영화 상영을 해주었다. '미녀와 야수'였는데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서진이 수유 콜이 와서 자연스레 포기. 고맙다, 서진아...





젖을 먹이면 엄마가 엄청 허기진다는데 (돌아서면 배고플 정도로) 아직 그 정도로 먹이고 있진 않은 건가.

미연언니랑 카톡하다가 모유 먹일 때가 더더 까다롭다며 좋은 음식 잘 챙겨먹으라고 하길래 검색을 해봤더니 수유때 못 먹는 음식이 참으로 많구나. 근데 다이어트에 좋은/안좋은 음식과 건강에 좋은/안좋은 음식과 임신할 때 좋은/안좋은 음식과 수유할 때 먹으면 좋은/안좋은 음식과... 다 같은 거 아닌가... 

오늘은 유축 2번. 양이 좀 줄었다... 텀을 잘 못 맞추는 지도. 


* 모유수유 중 '주의'해야 할 음식

1) 맵고 빨간 음식 : 김치, 고추, 마늘, 생강, 양파 등

- 위와 같이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아이의 설사나 배앓이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매운 음식은 아기의 항문 주위를 헐게 할 수 있어서 조금씩 먹되 항문 주위를 확인해 이상이 있으면 삼가는 것이 좋다. 

(* 병원에서는 말도 안된다고 했다는...)

2) 카페인 음료 및 식품 : 커피, 차류, 코코아, 약, 탄산, 초콜릿 등

- 1~2잔의 커피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너무 많이 마실 경우 아기의 숙면과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3) 기호식품 - 음주, 흡연

4) 수은 함량이 높은 생선 : 참치, 가물치, 옥돔, 메기, 쏘가리

5) 단 음식 : 식혜, 꿀, 설탕 등 

- 단 음식은 유선을 막고 모유량을 줄게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 특히 식혜의 재료인 엿기름과 홍삼, 인삼 등은 모유량을 줄이는 음식이므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6) 알레르기 유발 음식

- 모유수유 중에는 달걀 흰자, 새우, 게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음식들은 아기에게 직접 먹이는 시기도 돌 이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7) 복통과 설사 유발 음식 : 참외, 복숭아, 자두, 살구 등 

- 위와 같은 성질이 냉한 과일을 많이 먹으면 아이에게 복통이나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8) 지방이 많은 음식 : 튀김, 피자, 케이크 등 

- 고지방 음식은 유선을 막아 젖몸살을 일으킬 수 있다. 

* 차가운 음식과 딱딱한 음식은 산모를 위해 금지. 

* 건강한 모유수유를 위해. 

-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사. 좋은 음식으로는 지방이 적은 붉은 살코기, 닭가슴살, 콩, 두부 등 양질의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와 과일. 빈혈을 예바하는 '철분', '칼슘',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D 등을 챙겨 먹는 것이 출산 후 회복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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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대 멘붕이 온 날이었다.

모자동실 시간에 서진일 데려왔는데 오늘도 눈을 말똥말똥. 어젠 안아주면 곧 잠들더니 오늘은 잠들지도 않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길래 응가를 했나 싶어서 기저귀를 보니 깨끗. 연습삼아 기저귀나 한번 갈아줄 요량으로 기저귀를 빼서 새 기저귀를 가져오는 순간, 서진이가 쉬를 하고 있었다! 배냇저고리와 속사개 두개가 다 흠뻑 젖어서 신생아실에 전화를 했더니 데려오라고 한다. 기저귀만 채워서 데려다주려 했더니, 이번엔 서진이가 응가를 하고 있다! 이미 배냇저고리에 싸버린 탓에 등에도 묻고 허우적 대다 양말에도 묻고. 어설프게 기저귀 채우려다 그 위에 더 싸는 바람에 기저귀 하나는 이미 버리고. 아무래도 기저귀만 채워서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바로 와주셨다. 오시더니 응급환자를 데려가듯이 속싸개 전체를 안고서 바로 데리고 가심... 

아, 너무 놀래고 멘붕이 와서 서진이가 가고 나서 10분은 드러누워 있었다. 조리원 있는 동안은 웬만하면 기저귀 가는 건 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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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리원 기간 1회 포함되어 있는 경혈마사지를 받았다. 전신을 40분 정도 받았는데 좀 짧은 느낌은 들었으나 그래도 좋았다. 임신한 이후 처음(9개월?)으로 엎드려 보기도. 어깨나 등이 시원한 것도 좋았고, 임신했을 때 아팠던 엉덩이랑 고관절 근육 등이 아직도 아파서 옆으로 돌아눕는 게 여전히 힘든데 빨리 풀어주고 싶다. 아, 오늘은 드디어 수술 후 처음 샤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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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은 아이 단계별 성장. 주되게는 조리원 후 아기를 대하는 법? 

몇가지 기억할 내용은, 

- 낑낑 거리며 우는 건 소화가 잘 안되고 있어요, 라는 뜻. 좀 세워서(반듯하게 안아서) 트림을 시켜줘야 한다.

- 아기가 약 9개월 동안 자궁 속에 있었기 때문에 속싸개는 자궁 속에 있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보통 한달 정도 하는데 자주 자지러지게 울거나 적응을 못하면 2~3개월까지 속싸개를 해줘도 좋다. 아니면 한쪽 팔씩 서서히 빼는 것도 좋다. (단, 낮에 놀 때는 좀 풀어줘도 된다.)

- 아기는 그동안 자궁 속에서 부력으로 떠 있다가 태어나면서 중력을 느낀다. 반듯하게 누워 있으면 중력으로 인해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럴 땐 옆으로 안아주거나 살짝 옆으로 눕게 하는 것이 좋다. 수유쿠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 자궁 속에서는 엄마가 활동하면서 느끼는 소음들을 그대로 느끼고 살았는데 태어나고 집에서 조용하면 불안할 수 있다. (밤에는 조용해도 된다.) 태교음악도 마찬가지. 엄마 뱃속에서는 태교음악을 들으며 지냈기 때문에 태교음악을 틀어주면서 1,20분 안아주다 내려놓는 게 좋다. (잠들고 나자마자 바로 눕히지 말고 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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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히 피곤하고 기운없는 날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닌데도 기분이나 몸이 축축 처지기도 했고 수유하거나 교육받고 돌아오면 바로 뻗어서 30분 정도 잠들었다 깨었다. 우울까진 아닌데 괜한 허전함도. 블로그를 쓰거나 뭘 검색하는 등 뭔가에 집중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곤 했었는데 오늘은 뭘 하는 것도 기운이 없는 날이었다. 일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내일은 주말이니 좀 더 즐겁게 보내봐야겠다... 



오늘도 밥은 잘 나오고, 간식, 야식도. 어머님이 "퇴원하면 무지 그리울 남의 손 반찬"이라고 하신 만큼, 좀더 잘 먹어야지...




근린공원 풍경이 새롭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랑 손 잡고 열심히 운동했던 곳인데, 갈 수 없어서 그런가 가까이 있는데도 더 멀게 느껴진다. 요 며칠은 날씨가 좀 풀렸는지 곳곳에 쌓여있던 눈도 많이 녹았나보다. 2주 정도 병원 안에만 있다보니 찬 바람도, 공원의 우레탄 촉감도 느껴보고 싶다. 




오늘은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좀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얼굴이 하얗게 필 때면 피부가 선천적으로 건조한 건지 걱정이 확. 결국 가습기는 좀 좋은 것으로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서진이도 그렇지만 나도, 신랑도 피부가 건조한 편이니까. 오늘은 실장님이 서진이가 몸무게도 늘었다 해서 기분이 좋았다. 아까 서진이가 응가를 하는 그 멘붕의 순간에도 물똥이 아닌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나도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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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내 시간마다 깨기를 반복하다 8시쯤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12시에 경혈 마사지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였다. '1시반 교육도 들어야 하는데 점심은 언제먹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으나 일단 알겠다고 했다. 아침도 입맛은 없어서 반쯤 먹고 어머님이 보내주신 팥빵이랑 우유를 반 정도 먹었다. 



오전 교육은 '모빌 만들기'였는데, 굳이 듣고 싶진 않아서 방에서 유축을 했다. 왼쪽 오른쪽 합쳐 80ml. 이 정도면 분유 없이 모유로만 보충도 가능하겠다. 어제 실장님이 한 쪽이 잘 나온다고 그쪽만 계속 하면 짝가슴 된다는 말이 맴돌아서 왼쪽 오른쪽 반반씩 맞춰 유축했다. 




9시반쯤 수유하러 갔다가 동동이가 너무 배고파해서 분유 보충을 하기로 하고 돌아왔다. 10시쯤 분유를 먹었을테니 오늘 모자동실 시간엔 푹 자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분명 잠든 동동일 데려왔는데 방에 오니 눈을 말똥말똥 뜨더니 곧 울기 시작했다. 배고플리는 없고 기저귀도 한번 들춰봤는데 괜찮은 것 같고. 이유를 모르겠으니 일단 안아서 토닥토닥 해주니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근데 점점 안고 있던 팔이 끊어질 듯 아파왔다. 등센서 있는 아기들 안아서 재우다 팔 떨어진다더니 이제 점점 실감하겠지. 다시 눕혀서 좀 재우다 12시쯤 데려다주었다. 아무래도 방이 좀 더운듯해서 더 칭얼대지 않았나 싶다. 

12시 마사지교육은 내일로 미루었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고 오후 교육도 2개나 들어야 해서 너무 바쁠 것 같았다.




오후 교육은 아기사랑 마사지 교육과 피임 교육이었다. 일반적인 '건강' 말고 내가 신경쓰는 게 더 있다면 '피부'와 '성장' 에 관련된 것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전에 용 언니가 애들 키크는 비결로 아기 때 마사지를 잘 해주는 게 좋다고 했던 터라 조리원 들어오면서 꼭 듣고싶었던 교육이다. 사실 영상보면서도 할 수 있고 아기 마사지가 특별한 방법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한번은 들어보고 싶었달까. 교육 자체는 사실 간단했는데 아기 보습이나 피부, 로션크림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결국 교육 끝나고는 천연 유기농 로션워시 세트를 주문하고 나왔지만. 다른 교육 끝나고 이런 판매를 하면 상술이라며 살 생각도 안할텐데 역시 아기 용품은 다르다... 게다가 어차피 조리원서 쓰던 제품을 구매할 생각이었으므로 되려 싸게 잘 산 셈이다!!! (신랑도 그렇게 생각해줄 것이다...)

피임 교육 끝나고는 피곤해서 방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1시간쯤 잤나 저녁밥을 갖다주셔도 쿨쿨 잤는데, 6시쯤 동동이 수유콜을 받고 저녁도 안 먹고 달려갔다. 

오늘은 동동이가 크게 투정 부리지 않아서 (한번 정도) 수유에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었는데 마지막 수유땐 결국 성질을 내서 바로 보충하기로... 잘 먹다가 왜 그러니... 




오늘 동동이 배꼽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아름답지는 않구나... 이걸로 도장도 만들고 한다는데 어떻게 보관할지는 생각해봐야겠다... 어쨌든 오늘 하루 더 성장했구나, 동동아. 




그저께?까진 밥 주는 때 맞춰서 꼬박꼬박 먹었는데 하는 거 없이 피곤하고 입맛도 없으니 밥 때가 계속 밀리고 있다. 아침은 9시, 저녁도 6시 넘어서... 안 그래도 밥맛 없는데 국도, 반찬도 식어서 더 먹기 싫어질라 잘 챙겨먹어야겠다. 식사는 분명 잘 나오고 있는데 왜 밥맛이 없을까. 혼자 먹어서 그런가. 신랑 가기 전에 요거트 같은 것 좀 사다놓을 걸 그랬나보다. 




신랑이 옆에 없으니 감빵생활을 봐도 영 재미가 없고 뉴스도 더 안 봐진다. 

Posted by 생숭이

잠도 늦게 들었고, 새벽에도 여러번 깨다보니 오늘은 늦게 일어났다. 병원에 입원한 후로 새벽에 잠을 계속 설치긴 했어도 7시반~8시 사이에는 일어났는데 (아침을 8시에 주니) 오늘은 늦잠을 자기로 마음먹고 밥을 갖다줬는데도 9시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낮에는 방이 너무 더워서 보일러를 꺼두고 있는데 밤에도 키지 않고 잤더니 아침엔 조금 선선한 느낌이 들었다. 낮에는 끄고, 자기 전엔 꼭 키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야 지금이 딱 좋지만 "산모는 따뜻하게 있어야 한다. 안그러면 산후풍 온다"는 협박같은 조언을 하도 많이 듣기도 했고, 동동이도 매일 방에 오니까. 

9시 반쯤, 실밥 뽑으러 내려오라는 전화가 와서 부랴부랴 이 닦고 대충 씻고 2층으로 갔다. 초음파를 보시더니 자궁도 깨끗하다고 하셨고, 상처도 작다며. 실밥도 순식간에 뽑으셔서 간호사에게 "실밥 뽑은 거예요?" 물어보기까지 했다. (옛날에 꼬맸을 땐 실밥 뽑는 것도 아팠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나보다.) 한달 뒤에 초음파 및 자궁암 검사를 위해 다시 오라고 하셨다. 

4월 중반부터 동동이 태어나기까지 약 9개월을 매월 혹은 격주로 진료를 받으며 원장쌤을 봐왔다. 쿨하게 답하시고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덕분에 마음 편히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기도 했고, 당일에는 수술이라는 빠른 결정을 해주셨고 또 무사히 수술도 잘 끝났으니 감사의 마음으로 작은 선물을 드리고 나왔다. 걱정쟁이인 나는 '뒤에 환자가 많아서 드리는 게 민망하면 어떡하지'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시면 어떡하지' 걱정했으나 다행히 앞뒤로 환자도 없었고 선생님도 웃으면서 잘 먹겠다고 받아주셔서 기분좋게 돌아섰다. 간호사에겐 너무 작은 걸 줬나 싶어 조금 미안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전해졌겠지...

10시 좀 넘어 방에 도착. 11시에는 동동이를 방에 데려와야 하니, 못 먹은 아침과 간식까지 얼른 챙겨먹었다. 

10시 50분쯤, 마침 동동이가 배고파하기도 하고 모자동실 시간이라 처음으로 방에서 수유했다. 수유실에선 그렇게 5분 빨고 잠이 들어 고생하는데, 방에 왔더니 10분 정도 빨기도 하고 재우려고 눕혔더니 금새 깨서 또 물리기도 하고. 모자동실 1시간 동안 물렸다 안았다 눕혔다 다시 물렸다 하면서 바쁘게 보냈다. 이리저리 안았더니 얼굴이 더 건조해져서 괜시리 미안했다...  

12시쯤 되니 또 점심. 어제부턴 입맛이 별로 없어서 밥을 계속 반 정도 남기고 있다. 반찬들이 물린 건지, 정말 입맛이 없는 건지. 그래도 수유할 땐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골고루 먹으려고 하고 있고 모유엔 국물이 좋다고 하니, 국물은 빠짐없이 들이키고 있다. 다행히 점심엔 어머님표 하이라이스로 많이 먹은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카레보다 하이라이스를 더 좋아하긴 했지만 우리 어머님표 하이라이스는 좀더 특별하다. 고기도 많고 야채도 많고, 요리라고 내놓아도 괜찮을 정도로 재료가 풍성히 들어가 있는 하이라이스. 조리원 식사에 질릴까봐 반찬이며 하이라이스까지 챙겨주시는 시어머님이라니. 

점심 먹자마자 1시쯤 두피피부마사지 하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전에 진숙언니가 족욕이 그렇게 좋다며 집에 작은 족욕기 하나 사라고 해서 솔깃한 적이 있는데, 족욕 20분 정도 했더니 땀도 나고, 수술후 발바닥이며 종아리가 엄청 건조해졌는데 꽤 좋아졌다. 정말 하나 살까... 

얼굴에 이것저것 발라주면서 피부마사지를 하더니, 

"원래 피부가 예민하세요?" 

"네. 뭐 닿으면 빨갛게 부어올라요"

"제가 뭐 했다고 얼굴이 빨갛게... 누가 보면 얼굴 맞은 줄 알겠어요." 

몰랐던 사실 하나는, 그동안 머리감을 때 한움큼씩 빠지던 머리카락들이 임신하고 별로 안 빠지길래 뭔가 두피가 좋아졌나 했는데 임신하면 호르몬 때문에 원래 그런 것이란다. 대신 출산하고 100일쯤 지나면 2~3배 더 빠질 거라며...;;;;; 가끔씩 보이는 새치라도 소중히 여기고 뽑지 말아야겠다... 

방에 돌아오자마자 유축. 오늘은 좀더 늘었다. 


유축하고 갖다주니 간식타임. 마침 출장간 신랑이 전화가 와서 엄청 반가웠다. 어제 다녀갔는데도 며칠은 지난 듯, 벌써 많이 보고싶다. 신랑과 통화를 끊자마자 간식을 대충 입에 넣고 3시반 이유식 강의를 들으러 다녀왔다. 아직 먼 얘기 같긴 하지만, 나중에 또 처음부터 다 찾아보게 되긴 하겠지만 들어서 나쁠 건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빨리 이유식 먹을 시기가 되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강의 끝나고 돌아와선 침대에 잠시 누웠다. 그러고보니 오늘 A형 간염 주사도 맞았는데, 뻐근하고 피곤할테니 무리하지 말고 쉬라는 이야길 듣기도 했고, 오후엔 족욕도 하고 마사지도 받으니 나른하기도 했고 강의까지 듣고 나니 피곤이 확 몰려왔다. 1시간쯤 잤나, 유방실장님이 오셔서 가슴을 만져주셨다. 어제처럼 마사지도 해주시고 좋은 가슴이라며 칭찬도 해주시고. 오른쪽보다 왼쪽이 젖이 덜 나온다고 했더니 뭔가를 뚫어서 잘 나오게도 해주시고. 뜨거운 수건으로 가슴 전체를 마사지해주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니 바로 저녁 식사가 왔고, 반쯤 먹었을 때쯤 동동이 수유콜이 왔다. 평소 같으면 밥을 다 먹는 걸 기본으로 하고 동동이는 보충하라고 했을텐데 오늘은 시간맞춰 먹여보고 싶어서 밥상을 물리고 동동이에게 다녀왔다. 배고팠는지 왼쪽을 10분 정도 열심히 빨더니 또 숙면에 들어간 동동이... 다음 타임엔 트림 하는 자세랑 풋볼 자세를 물어보고 배워와야겠다. 

오키에게 물어보니 아기들은 수유하면 금방 잠들고 잘 안 깬다며 생후 한달 정도까지는 수유텀이라는 게 없을 정도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 집에 데려가도 이렇게 수유하다 잠들면 어떻게 깨우나 걱정했는데 집에선 오히려 잠들면 재우는 걸로. 그러다 일어나면 또 주면 되지... 

저녁엔 블로그 하고, 책 보다 기다리던 감빵생활을 보고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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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에서는 매일 11시 신생아실 청소를 할 시간이면, 아기를 방에 데려와야 한다. (그외 시간에 더 데려와도 되지만 그 시간에는 꼭) 

오늘은 첫날. 모유 수유할 때 말고는 동동이를 안거나 둘이 있는 건 처음이라 어찌나 긴장되고 떨리던지. 나만 긴장하고 우리 동동인 세상 모르게 잘 잤지만. 

신랑이 마침 방에 오자마자 동동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동동이를 안아 보았다. 전에 조카도 썩 잘 안 길래 동동이도 거뜬히 쉽게 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신생아라 그런가, 한쪽 손은 어쩔 줄을 모른다. 

방에 와서 울면 어쩌지, 잠에서 깨면 뭘 해야하지 걱정이 많았는데 첫 날은 무사히 넘겼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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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가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율혈이 있거나 통증이 있거나 젖이 없거나 하진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지만, 그래도 어렵다. (오늘 방문한 유방실장님도 가슴도 좋고 젖도 잘 생길 거라고 했다.) 

젤 어려운 건 아기가 배고프대서 젖을 물리면 금방 잠든다는 것이다. 엄마 품에 안기면 아기들은 금방 잠드니 깨워주면서 먹여야 한다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귀도 만져보고 발도 만져보고 엉덩이를 주물러도 보는데 어쩜 그렇게 금방, 푹 잠드는지. 5분, 10분 정도 먹으면 더 이상 깨우는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푹 잠든다. 이게 맞는 건지, 원래 그런 건지, 내가 못 깨우는 건지 이렇게 저렇게 진땀을 빼며 해보다가 결국 간호사에게 동동이를 맡기고 돌아선다. 1시간 수유실에서 진땀을 빼지만 정작 동동이가 빠는 시간은 10분 남짓 정도. 수유실서 돌아오면 식은땀과 피곤함이 몰려와 침대에서 좀 쉬어줘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덜 자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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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이는 다행히도 크게 아픈 덴 없지만 주의깊게 봐야 하는 증상 몇 개가 있다.ㅠㅠ 

일단 선천성 이루공을 갖고 태어났다. 귀에 작은 구멍이 보이는 것인데 저절로 메워지진 않는단다. 

놀란 마음에 폭풍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았다. 통증이 있거나 눈에 띄는 정도가 크진 않지만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잘 씻고 특히 잘 말려주는 게 핵심일 듯. 염증만 생기지 않는다면 아무 이상 없다는 어느 글을 보고 안심을 하긴 했지만 수술을 해서라도 제거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 벌써 걱정이다. 

피부 건조한 건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발바닥에는 듀오덤을 붙여놓았다. 맨발에 붙여놓으니 발을 비벼가며 떼어서 동동이만 양말을 신겨 놓았다. 선천적인 것 같지는 않고, 양수에 오래 있었기 때문이라며 곧 나아질 것이라고 해서 너무 다행이지만 하얗게 일어나는 피부를 볼 때마다 안쓰럽다.

음낭수종(고환에 물이 차있는 증상)도 있다. 곧 흡수될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당연히 신경은 쓰인다. 

찾아보니 신생아들에게 많이 생기기도 하고, 첫돌까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한다. (이후에도 계속되면 치료 받아야 함)

오늘은 또 동동이가 변을 많이 보는데 대부분 물똥이라 좀 지켜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애들에 비해서 변을 많이 보는 편인데 다 물처럼 싼다며. 다행히 몸무게가 줄고 있진 않아서 별일은 없어 보이지만, 일단 며칠 두고 보자고. 만약에 며칠 지나도 계속되면 모유를 잠깐 멈추거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신생아실에 동동이가 안 보인다 싶었는데 저 안쪽 '사전 관찰실' 쪽에 있었던 거였다. 

팀장이 변 증상 이야길 하는데 순간 울컥. 많이 아픈 것도 아닌데 벌써 울거나 나약해지면 안되는데, 아기가 조금이라도 안 좋다는 말에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는구나 싶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주는 것만도 정말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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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름은 정했지만 조리원에서는 동동이로 부르기로 했다. (나 혼자) 

조리원 간호사들이 "동동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듣기 좋고, 아직 서진이보다 동동이가 덜 어색하고, 천천히 동동이란 이름을 보내주고 싶은 아쉬움도 있고. 

Posted by 생숭이